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외침은 살아있다
영화 `홀리데이"에서 탈옥수 지강헌(영화 속에서는 지강혁)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외침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였습니다. 돈만 있으면 자신이 저지른 죄까지도 살 수 있다는 얘깁니다. 법복을 입는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일반인들, 즉 민초들은 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법관을 물러나는 사람도 퇴임사에서 "유전무죄 관행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불러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절실한 얘기는 재임 중에 하지 않고 떠날 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며칠 후, 이번에는 `유전무죄"를 입증하는 사건들이 벌어졌습니다. 브로커로부터 골프와 금품, 향응 접대를 받은 판, 검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습니다. 또 이런 통계도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된 기업인 53명 가운데 50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집행유예 비율이 무려 94.3%에 이릅니다. 유전무죄가 절대 빈말이 아닙니다.
법을 주무른다고 스스로 법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향응 접대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짐작은 갑니다. 브로커가 건네는 술을 마시고 눈을 깜박거리며 비릿한 웃음을 건네서야 되겠습니까? 나라의 법을 팔아먹어서야 되겠습니까? 이러고도 법정에서 민주와 정의를 입에 담을 수 있습니까?
구속된 브로커는 "법원, 검찰 사람들 술과 돈에 맛 들어 있었다."고 이 나라 법조계를 한껏 조롱했다고 합니다. 사람의 신분은 원래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도둑질하면 도둑놈이지 도둑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의 법을 도둑질한 사람들은 극형에 처해야 합니다. 그래야 돈 없고 `빽"이 없어 감옥에 간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습니다. 가난이 죄가 되는 나라에서 오늘 아침 당신께서는 안녕하십니까? 제 글이 너무 격한가요? 그렇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강헌의 외침은 지금도 시퍼렇게 살아있습니다.
〈김택근/시인〉경향신문 아침글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