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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가 오고 있다. 거대한 무엇인가가 오고 있다..."
늙으수레한 노파는 지니고 있던 수정구슬을 가리키며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둘러서 있던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
로 노파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파는 마른 침을 삼키며 힘든 표정으로
수정구슬을 쓰다듬었다.
"당신들을 찾고 있어..저 서쪽에서..거대한 어둠이 밀려오고 있네."
그녀는 더이상 말을 잇기조차 힘든지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눈을 감
았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함이 있는 듯 그녀의 오른손과 왼손은 펼쳐
져서 자신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게 다요? 괜히 길가던 사람들 붙잡아서 뻔한 레파토리 읖고? 돈을
요구하다니!!!!"
건장한 근육질의 남자는 분통이 터지는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제지 한것은 성스러운 신관의 의상을 걸친 긴 흑발의 여인
이었다.
"브라이트! 할머니께 무례를 범하지 마세요. 이분이 가지고 있는 수정
은 상당한 마력을 지닌 도구예요."
"에잉, 알았어. 켈레드가 하는 말이니 그런가 보지 뭐..쩝.."
마치 순한 양처럼 여인의 말에 순순히 고분고분해지는 남자 브라이트,
이들은 일전에 스켈의 루비를 강탈해 갔던 일행이었다. 켈레드의 제지
를 받는 브라이트를 보며 일행으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은근한 목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브라이트 아저씨, 그동안 켈레드 이모한테 완전히 잡혔군요. 쯧쯧쯧"
순간 브라이트와 켈레드는 동시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파라! 어른들을 놀리면 못써요."
이번에도 켈레드의 부드러운 제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그들 사이에서 피곤함에 눈을 감고 있던 노파였다.
'이 잡것들이 복채나 내고 어여 사라질 것이지 울화통터져 죽겠다.'
내심 이런저런 욕을 하고 있었지만 행여 복채를 내놓지 않고 갈까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참고 있는 상태였다. 그 때 한 남자아이가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할머니 그럼 서쪽으로 가지 않으면 되는 건가요?"
노파는 슬쩍 눈을 뜨고 상대를 바라 보았다.
'고놈 참 귀엽군, 흘흘흘'
"당연하지, 서쪽은 위험해 거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 그렇다면 동쪽은요?"
노파는 잠시 수정을 보더니 다시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동쪽은 .... 서쪽보다는 위험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구나.."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줄 몰라하는 두 남녀를 지켜보던 파라가 끼어
들어 말했다.
"할머니? 서쪽보다는 아니라구요?"
"그래."
"파라님"
"좋았어, 어차피 동쪽으로 갈 참이니까. 상관 없잖아요. 로우"
"그,,,그렇긴 하지만서도.."
파라는 힘차게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자! 이제 가자구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파는 다급히 말했다.
"잠깐! 복채는 주고 가야지!"
그러나 주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노파는 서둘러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이미 자리에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체념한 것일까.. 조용한 주위를 다시 둘러 보더니 그녀는 수정 구슬을
들여다 보았다. 아까와 다른점이 있다면 두 눈동자가 활활타오르고 있
다는 것일까?
"이 놈들 재앙을 내릴테닷!!!"
한 노파의 가슴에는 분노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
내가 사람들의 마을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의 일이었다. 꽤 큰 규모의
마을은 술에 취한 주정뱅이와 사랑을 속삭이는 청춘남녀를 제외하고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시간이기 때문이겠지만 서
도.
- 쉬이이익
마을에서 얼마멀지 않은 언덕에 올라 마을 내부를 바라보던 내게 세바
스찬의 거친 혓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고픈 것일테지, 야식시간을 지키
기 위해 세바스찬이 그 몸뚱이를 나의 두 동공을 통해 빼내고 있었다.
그간 너무 살이 쪄서 눈구멍을 통해 빠져 나오기가 힘든지 세바스찬은
짜증스런 기운이 가미된 혓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 세바스찬 살 좀 빼라. 크크크 -
기진 맥진한 세바스찬을 잡아 강제로 빼낸 뒤 풀 위에도 놓으니 어슬렁
거리며 유유히 숲으로 들어가는 세바스찬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마을을 유심히 살펴 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첫째가 현재 상태로는
마을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이고 사실 그동안 노략질(?) 또는 걸칠 옷
가지 하나 구경하지 못해서 내 몰골이 최후의 그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최후라면 뼈다귀말고 또 있겠는가, 그리고 두번째가 아무래도
감만 믿고 따라가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기에, 아니 여기서 당신이란
단어는 어감이나 내용면에서 맞지 않는 듯 하니 너무 먼 강도들이기에
점술사를 만나 볼까 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을 때만 하더라도 점술사
들의 예지력은 무시 못할 것이었으니 지금도 믿을만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나보려는 것이었다. 아,,,그런데 몸에 걸
칠 것을 어찌 구한다...이리저리 고심하고 있던 차에 세바스찬이 들어간
숲에서 왠 비명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재빨리 숲으로 몸을 움직였다.
"끼아아아악!"
"으아아악! 마물이닷!"
소리가 난 곳에 도착해보니 이건 청춘남녀의 오붓한 상열지사가 한참
인듯 두 손을 꼭 붙잡고 놀란 표정으로 나와 세바스찬을 번갈아 보는
남녀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른게 아니라 남자
는 마을의 경비를 보고 있었는 듯 간단하지만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
기 때문이었다. 금상첨화격으로 망토까지 있는 것이 오늘 횡재했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계산하는 도중에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는 허리춤에 검을 뽑고
내 두개골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순간 살기를 느낀 나는 재빨리 검을
입으로 물고 그의 몸을 뱅뱅 회전시키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옷을 벗
겼다. 마침내 아랫도리의 중요부위만 살짝 가린 것을 제외하고 모두
벗겨내자 너무 회전을 시켜서 어지러운지 남자는 기절해 버렸다.
그 모습을 경악스런 표정으로 지켜보던 여자는 남자가 홀딱 벗고 기절
하자 자신도 가냘픈 표정으로 풀숲에 쓰러졌다. 하하하,,젠장 내가 곰
이냐 죽은 척하게...서둘러 옷가지를 챙긴 나는 세바스찬을 재빨리 낚
아 채고는 입에 꿀꺽하여 두개골에 넣었다.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한
세바스찬의 투정어린 몸부림이 두개골에서 느껴졌지만 다이어트를 시킬
겸 무시하고 자리를 옮기려했다. 그 광경을 죽은 척하며 지켜보던 여인
은 공포가 극에 달했는지 완전 축 늘어지고 말았다. 손쉽게 둘을 해치
우고 자리를 뜨려는 찰나 이대로 가면 이들이 불쌍하게 보여 일전에
했던 것처럼 모닥불 하나 켜주는 답례를 하고 발길을 옮겼다. 크레네
이정도면 착한것 아닐까?
하늘 높이 솟아 오른 달님의 밝디 밝은 모습에서 언제나 그리워하던
나의 크레네가 비추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