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李健熙) 회장이 말하는 ‘천재 경영’이란 화두에 재계가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한 두명의 천재보다는 유능한 리더로서 CEO를 육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구본무 LG그룹 회장)라든가 “기업은 한 사람의 천재보다 힘을 합칠 수 있는 다섯 사람의 범재가 필요하다”(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는 반박론도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이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그의 ‘천재’ 개념이 일반 관리능력보다는 너무 이공계(理工系)에 치중됐다는 痔暳?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천재란 우리 국민의 고정관념에 스며들어 있는 ‘기계적 평등주의’를 극복해보려는 개념”이라고 설명한? ‘능력과 실적에 상관없이 대우는 똑같거나 비슷해야 한다’는 철학에 대해 그는 강력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우리 사회는 이공계를 기피하는 분위기와 지나친 평등주의 때문에 한명이 수만명, 수십만명을 먹여살릴 천재를 키우는 교육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럼, 천재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빌 게이츠가 미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 났다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나 빌 게이츠가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가의 정책과 전략이 천재양성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얘기다. 이 회장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유분방하고, 노력하고 이긴 대가가 확실히 따르는 나라이기에 그런 천재가 클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미국은 사립학교에서 천재급을 키우고, 이것도 모자라 이민(移民)을 통해 세계 각국의 이공계 두뇌를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국력이란 것이 다른건가요. 이것이 바로 국력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지요.”
이 회장이 아들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와 함께 1500억원의 기금(基金)을 출연해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지난해 설립한 것도 그런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같은 천재를 찾아서 10년, 20년에 걸쳐 육성해 보겠다는 뜻입니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상이 자유롭고 생각이 기발해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지금껏 아무도 생각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이건희 장학재단은 항간에서 세금 축소를 위한 수단이니 어쩌니 말도 많았다. 천재를 제대로 감별할 정도라면 이미 그 사람 자신부터 천재여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자질있는 평가자가 있겠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삼성그룹의 도약적인 발전은 ‘천재’ 덕분이라기보다는 ‘반도체 투자 등 오너의 과감한 결단’ ‘D램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우호적 전개’ ‘경쟁업종이 많은 일본 경기의 침체에 따른 상대적 이득’ 등에서 찾는 의견도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순수’한 의도를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섭섭하다는 표정이다.
그는 “삼성이 나라의 인재 키우기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라 덕분에 (삼성이) 이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천재 양성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해보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