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주요 외신들은 서울발로 이렇게 타전했다. ‘돌아온 그들이 토고를 2대 1로 이겼다. 대한민국의 거리는 또 다시 붉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거리에서, 병원에서, 심지어 교도소의 높은 담장 안에서도 축구경기를 보는 것이 허용됐고 모두들 힘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AP통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붉은 악마가 되었던 바로 그 날, 주요 외신들이 타전했던 기사에는 교도소의 높은 담장 안의 수형자들이 TV로 월드컵을 시청한, 사건 아닌 사건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만큼 교도소에서 월드컵을, 그것도 녹화가 아닌 생중계로 본다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이른바 사건이었던 것이다. TV 시청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담장 안의 사람들... 그들이 바로 수형자들이다. 푸른 옷을 입은 수형자가 되면 그 순간부터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권리인 인권을 제한받게 된다.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인권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시설의 안정과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견해였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죄를 지어 수형자가 된 사람들이 보통의 시민들과 똑같은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수용시설도 우리 사회의 작은 테두리이며 또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에 그 안에 존재하는 수형자들도 나름대로의 기본권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수형자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는 특히 참여정부 들어 빠르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적, 시대적 흐름에 따라 법무부에서도 변화전략계획 희망을 여는 약속을 통해 이른바 ‘수용자 인권’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가장 기본적인 변화는 현행 수용자와 그에 관련된 용어의 변경이다. 이에 따라 ‘행형법’은 ‘수용자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변경이 추진되고 있는 용어들은 다음과 같다.
사형수 ---> 사형 확정자
교도소 ---> 교정시설
계구 ---> 보호장비
작업상여금 ---> 작업 장려금
또한 차별금지 규정 등을 새로 정했고, 교정시설 내 집필사전허가제도가 폐지되었으며 여성, 노인 장애인등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배려규정을 새로 정했다. 미결수형자의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수용처우를 천명하기로 했으며 징벌 종류의 확대로 현행 금치위주의 징벌제도도 개선하기로 하였다.
또한 수형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관리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 의한 상담, 심리치료, 생활지도 등의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설되는 수용시설은 규모를 500명 기준으로 설정하고 거실의 채광, 통풍, 난방시설까지 고려하여 시설의 청결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수형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오는 2016년까지 낙후된 수용시설을 현대식으로 바꾸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법무부에서는 장기 계획으로 징역형 이상을 받은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현행법은 무기수에 대해서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박탈하고 유기수에 대해서는 형집행이 종료될 때까지 선거권을 중지시키고 있다.
이런 현행법이 과실범까지도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어서 너무 가혹하다는 사회 일각의 지적에 따라 외국사례 등을 충분히 분석, 검토하여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수형자의 선거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사회 일각에서 범죄자에게 너무 좋은 시설,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하고 있지만 수형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어디까지나 제2 , 제3의 범죄를 하지 않도록 막기 위함이며 이것은 결국 건강한 사회 유지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다. 또한 수형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기초로 한 변화인 것이다.
법무부는 특히 여성 수형자 인권 보호에 각별히 관심을 쏟고 있다. 수용자의 각종 상담조사는 동성 직원이 실시하기로 하는 등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여성 수용자에 대한 성차별이나 성추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국 교정기관의 분류심사 상담실 출입문을 투명한 대형 유리로 교체, 밖에서도 상담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도록 시설 보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일선 교정기관별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교정행정자문위원회」와 「성폭력감시단」「교정시민 옴부즈만」을 위촉, 교정행정에 대한 심의·자문은 물론, 교정시설의 운영 및 수형자 처우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교정시설 방문, 수용자 면담 등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언제든지 법무부장관에게 자문·건의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교정행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섰다.
그동안 '선처' 방아온 수형자 인권...변화의 전기 맞다
오래 전 우리 사회에 ‘인권’ 이라는 것이 정착되기 전에는 수형자의 인권은 말 그대로 ‘선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는 수형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따라서 그들에 대한 단죄와 인권보호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인식변화가 시작되었다. 법무부도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쉽지 않은 일을 실천하기 위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수형자의 인권보호와 철저한 교정교화를 통한 수형자들의 건강한 사회 복귀인 것이다.
지난달 19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의 교정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 24회 교정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천 장관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수형자들의 상처를 쓰다듬고 씻어 주며 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해, 그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와 재범방지를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