운동화
노연화
나들 나들 헤진
시집 한 권 있었다.
헝클어진 마음
마른 검불처럼 버석거릴 때
눈 속에 핀 복수초꽃 보듯
가슴 떨며 읽어가던 詩
금방 왔다가 어느새 가버린 손등 위의 눈발 같은 애인
째째하고 쪼잔한 사랑이 서러워
가슴 큰 나무 둥치에 기대어
억수 같은 소나기로 울었다.
낡은 시집 동무 삼아 껴안고 울었다.
질척거리는 세월의 늪을 건널 때
걸레 되어 흔쾌히 나를 닦아주고
느릿느릿 나를 일으켜 세우던
닳아서 정겨운 시집 한 권 있었다.
허리 굽혀 신발 끈을 매다가
못난 표지 가만 가만 쓰다듬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