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내 친구 중에 이시방이란 친구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만난 친구인데
마음이 곧잘 맞아 짧은 기간에 친해질 수 있었다.
성격도 좋고 인물도 좋은 친구였다.
그러나 성격좋은 이 친구에게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절대로 용서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시발' 또는 '씨발'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사는 사람들이였다.
(추측해 보건대 아마 자신의 이름때문에 그랬던것 같다)
하여튼 이 친구덕에 나의 언어생활은 나날이 고와져만 갔다.
하루는 정진규라는 친구와 이시방과 나 그러니까 셋이
밥을 먹으러 갔다. 날씨도 덥고 해서 냉면을 먹기로 했다.
정진규라는 친구는 이제 막 입사한 새내기 직원이다.
성격이 매우 싹싹하고 행실이 올발라서 사람들이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뭐 딱히 흠을 잡는다면 지나치게 여성스럽고 외국어를 남발 한다는 것이였다.
우리는 냉면을 시키고 물을 따라 마셨다.
땀이 비오 듯 흘렀다. 정진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 과장님, 아 글쎄 제가 이번에 맡은 일이 문제가 생겼는데요
그 문제의 시발점이 어디에서 부터인지 도통 모르겠어요."
아뿔싸, 그의 말에는 정확히 시발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더운 탓이라 그런지 이시방은 못 들은 듯했다.
그리고 정진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요 여자들은 영어 쓰는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조금전만해도 선영씨한테 복사한 것 주려고 선영씨 follow me 선영씨 팔로우미 라고 했는데 어찌나 좋아하던지,풋"
나는 웃을수가 없었다.
분명 내 귀에 들린 말은 선영씨 팔로우미가 아니라
선영씨팔놈이였기 때문이었다.
순간 정진규의 얼굴에 이시방의 주먹이 꽂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하다. 8월 무더운 여름에 냉면집에서의 주먹질.
10년이 지난 지금 이시방과는 연락이 없다.
지금도 냉면을 먹을때면 그의 주먹이, 그의 얼굴이
아른아른 떠오른다. 올해도 참 더운 여름이다.
-엄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