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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예체능계에 대한 편견들

박민선 |2006.08.04 21:47
조회 70 |추천 1

제목:제발 저를 다르게 봐주세요

 

 

 

 

 

 

 


너는 피아노 치니 손이 이쁠꺼야
너는 피아노 치니 집이 부자겠네
너는 피아노 치니 공부는 잘 못했겠구나
너는 피아노 치니 대학은 쉽게 들어갔겠군






5살때부터 21살인 지금까지 피아노를 쳤으니, 올해로 피아노를 접한지 햇수로는 17년째가 되는군요, 본격적으로 전공으로 공부를 한건 10년 안팍입니다만, 여튼 그때부터 질리도록 들어왔으니 이젠 못이 배겨 익숙할때가 됐는데도, 저런 소리를 들으면 저는 아직까지 두눈을 치켜뜹니다. 비호감가는 일련의 행위나 언행을 접했을 때 반사적으로 매섭게 노려보는 제 오래된 습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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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전 교수님댁으로 렛슨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택시 기사님께서 그러시더군요.


" 우리딸도 피아노 잘 쳤는데 돈이 없어서 계속 못 시켰지
학생네는 돈 많았나 보지? 그래 돈만 있으면 나도 예체능 시키지. 대학 들어가기도 쉽고.
우리 딸도 더 쉽게 대학 들어갔을껄, 하는 사람도 적고 애들은 공부를 못하고. "



아저씨 그런게 아니에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대놓고 저런말씀을 하시는 분들께 제가 짧은시간동안 그분들의 고정된 사고방식을 깔끔하게 변화시킬 자신이 없었습니다. 비단 기사님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오래되고 단단한 편견으로부터 아직까지 나는 초연해 지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왈칵 눈물이 나더군요. 악보에 남은건 간절하지만 희미해진 진심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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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예체능계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진 말아주세요.
꼭 돈이 있어야, 집이 부자여야지만,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바보인 그런 집단이 아닙니다.

일반 고등학생들처럼 똑같이 힘든 입시를 치르고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합니다. 물론 렛슨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돈'은 음악이나 예술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전제는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돈이 있어야만 예술을 할수 있는 건 아니라는 소립니다. 제 주위만 봐도 힘들게 모아가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고, 경제적 문제로 장학금을 위해서 밤낮 연습실에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연습을 위해 투자해야만 하는 시간이 많아서 공부에 매진하는 시간이 적어지니 당연히 일반적인 지식들은 인문계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떨어집니다. 그분들이 공부에 매진하실때 저희는 악기를 잡습니다. 집중력으로 뛰어 넘을수 없는 시간의 힘을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하루 10시간 공부하는것과 5시간 공부하는것의 차이 말이에요. 음악의 경우에는 악기와 싸우는 동안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커서 그냥 녹초로 뻗어 자는 경우도 많구요
그런데 왜 이런 저희가 바보집단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요.. 음악도 공부입니다. 남들과 다른 분야를 걷는다고, 자신이 아는것을 알지 못한다고, 그 사람을 폄하하고 깔보고 낮추고. 가슴이 너무너무 답답합니다.

편하게 대학 들어간다고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각 학교마다 천차만별 다른 입시요강을 따르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요하는지 아시면 그런소리들 안하실 겁니다.

악기는 하는만큼 느는게 아니라는걸 잘 아실겁니다. 개인별로 연습 하는 방법, 렛슨과 선생님, 공부하는 방법, 얼마나 좋은 귀를 가졌느냐, 듣고 연습하는것, 연습할때의 집중도에 따라 한번에 쑥 늘수도, 영원히 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예중 예고를 나왔는데 중 3 내도록 실기에서 헤매다가 고 1 들어가서 처음 친 실기시험에서 평균 채점 점수가 10점 넘게 올랐습니다.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불쑥 찾아오는 그 감각을 캐치 해내지 못하면 평생 헤매는게 예술이고 음악입니다.  

수능이 끝나면 새벽부터 피아노 연습을 해야하고, 점심 저녁도 먹을 시간 없이 렛슨에 연습인 하루가 반복이 됩니다. 만든 악보는 찢어지고 뚫려서 새 악보를 복사해서 붙이는 일만 해도 수십번을 해야 하고, 피아노를 치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 손가락에 붕대를 칭칭 감고, 아프지만 그래도 연습 해야 하는게 저희들이에요. 하루에 12시간씩 피아노를 치면 목부터 어깨관절 척추 요추 경추에 당연한듯 무리가 오는데 전기치료를 받거나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도 연습을 해야 합니다.  ( 피아노를 포함한 악기는 일반 공부와는 달라서 한번 감각을 놓치면 그 감각을 다시 찾는데 수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됩니다. 입시기간에 하루를 쉬면 3일을 다시 연습해야 제 감각을 찾을수가 있죠. 그래서 아파도 무리가 되는걸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전기치료도 계속 받다보면 일정의 암페아에는 반응도 하지 않게 되어서 전류량을 더 늘려가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가 그랬어서 입시 막판엔 거의 제일 센 단계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무용하는 친구들은 체중 조절을 위해 하루에 20시간이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무대에서 뛰고 날면서도 오이 3개를 먹더군요. 사람이 할 짓입니까?  

미술하는 친구들의 필통을 보니 끝만 남은 몽장연필만 50자루가 넘었습니다.
하루종일 물감과, 목탄과, 연필과, 디자인과, 색채와 구성을 연구합니다. 저라면 하루도 못 버텼을겁니다. 친구의 말을 빌자면 눈을 감으면 총천연색의 물감이 눈 앞에 차례로 왔다 갔다 거린다네요, 마치 화면조정시간의 TV를 움직이는 화면으로 보는것 처럼요.


물론 아닌 분들도 있고, 더 쉽게 연습하고 공부하신 분들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곳에서 실례를 찾다보니 제경우와 제 주위 경우들을 들게 되는군요.



음악은 좁게는 한 인간삶의 내면을 풍성하게 표현해 내고 넓게는 삶의 인문학적 철학적 사회학적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사유케 하는 학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비대중과, 비전문화 되어 있는지 매일매일 소름끼치도록 느끼고 있는 저희는 바싹마르고 척박한 문화의 땅에 내동댕이 쳐진 작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나무를 키우는 고된 과정의 모든 일들을 일반적 사회의 통념을 투사시켜 이해하지 말아주세요. 돈 많고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서 쉽게 쉽게 대학가고 공부하는, 이기적인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소수 엘리트 집단이라는 인식을 버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 음악계 내부 역시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태동하고 틀을 깨고 나오는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글의 전체적인 논지와는 맞지 않는것 같아 언급하지 않았음을 이해해 주세요 )  



2005 Caroline.

추천수1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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