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2006년 7월 10일 월요일, 월드컵 결승전 다음날 쓴 글을 오늘에서야 올립니다.
이번 월드컵은 프랑스에 사는 나로서는 상당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무엇보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운동 경기와 다르게, 심지어 올림픽도 상대가 안 되게, 월드컵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본다. 2002년 이후, 우리나라의 위상 변화를 더 실감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이다.
프랑스 국민들에게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과반수 이상은 공화국 대통령 자끄 시라끄도 아니고, 프랑스의 국민 가수 조니 할리데이도 아니고, 바로 지단을 꼽는다. 그런 그가 은퇴를 선언하고, 다시 감독과 국민의 부름으로 국가대표팀 복귀를 하고... 오죽했으면 Zidane y va marquer란 싱글이 발매되어 대박이 날 정도로, 이번 월드컵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Allez les Bleus를 패로디한 Allez les blés가 최대의 유행어가 될 정도까지. (전자는 « 알레 레 블뢰 »라고 발음되고 후자는 « 알레 레 블레 ». blé의 사전상 의미는 ‘밀’이지만, 생활어에서는 ‘돈’이란 뜻. 대략 ‘돈 좀 벌어보세~’ 정도의 의미)
사실 결승전에서 프랑스가 우승을 하건 말건 그건 그다지 별 상관없었지만, 제발 이태리가 우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랬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경험한 이태리 사람들"의 <깐죽거림>과 <빈정됨>은 그 어떤 국적 소지자들보다 최고였다. 축구 경기도 얼마나 dirty하게 하는지… 오죽했으면 자기들의 유니폼 못 잡아 당기게 쫄티를 만들었을까. 정말로 치사하고 드럽기 그지없고, ‘이보다 짜증날 수 없다’ 영화 찍겠다는 신념 하에 경기를 치루는 이태리.
사실 난 축구에 그렇게 광적으로 열광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경기는 매우 드라마틱하고, 경기 자체가 ‘재밌다’. 그렇기에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그의 경기에 미치는 것이 아닐까. 축구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다 받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NBA에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이 있었으면, 축구에 지네딘 지단 Zinédine Zidane이 있다. 예전 그의 경기들, Cannes-Bordeaux-Juventus de Turin-Real Madrid의 경기들을 보고 있으면, ‘축구도 저렇게 재밌게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게 한다. 오죽하면 아직도 유로 2000 프랑스 대 이태리의 결승전과 유로 2004 프랑스 대 잉글랜드의 4강전 경기녹화 테이프를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을까.
Crillon 호텔에서 일하던 시절, 띠에리 엉리 Thierry Henri의 Paris의 아파트가 이 호텔이었던 고로, 그를 2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지단과 함께 저녁을 먹으로 왔던 날이었다. 그들에게서 내가 느낀 건 ‘자연스러움’이다. 그 어떤 으스댐도, 우월감도 아닌 그냥 자연스러움. 주문을 함에 있어서도, 거들먹거림이나 ‘나 좀 알아보고 알아서 대접해봐’가 아닌, ‘저도 맛 좀 보게 해 주실 수 있어요’의 바로 그 자세.
오늘도 출근하면서 콩코드 광장을 지나는데 크리용 호텔 앞을 지나치면서 보니, 뭔가 준비하는 분위기인게, 아마도 크리용 호텔 1층 발코니에서 샴폐인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Henri는 또 Les Ambassadeurs에서 저녁을 먹었겠지. 장기간 해외 체류를 하다가 이렇게 본국으로 돌아오면 그 동안 먹고 싶었던 것을 먹는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리이니.
오늘 오후 쉐프가 부르더니, 특별 지시를 하는데 빠트릭 비에라 Patrick Vieira와 윌리 사뇰 Willy Sagnol이 저녁 먹으러 온다고 하더라. 아마도 지금 호텔에 묵고 있는 토니 파커 Tony Parker (미국 NBA San Antonio Spurs에 있는 프랑스 농구선수)와 함께 먹을 것 같다는 얘기와 함께. 호텔 바에서 그들이 인터뷰를 하는데, 어제 경기의 지단의 박치기에 대한 얘기가 주였는데, 아마도 심각한 인신 모독을 했다는 듯.
다른 스포츠 스타들에 비해, 가족적이고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그이지만, 그렇기에 정말로 가쉽이 없는 그이지만, 사실 지단이 그렇게 신사科는 아니다. 다혈질에 더해, 아랍인으로서의 전형적인 ‘곤조’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것들을 맨날 터뜨리는, 예전 NBA의 Denis Rodman처럼, 그런 류의 선수는 또 아니다. 게다가 자신의 인생의 공식 마지막 경기에서 그럴 바보는 더더욱 아니고.
곧 있으면 그가 밝히겠지만, 만약 그 이태리 사람(마테라치)이 한 얘기가 저런 인신공격성 발언이었다면, 난 지단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남자는 자존심이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 명예, 그리고 내 가족은 내가 지켜야 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라틴계 유럽인들의 아랍인들에 대한 멸시와 모독을 많이 들어온 나로서는, 마테라치가 인종차별적 발언은 한 건 당연한 거고, 과연 어떤 수준의 얘기를 했을까 자못 궁금하다. 5년을 이태리에서 보낸 지단은 네이티브 수준의 이태리어를 구사하기에, 특히 이런 욕 같은 것들은, 그 어떤 언어보다 빨리 익혀지기에 100% 이해를 다 했을 터인데… 아마 지단이 이 부분까지 거론한다면, 마테라치는 평생 알 카에다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언젠가 알 자지라에서 처형식을 라이브 생방송으로 공개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지단도 그런 부분까지 생각을 하기에 여기에 대한 발언은 언급하지 않을 듯. 근데 솔직히 우리의 경우도 생각해보면, 일본인들이 뭐만 하면 ‘쪽빠리 주제에…’, 중국인들에겐 ‘저 짱깨놈들은 진짜…’ 이렇게 시작되는 게 너무 쉬운 순서 아닌가. 여러 민족이 옹기 종기 살고 있는 유럽이란 땅덩이는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다. 같은 나라 사람끼리도 그러는 마당에… 게다가 아랍인들에 대한 그건… 상상을 초월한다.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남자다운 섹시한 맛이 있고, 베컴의 세련미하고든 정말로 거리가먼 마르세이유 액센트의 지단. 하여간 더 이상 그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다. 그냥 단지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그의 마지막 roulette marseillaise (마르세이유 룰렛)을 볼 수 있었던 것에 만족을 하는 수 밖에. 명예와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지단의 퇴장, 난 정말로 그의 이름에 걸맞는, 그리고 그만이 할 수 있는 전설적인 은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렇게 그는 그의 신화를 마무리 지었다. 마치 그의 DVD 타이틀의 제목 comme dans un rêve처럼, 월드컵 직전 개봉한 그의 자전영화 Zidane, un portrait du 21e siècle처럼.
당신은 정말로 위대한 선수였습니다, 므슈 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