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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식 샌드위치? 케밥?

윤화영 |2006.06.07 19:14
조회 304 |추천 1


프랑스 사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하리라 생각이 드는 사진이다.

 

Paris 사는 사람이건, Marseille 사는 사람이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거라 생각이 든다. 특히 ‘외국인’이 많은 사는 도시, 특히 동네에선.

 

일반적으로 케밥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는 그리스식 샌드위치 sandwich grec 라고 불리고, 그냥 간단히 ‘그렉’으로 통한다. 어찌 보면 이처럼 참 애환이 많은 음식이 또 있을까… (하긴 보신탕이 있긴 하지만.)

 

학창 시절을, 특히 대학 생활을 프랑스서 한 사람들에겐, 남자들의 경우, 거의 주식 (외식을 할 경우) 수준이 돼버리는 녀석. 모두가 다 욕을 하지만, 그래도 먹게 되고, 먹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이처럼 싼 음식이 없기에… 불량식품인줄 알면서도 그것을 먹게 되는 것은, 비불량식품에선 결코 가져볼 수 없는 알싸한 맛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는 가격 경쟁력이 아닐까.

 

“샐러드, 토마토, 양파? 무슨 소스?”

“Salade, tomate, oignon? Quelles sauces?”

 

농담에도 자주 등장하는, 원죄를 타고난 이 놈이 욕을 먹는 건, 배가 아프다고 하면, 그게 식중독인지 아니면 장염인지, 아니면 사돈이 땅을 샀는지에 관계없이, « 너 그렉 먹었냐 ? »로 항상 직결되는 상대방의 반응.

 

이유인즉슨, 위생 상태이다. 우선 ‘아랍분들’께서 만드신다는 거. 물론 그들이 왼손으로 만지지는 않겠지만... ㅋㅋㅋ

 

하지만 실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저놈의 빙빙 돌아가는 고기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

 

박테리아가 살기 가장 좋은 온도가 대략 15~65°C 사이 정도이다. 빙빙 돌아가는 고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빨리 색깔이 나는 것을 보면 적어도 200°C 수준의 고열로 추정된다. 표면의 온도야 그렇겠지만, 내부는 익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때, 대략 50°C 정도로 사료된다.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고기의 한 가운데 부분. 우연히 한 번 기회가 되어서 저 고기 쌓아 올리는 과정을 본 적이 있는데, 작업장 자체가 냉방이 된 곳도 아니고, 고기를 다루는 곳이나 그 도마 역시 그다지 유쾌한 수준은 아니었다. 박테리아를 위해선 이상적인 조건이라고나 할까.

 

직접 측정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유별난 몇 군데를 빼고는 고기 한 뭉탱이를 하루에 소화해 내는 집이 드물다. 아침 10시에 장사 시작해서, 대략 밤 11시까지, 13시간 정도를 ‘따땃한 곳’에서 빙빙 돌고 있는 저 고기. 정말이지 한 가운데 부분의 온도를 재보고 싶다. 얼마나 박테리아 번식에 환상적인지.

 

‘만약’ 그 날 팔지 못 한 저 고기를 버리고, 내일은 새로운 고기를 쓰는 집이 있다면 그래도 좀 괜찮겠지만, 99.9%는 내일 이놈을 다시 쓴다. 그나마 괜찮은 곳은 냉장고에 보관을 하겠지만, 심한 곳은 밤새 저 기계에 걸어 둔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주인장의 강한 요리철학이 돋보이는 장면이다...-_- (냉장고에 간다고 박테리아가 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활동은 둔화된다.)

 

‘구대기 무서워서 장 못 담구랴’는 말이 있듯이, 이거 먹었다고 죽을 걱정을 할 필요 없을 듯. 그러다간 세상에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으랴 ! 이걸로 죽을 정도면 인류는 이미 애당초 멸망하고 지구상엔 절지/환형동물만 존재할 것임. 종로의 가판대에 있는 떡볶이며, 동네 상가 지하의 순대며, 트럭-오뎅 집의 간장을 먹고도 안 죽는 게 인간인데 ! 세상에 당근 껍질 벗기는 중국집이 몇이나 있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심하게 그렉이 땡길 때, 어느 정도 유의하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녀석을 먹을 수 있다.

 

우선, 고기 뭉치가 뚱뚱한 집. 최소한 고기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증거기에.

 

둘째로 센 불을 사용하는 집. 손님이 많다는 얘기고, 고기 회전도 빠르다는 증거다. 그리고 고기가 덜 딱딱하다. 손님이 없어 저온으로 돌린 집의 고기는, 수분과 지방이 다 아래로 녹아 흘러서, 고기가 그냥 퍽퍽해 진다. 그렇기에 어느 집이건 이 고기의 끝자락은 고기가 퍽퍽하다. 앙상한 고기 기둥이 남은 집은 위생적으로나 맛으로나 절대 가지 말 것을 강력히 권한다.

 

셋째로, 전기 칼을 이용한다는 것도 손님이 많다는 증거다. 굳이 일반 칼을 안 쓰는 이유는, 그 수요 속도를 감당하지 못 하기 때문. 그리고 고기를 균일하게 가장 맛있는 두께로 썰기에 식감 역시 뛰어나다. 초짜가 어설프게 칼로 썰면 말라 비틀어진 두껍고 딱딱한 고기를 지우개 마냥 씹어야 한다. (인기 있는 집은 그래서 초짜를 쓰는 법이 없다.)

 

추가적으로 감자튀김 얘기를 하면, 그렉집의 감자 튀김은 튀겼다기 보다는 기름에 ‘삶아서’ 나온다. 기름을 오래 쓰기 위해서 160°C로 맞춰두었기에, 감자가 기름 안에서 ‘데워져서’ 나온다. 하지만 손님이 많은 집은 이거 역시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튀김기의 온도를 180°C에 맞춰둔다.

 

소스를 물어보면 무엇을 대답할 지 몰라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1.       케챱

2.       마요네즈

3.       소스 블렁쉬(fromage blanc+ciboulettes)

4.       겨자

5.       아리싸(harissa, 북아프리카 고추장)

 

의 5가지가 기본 베이스다. 여러가지 조합이 가능하지만 대표적인게 소스 아메리껜느 sauce americaine (케챱+마요네즈). 그 다음은 쏘스 옷도그 sauce hotdog (케챱+겨자). 마요네즈+아리싸도 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종족들이 이름도 거창한 쏘스 싸무하이 sauce samouraï를 즐기는 양반들. 바로 겨자+아리싸의... 그다지 상상도 해보기 싫은 맛. 한국에 불닭이 있다면, 프랑스엔 불케밥이 있다 !

 

PS) 아직도 그렉 샌드위치를 양고기르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닭고기이다. 간혹 송아지를 섞기도 하지만, 거의 다 싼 닭고기를 쓴다.

 

17,18,19,20구를 제외하고 grec 집이 밀집된 곳은 샤뜰레 근처의 rue de rivoli 상의 GAP 매장이 있는 rue Saint Denis 길의 초입, 레알 못 가서. 아니면 Saint Michel의 박테리아 골목. (롯데리아가 아니다) 아니면 Montparnasse의 rue d’Odessa (Gaumontparnasse 앞 길).

 

Bon appétit, bien sû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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