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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노래(天使之歌) - 제 2장 옌제국 자객들의 소동.

정윤석 |2006.07.08 21:25
조회 10 |추천 0
 

제 2장 - 옌 제국 자객들의 소동.




테이메르력 1300년 3월 17일



 화창한 아침, 더글라스는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학교에 할 일이 있다며 돌아가 버렸고, 나는 산책도 하는 겸 시내 한 바퀴 돌고 오겠다는 공주를 따라 나섰다. 공주가 타고 있는 아주 근사하게 치장된 백마의 고삐를 잡고 한참 거리를 거닐고 있을 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공주가 말했다.


 "어이! 케이아스, 저 쪽으로 가보자."


 공주가 가르킨 곳은 광대들이 현란한 묘기를 부리는 곳이었다. 그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광대들이 아슬아슬하게 묘기에 성공할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탄성으로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곧 무리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이지 광대들이 펼치는 묘기는 구경하는 사람들마저 식은땀을 흘리게 할 정도로 아찔했다. 단도를 높이 올려 던져서 입으로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날카롭게 날이 선 열 자루의 만월도(滿月刀)를 땅에 고정시켜 놓고는 그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그야말로 자칫 실수를 하면 입이 찢어지거나 목에 구멍이 나고 발이 잘려 나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광대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스럽게 각자의 묘기를 부렸다. 그때 그 광대들을 지켜보던 공주가 입을 열었다.


 "...재미없다. 그냥 가자."


 "왜요, 취향에 맞지 않으신가 보죠?"


 "응."


 공주의 짤막한 대답과 동시에 나는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테스메르 수도의 번화한 거리와 높게 솟은 건물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걸었다. 그때 공주가 넋을 놓고 번잡한 도시를 구경하던 나를 보곤 촌뜨기라고 놀려 댔지만, 부모로 부터 버림을 받고 10년 동안 메슬린 이라는 촌 동네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그저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왕궁의 정문에 다다랐을 때였다. 저 멀리서 비틀 거리며 걸어오던 남자가 우리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는 대낮부터 술을 퍼마셨는지 잔뜩 취해 있었다.


 "어,어이! 거기 잘 빠진 아가씨! 오늘 밤 시간 어때? 끅! 내가....끅! 화끈하게 한번 해주지.끅!"


 "어리석은 놈! 배에 구멍 나기 싫으면 썩 꺼져버려!"


 "...끅! 뭐? 켈켈켈, 좋아! 그렇게 퉁기는 맛이 있어야.....커헉!“


 갑자기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던 남자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비명 소리의 원인은 바로 공주의 오른손에 어느 정도의 피를 머금은 롱 소드였다.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술 취한 남자의 배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 남자의 배는 복부의 근육까지 다 베어졌는지 작은창자의 일부분이 상처의 틈을 비집고 나와 있었고 붉은 선혈을 바닥에 뿌리고 있었다.  그때 어제 보스칼 왕자가 일러준 말이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공주를 보필하면서 이런 비슷한 일이 조금이라도 진행되면 곧바로 공주를 제지하고 왕궁으로 돌아오라는 당부였다.


 "공주님! 이제 어서 돌아가시죠! 30분 후면 특별 과외를 받으셔야 합니다."


 ",............."


 공주는 아무 말 없이 롱 소드를 쥐고 있는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순간 나는 얼른 허리춤에 차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 들어 공주가 남자를 향해 내리치는 검을 막았다. 그때 마치 즐거운 유희라도 즐기고 있는 것처럼 즐거워하던 공주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리곤 살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죽고 싶은가? 아무리 나를 호위라는 자라 해도 이런 무례한 행동은 봐줄 수 없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치워라!"


 나는 그녀의 살의에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외모는 이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는 공주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럴순 없습니다. 보스칼 형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명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쳇!"


 보스칼 얘기를 하자 공주는 잠시 망설이더니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검 집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는 내가 잡고 있던 말고삐를 빼앗아 들고 자신의 말에 박차를 가하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왕궁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처 입은 남자에게 응급처치를 해준 후 의사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도시 사람들은 이런 소란을 보고도 이젠 적응 됬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지 그들의 표정에는 놀란 기색이 없었다.


 어쨌거나 그 남자의 죽음은 막아서 다행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왕궁으로 돌아갔다.






 산책을 하는 동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공주는 대충 식사를 마치고 특별 과외를 받으러 간다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특별 과외'라는 것이 공주가 알려주지 않아서 무슨 과외 인지는 모르지만 비밀로 하는 걸 봐선 중요한 것 같았다. 식당에는 나와 보스칼 밖에 남지 않았다. 나와 보스칼은 길이가 5 미터쯤 되고 폭은 1.5 미터 되는 거대한 식탁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보스칼을 알게 된지는 비록 하루 박에 지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활발한 성격 때문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건 아니다. 내 성격도 어느 정도 적당하게 활발하지만 보스칼 처럼 그리 활발하지는 못하다. 그는 전생에 여자라도 됬는지 정말 여자 못지않게 수다도 많고 떠들기도 잘하는 작자였다. 덕분에 나는 그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우여곡절의 수다를 떨면서 그의 질문에 대답하기 바빴던 것도 이야기 소재가 다 떨어져 침묵을 지키며 다 못한 식사를 마저 하고 있을 때 클레오네 공주의 하녀가 급하게 달려와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와,왕자님! 큰일 났습니다!"


 "왜 그러는가?"


 "크,클레오네 공주님께서 지금 왕궁 밖에서 소란을 피우고 계십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클레오네는 지금 과외를 받고 있을텐데,"


 "아닙니다. 과외 교사에게 오늘은 쉰다고 하시고는 무장을 하신체 왕성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무장? 클레오네가 무장을 했다고?"


 "예, 왕자님."


 "이, 이런..."


 보스칼은 손을 이마에 대고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보스칼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보스칼 형, 무슨 일이라도...."


 "지금 옌제국의 자객들이 날뛰고 있는데 겁없이 행동하면 어쩌자는 거야....?"


보스칼은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제가 한번 나가 볼까요?"


 "그래 주겠어? 지금 난 한달 후에 치를 옌 제국과의 전쟁을 하는 것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해야 하거든, 수고 좀 해줘."


 "예, 그럼 다녀올게요."


나는 곧바로 식당에서 빠져나와 왕궁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자 길거리 한복판에서 열댓 명 정도의 사내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공주가 보였다. 공주의 검술 실력도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았는지 그 사내들 중 몇 명은 공주에게 다쳐 상처 부위를 지압하고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서 공주의 뒤에서 공격하려는 사내를 검의 면 부분으로 머리통을 후려 갈겼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 사내는 신음을 내며 쓰러져 기절했다.


 "윽!"


그때 마침 한 명을 베어버리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클레오네 공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공주님!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과외도 빼먹고... 설마 아까 제가 한 말 때문에 삐져서 화라도 풀려고 나온 거에요?"


 "..........."


 "칫! 소심하기는... 전 보스칼 형의 부탁을 받고 공주님을 제지한 것 뿐이라구요, 삐질 일도 아닌데..."


 "닥쳐!"


 공주의 한 마디에 나와 공주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공주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그 남자들은 상대방의 여자라 조금의 배려를 했는지 한꺼번에 공격 해오지는 않았다.


나는 공주의 앞을 가로막고 그들을 경계했다.


 "어이! 아저씨들! 내 스승님이 여자를 괴롭히는 놈들을 뭐라고 했는지 알어?"


각자 검은 로브를 걸친 사내들 중 한명이 비웃는 어조라 말했다.


 "쿡쿡쿡, 그런건 모르는데? 왜, 너의 스승이 개보다 못한 놈이라 하던가?"


 "훗! 잘 알아 맞췄군."

 난 말도 끝나기 전에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나의 지금과 같은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동안 움찔거리더니 곧바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들 중 볼품없는 콧수염을 기른 중년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이 자신의 검을 높이 쳐들더니 사선 방향으로 베어왔다. 그러나 나는 그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다음 그의 옆구리 부분을 베었다. 순간 나의 몸놀림에 당황한 나머지 그는 나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방금 내가 베어 버린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의 두목이었는지 그들은 선뜻 공격해오지 못했다.


 "뭐야!? 벌써 항복인 거야? 케이아스, 저놈들 죽여 버려."


 "훗, 그럴까요?"


 "이,이봐!"


 그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당황해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내가 있던 자리를 뜨고 난 후였다. 나는 열댓 명 정도 되는 인원의 옆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그들을 향해 사정없이 검을 휘둘렀다. 당연히 그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나의 검술 실력을 보고 반성할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모두 검의 면으로 내리쳐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패주었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지 아무 말 없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봐, 콧수염! 자네 이름은?"


 "저,저는 잭이라고 합니다."


 "그렇군, 그나저나 로브를 걸치고 있는걸 보아하니 길드에 소속된 멤버 같은데, 어느 길드지?"


 "아....그건....."


 "빨리 말 안할래!? 너도 뱃속의 창자가 밖으로 나오는 걸 보고 싶어!?"


 "아,아닙니다!! 제가 속한 길드는..."


 "길드는?"


 "제가 속한 길드는 '매직 길드'입니다."


 "매직 길드? 그런데 왜 검을 들고 설치는 거야!?"


 "사실은 검술도 조금씩 배우거든요....."


 "쳇! 실력은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데 실력도 안 되면 그냥 잠자코 있을 것이지 시비는 왜 걸고 그래?"


 "..!! 시비라뇨? 시비는 저 뒤에 있는 계집애가 먼저 걸었는데요..."


클레오네 공주는 잭의 '계집애' 라는 말에 발끈 하며 발악했다.


 "..뭣!? 계집애!? 무례하다! 감히 천한 것이 입은 험하디 험하구나!! 오늘 이 자리를 너의 무덤으로 삼아라!!!!"


 클레오네 공주의 발악에 잭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주의 말대로 감히 평민 따위가 왕족에게 '계집애' 라고 하는 것은 왕족을 능욕한 죄로 단두대에 목을 올려놓을 일이지만 잭이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지금 공주의 모습은 전혀 왕족 같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어,어이! 말 조심하라구 잭, 이 분은 클레오네 공주님이야."


 "어,예? 이분이 클레오네 공주님 이라구요? 소문에 의하면 클레오네 공주님은 비단 같이 곱고 착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


 "하,하하..."


나는 머리를 글적이며 웃어보이고는 클레오네 공주의 눈치를 보며 잭의 귓가에 속삭였다.


 "절대 아니야, 나도 맨 첨엔 너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성격이 무지막지 하게 되바라 졌더러구, 그리고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잖아? 예복을 입었을 때만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거지, 지금 저 얼굴도 못생긴건 아니지만 말야."


 귓속말을 하는 동안 나는 클레오네 공주의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다. 아니, 따가운 시선이라기 보단 날카로운 창날이 등 뒤에서 나를 겨누고 있는듯 한 느낌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케이아스! 너 좀 있다 왕궁에서 보자, 그 기분 나쁘게 붉은 머리를 확 대머리로 만들어 버릴테니까."


 공주가 내게 내뿜는 살기는 물론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 검술로는 내게 상대도 안 되지만 왕족이라는 권위로 날 어떻게 억누를지 모른다. 그녀의 자존심이 왕족의 권위로 상대를 억누르는 것을 허락 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왠지 불안하다. 설마 그 한마디 했다고 교수형까지 시키지는 않겠지? 그래,그래, 아닐거야, 제니프리 국왕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니까...


 공주는 투덜투덜 거리며 '쟤를 어떻게 골려줄까?'라는 표정을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왕궁을 향했다. 나 역시 잭과 작별 인사를 하고 공주의 뒤를 따랐다.


 대략 오후 2시경, '좀 있다 왕궁에서 보자!'라는 클레오네 공주의 답변은 어이없게도 검술 대련이었다. 나는 상대가 아무리 여자라도 봐주지 않는 성격이다. 물론 적일 때만 그렇지만... 하여튼 나와 클레오네 공주는 왕궁의 뒤뜰에 있는 검술 대련장으로 갔다. 검술 대련장은 풀밭이 깔린 왕궁의 뒤뜰이자 성벽도 함께 있는 한마디로 뒷마당이었다. 뒷마당이어도 충분히 넓을 만큼 넓었다. 그곳에는 한쪽에 늘어선 몇 개의 벤츠와 그 사이사이에 놓여진 목검함이 있었다. 나와 클레오네 공주는 각자 목검을 뽑아들고 서로 마주보고 서서 머리를 숙여 예의를 갖췄다.


 "이야압!!"


 누가 더러운 성격 아니랄까봐 서로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달려오는 사람은 클레오네 공주였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지금과 같이 너무 느려빠진 형편없는 공주의 공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고는 곧바로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피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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