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에는 이런게 있습니다.
사자에게는 천 평의 땅이 필요하지만..
토끼에게는 한 평의 땅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에게 수십억 달러의 흑자를 거뒀
는데 시장이 더 개방되면 훨씬 큰 이익을 얻는다는 거죠.
그런데 말이지요.
미국이 그동안 우리 시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전력투구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좋은 시장을 왜 일본은 가만히
두고 FTA를 체결하지 않을까요? 돈냄새 잘 맡기로 소문난 일본
이 멀쩡한 밥그릇을 왜 그냥 놔둘까요?
신문기사로 난 이야기를 하나 하고자 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라고 있습니다.
처음 듣는 사람도 많겠지만.. 우리나라에선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모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올 2월에
FTA로 인해 일어날 결과를 예측했는데 오히려 FTA를 하게 되면
대미무역흑자가 절반으로 줄 수 있으며 그 이상의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한 거지요. 그리고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고용효과도
오히려 10만명 창출이 아닌 8만 7천명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임금 일자리만 줄줄이 늘어난다고 하는 거지요.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2005년 기준 대미무역흑자는
107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FTA를 맺게 되면 그 이후에
42억~51억 달러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이건 반대론자가 한 것도 아니고 국책연구원에서 내놓은 결과입니다.)
보다 큰 문제는 우리의 식량자급 문제입니다. 이미 20%대로 떨어
진 농업자급력이 그나마 90%를 넘고 있는 부분은 단 한 가지..
쌀입니다. 그러나 저가의 쌀이 집중적으로 밀려들어와 쌀농업이
망하고 흉년이 들면 아주 작살나는 겁니다.
수출은 안 되면 허리띠 졸라매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쌀값이 폭등
하면 죽을 수 밖에 없죠. =. =;; 1차 산업으로 무시당하는 농업이
가지는 파괴력은 엄청난 겁니다. 저렴하게 꾸준히 쌀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히 농업을 포기하고 거기에 따라 생기는 이
익에 농업인구를 돌리겠다는 것이 영삼이 아찌 시절부터 이어진
논리지만.. 농사짓던 분들이 컴퓨터를 만지고 서비스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 식량을 마음대로 구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요즘은 기상이변으로 식량이 뭉쳐 움직입니다.
그리고 농업의 경우 농업을 짓던 사람들이 무너져 버리고 나면
다시 재생하기 쉽지 않습니다. 플랜테이션화하여 대규모화하면
된다고들 하지만 그래봐야 이 작은 나라의 산지를 제외한 좁은
면적에서 대규모 농업회사들의 플랜테이션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다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단순한 경제논리로 판단할 문제도 아니며, 정부기관에서 스스로
분석한 결과 불이익이 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힘이 없어서 끌려가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공개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미국 협상단은 국회인 상원
과 하원에 전문 위원회를 두고 협상문구의 토씨 하나까지 선정해
가면서 대응하는 반면 우리는 국민의 여론이 분리되어 국론이 갈
라지면 협상력이 약해지며, 협상전략이 노출된다고 숨깁니다.
저기선 각종 대표들이 로비를 해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찾고자
달려들지만 우리는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거둔 이익을 볼 때 우리는 미국과 자신있게 붙어볼 수 있
다고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상당 부분에서 우리의 손과 발을
묶어놨습니다. 투자자의 정부제소권은 막강한 자본력과 법적 지식
을 보유한 상대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경험과 인력이 부족한 우리
나라가 그동안 당연한 것도 잘 지키지 못한 것 기억하지 않나요?
우리도 같이 걸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실제로 그 제소권을 사용한
케이스는 미국이 단 한 건 밖에 당하지 않고 몇십 대 1의 절대적인
차이를 지닌채 미국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밀건 밀어야 합니다. 그네들이 뻑하면 들이대
는 수퍼 301조와 반덤핑제소권의 남발을 묶고 투자자의 정부제소
권을 공익이 우선하는 범위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말이지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 주변의 사회보장장치가 사라지고,
수출의 제한을 여전히 겪게 됩니다.
그네들은 다른 나라에게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자신들
에게는 보호무역을 적용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지요.
우방이기 때문에 이런걸 지적하면 불온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알건 알아야 뒤통수는 맞지 않습니다.
사자에게는 천 평의 땅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하물며 토끼가 가지고 있는 한 평의 땅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사자는 토끼를 필요로 하지요.
그리고 천 평의 땅 안에 토끼가 없으면 천 평의 땅도 필요없습니다.
우리는 토끼가 되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사자가 될 수 없다면
아직은 사자가 들어올 수 없게 울타리라도 쳐둬야 합니다.
지금의 세계화를 내세운 FTA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FTA,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안 되지만..
알건 알아야 찬성이든 반대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