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축구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한 경기를 보고 그 경기에 대해 대략 나만의 판단을 내릴 순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지난 4경기...월드컵 8강전에 대한 간단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독일 vs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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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레만(GK-독일) : 집중력이 돋보였다. 칸과의 대결...그 승리로 인해 무려 8년만에 대표팀 주전 골리를 차지했고 그는 아르헨티나라는 강적을 상대로 세계수준의 키퍼가 보여줄 수 있는 안정감과 듬직함을 보여줬다. 부폰이나 카시야스가 가지고 있는 슈퍼 세이브의 능력은 다소 부족할지 모르나 골키퍼가 지녀야할 침착함과 안정감은 현 시점에선 최고중의 하나이다.
미로슬라프 클로제(FW-독일) : 2번의 월드컵을 경험하며 10골을 기록하고 있는 클로제는 소속팀 베르더 브레멘의 공격을 이끌며 2002년 이후 매년 득점상위 3등안에 안착하는 놀라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아르헨과의 8강 경기에서도 시종일관 안정적인 움직임과 공간창출능력을 발휘하며 동점골을 만들어 낸, 개인적으로 썩 맘에 드는 공격수이다. 차기 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보이는 호나우두를 이어 월드컵 통산 최다골을 경신할 능력이 있는 선수이다.
로베르토 아얄라(DF-아르헨티나) : 데미첼리스와 자네티가 빠진 수비진에 과연 아얄라가 얼마나 역할을 해줄수있을지가 월드컵 기간 내내 나의 관심사였다. 그는 조별예선과 16강에서도 안정적인 수비를 이끌었고 8강전에서는 그의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공격가담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적팀의 감독에게 "그의 헤딩골은 아름다웠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WORST
로베르토 아본단시에리(GK-아르헨티나) : 그는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조차도 프로이자 한 나라의 국가대표인 그에게는 최악이었다. 가정이란 없지만...아마도 아본단시에리가 있었다면 결과는 더욱더 흥미진진했을것이다.
호세 페케르만(COACH-아르헨티나) : 이번 월드컵의 독일은 상당히 공격적인 팀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조직력이 뛰어나고 정신무장이 잘 되어있는 팀이기에 단기전형식의 토너먼트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 팀을 상대로 리켈메와 크레스포를 빼고 캄비아소라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넣은것, 제공권 능력은 뛰어나나 공격 전반에 걸쳐 메시보다 나은 면이 없어보이는 크루즈를 투입한것은 실망이었다.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돋보였던 그의 용병술은 한순간에 아르헨티나의 우승 꿈을 접어버렸다.
[이탈리아 vs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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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루카 잠브로타(DF-이탈리아) : 현대축구에서 윙백이 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보여주었다. 최강수비를 자랑하는 아주리군단과 유벤투스의 NO.1 윙백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골을 넣고 골을 어시스트하였으며 골을 막아낸 그는 적어도 8강경기에서만큼은 골과 관련된 모든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루카 토니(FW-이탈리아) : 82년 스페인 월드컵때의 로시가 그러했듯 그의 골 퍼레이드는 아마도 8강전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몸싸움실력과 빠른 판단력, 스트라이커로써의 골냄새를 맡는 능력, 결정력......적어도 지금의 토니에게 있어 부족한 점은 없는듯 하다.
파비오 칸나바로(DF-이탈리아) : 수비수...그것도 센터백으로써는 썩 좋은 체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환상적인 수비로 팬들을 매료시킨다. 더욱이 대표팀 단짝 네스타가 부상으로 빠진 이탈리아 수비진을 훌륭하게 조율하면서 경기 순간순간마다 반짝인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훌륭하고도 매끄럽게 막아냈다.
WORST
안드레이 쉐브첸코(FW-우크라이나) : 어쩌면 예견된 부진이었을지도...보로닌이라는 걸출한 지원이 있었던 스페인전에서도 쉐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이탈리아 수비수들은 안드레이 쉐브첸코를 퍽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8강전의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는것은...그가 보여줬던 훌륭한 모습들에서 오는 일말의 기대감이랄까...아쉬웠던것은 첫 월드컵에서의 8강 진출과 2골이 마지막월드컵에서의 커리어라는 점이다.
[포르투갈 vs 잉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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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르도 페레이라(GK-포르투갈) : 민약 히카르도가 EPL에 진출한다면......잉글랜드 팬들은 아마도 이 선수가 EPL에 진출하는 것을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2004년에 이어서 2006년 월드컵 8강전...그는 다시 한번 런던을 대공황의 늪으로 친절하게 인도했다.
오웬 하그리브스(MF-잉글랜드) :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이 젋은 청년은 오늘 제라드-람파드 조합의 부족한 점을 환상적으로 보완해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그를 기용하게 될 경우 잉글랜드 전통의 4-4-2를 지키기 위해 제라드나 람파드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며 이 자체만으로도 잉글랜드인들의 분노와 반발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었기에 그동안 중용되지 않았음이리라...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선발로 출장한 월드컵 2경기는 잉글랜드가 보여준 5경기 중 가장 활력있고 패기넘치는 공격이 이뤄졌던 경기였고 그 중 하나가 바로 8강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였다는 점이다.
WORST
웨인 루니(FW-잉글랜드) : 85년생의 그에게 월드컵과 같은 엄청난 무대에서의 맹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팬들이 지어주는 과도한 짐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을 바라보고 있는 6000만 영국 국민들(사실은 4900만에 달하는 잉글랜드인들 일 것이다.)의 시선과 월드스타로써 발돋움할 만한 기량을 지닌 선수가 지녀야 할 행동으로는 썩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칙 선언 이후 그의 행동은 4900만 잉글랜드인들과 전 세계의 수많은 "룬희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브라질 vs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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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 지단(MF-프랑스) : 다시 한 번 우리는 ZIZOU를 외칠 수 밖에 없던 경기였다.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여줬던 환상의 개인기와 깔끔한 패스, 군더더기없는 경기운영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거장의 향수를 느끼게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랑크 리베리(MF-프랑스) : 얼굴의 흉터에도 불구하고 이녀석은 분명 엄청나게 이쁜 여인네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마켈레레,지단 등 올드스타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리베리라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 될 것이다.
WORST
환상의 4중주(FW2명, MF2명-브라질) : 호나우두,호나우딩요,카카,아드리아누...어쩌면 이들이 감수해야 할 모욕과 비난들은 그들이 너무도 잘 했던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참고 견뎌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보여준 8강전의 플레이가 프랑스의 강한 압박시스템에 전혀 위해를 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수비수들에 둘러쌓여 힘든 90분을 견뎌야 했고 그들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의 기대에 1%만큼도 부응하지 못한 점은 8강전의 최악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수 있다.
개개인의 면으로 본다면...
호나우두...그는 움직임이 둔해졌다, 살이 쪘다를 떠나서 지나치게 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프랑스의 두 센터백 튀랑과 갈라스는 세계 어떤 공격수들과 붙어도 쉽게 뒤지지 않는 최고의 수비수들이다. 그들을 상대로 걸어다니는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1억8천만 브라질 국민들의 눈에 "게으른 황제"정도 그 이상도...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호나우딩요...그는 환상이다. 분명 전세계를 통틀어 그만큼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한 플레이어는 적어도 지금 현재에는 없다. 문제는 라 리가의 스타일이 상대적으로 압박과 파워가 부족한것에 기인한 것일까...프랑스와의 8강전에서는 시종일관 프랑스의 강한 압박과 파워풀한 수비가 빛을 발하고 있을 때 우리의 "가우쵸"는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리그의 스타일에 너무 찌들어서였을까...챔스컵에서도 그는 경기 초반에는 상대팀의 집중 견제와 강한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후반전들어서 몸이 풀리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아쉽게도 이번 경기에서 그는 없었다. 경기 중 적어도 한번은 보여주던 매직쇼조차 그에게는 없었다.
카카...매력적인 선수이다. 브라질 대표팀 최고의 단거리주력을 가지고 있고 장,중,단거리 드리블에 모두 능하며 팀플레이 또한 일품이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면 그의 소속팀에서는 1선의 쉐바가 활동폭을 넓게 가지며 수비수들을 유인하고 가투소가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수비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카카의 활동범위와 공격적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문제는...에메르손이 없었다는 점...5명의 미드필더 중 4명이 공격적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어서 질베르투 실바라는 훌륭한 선수가 혼자 수비를 하기엔 다소 벅차다는 것...주닝요와 제 호베르투는 본연이 공격형 미들이기에 둥가나 에메르손이 해줬던 역할을 하기 벅차다는 것...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에메르손이라는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경기에 나왔다한들 카카의 공격력이 살아날까 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
아드리아누...환상의 4중주 중 유일하게 후반 교체 멤버로 들어왔다. 그리고 유일하게 제 몫을 해주었다. 다만 그에게 아쉬운 점이라면 자신에게로 수비수를 이끌고 호나우도 만의 공간을 창출해주는 (첼시의 드록바와 같은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클럽과 국대에서의 본연의 역할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은 해보지만 분명 아쉬운 경기였다.
카를로스 파헤이라(COACH-브라질) : 주닝요를 투입해 프랑스와의 미들싸움을 유도한 점...카푸와 시싱요의 교체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점...호나우딩요를 교체하고서라도 공격루트의 변환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다른건 차치하고서라도 4-5-1을 시도한 것은 최악이었다. 카카와 딩요를 전방 지원군으로 배치한 것은 그렇다쳐도 주닝요에게 94년 둥가의 역할을 기대한듯한 배치는 절대 아니올시다 였다. 5명의 미드필더 중 위의 3인을 포함 제 호베르투까지 4인의 공격성향이 강한 미들진을 구성한 것 또한 감독의 실수이다. 질베르투 실바는 분명 뛰어난 선수이나 에메르손 없는 중원을 혼자 책임지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감독으로써의 적절한 선수기용과 배치가 잘못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