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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유감] 공부 편식

이인석 |2006.08.24 15:08
조회 11,315 |추천 82

나는 97학번으로 수능 세대이다.

이전엔 학력고사라는 시험이었지.

이 두 시험에는 차이점이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다음 두 가지이다.

 

① 학력고사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외웠는가?)에 치중했다면,

    수능은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에 치중한 시험이라는 것.

② 시험에 반영되는 교과과목이 수능시험부터는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수능에선 음악/체육/미술/공업/상업/교련 등이 제외되어 있다.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후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배워야 할 과목수는 엄청 나다.

그래서 학생들은 힘들어 했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짐을 덜어달라고 외쳤다.

그래서인지 시험에서 일부 과목들이 빠지고 있다.

수능이 되면서 예체능 과목과 공/상업 같은 선택 과목만 빠지더니

대학별로 [언어/사회/외국어]만 혹은 [언어/수학/과학] 만 점수에 반영한다고 하여

이제는 아이들이 자기가 가고자 하는 대학에서 반영한다는

일부 과목만 공부하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말이 되냐고???

 

 

언어/사회/외국어만 디립다 공부한 문과형 인간.

고기반찬만 먹는 육식동물처럼 보이지 않아?

언어/수학/과학만 공부하는 이과형 인간.

무슨 채식주의자야?

 

예전부터 문/이과 나누지 않았냐고?

그래, 그 때도 문제였지.

17살 어린 나이에 인생을 이미 정한다는 게 말이 돼?

어릴 때 꿈이 외교관이라 문과를 갔는데 아차 생각해보니 천문학자가 되고 싶어졌어.

초난감한 것이지.

그래도 전엔 과목들의 깊이가 다를뿐 대부분 겹쳐서 배웠다고,

그런데 지금은 너무 심하잖아.

국어/수학/과학만 공부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니.

그 아이가 장차 물리학자가 된다한들 논문이나 문법에 맞게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고,

언론을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수능에서 제외된 과목들도 내신에는 반영된다.

근데 수능 반영률 대비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따져보면,

Limit 취하면 0에 가까워지잖아.

 

어릴적 애들이 그런 얘기를 했다.

'야, 어른되면 물건 사고 팔고 할 수 있게 산수만 알면 되지

 함수랑 미분 같은 거 왜 배우는거야?'

수학 교육의 목적은 살면서 계산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수학 공부는 모두 해야 옳다.

단, 한국의 중고교 수학 수준은 너무 높다. 그러니 많이 낮출 필요가 있고,

(대학에서도 배우는 미적분을 왜 하는거야..)

전체 교과에서 수학이 차지 하는 비중이 너무 높으니 줄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수학이랑 영어 빼고 다 잘 하는데, 공부 못하는 애로 치부되는

이 현실, 너무 불공정 하지 않아?

 

즉, 문제는 과목 수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과목의 난이도와 그것을 평가하고 반영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

 

 

괜히 학생들과 학부모들 만족시켜주겠답시고,

건강한 애들 영양실조로 몰지 말라고!

 

 

내가 부모라도 조기 유학 보내고 싶겠다.

 

순간,

고등학교 때 기술이나 상업 선생님께서 수능 시대가 되면서 자기들이 뒷방 신세가 되었다며..

학력고사 땐 자기 과목이 인기 과목이었다고 서글퍼하시던 기억이 난다.

 

골고루 배우되

잘 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그런 아이를 칭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이다.

 

편식은 이제 그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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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에서 쓴 글을 광장으로 보낸 것인데,

댓글이 많이 달렸군요. 몇몇 반론을 제기한 분들께 재반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싸이에서 이런 문화를 경험하게 되니 기분이 묘하군요 ^^

 

한현우님, 김성식님,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교양 교육입니다.
즉 고등학교의 교육(교양 교육)은 전인 교육의 일환이므로
가능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문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대학 이상의 교육인데,
이는 기본적인 수준이 갖추어져야 있어야만 제대로된 수용이 가능한 것이지요.
단지 문제는 위에서도 언급했 듯이 그 깊이와 평가에 있다고 봅니다.
수학을 공부하지만 잘 못하더라도 다른 과목을 잘하면 커버가 되야죠.
그런데 지금은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미술을 잘하는 아이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혹은 뛰어난 아이로 너무 당연시 치부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계를 만드는 사람이 18세기 사회에 대해서 알아서 무엇하느냐고요?
몰라도 됩니다. 하루 24시간 기계만 대하면서 살 것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알면 더 좋겠죠. 교양이니까요.

 

김형용님,
편식은 그만이라고 외쳐놓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하게 하자는 말이
논리에 어긋난다고 하셨는데, 진의를 잘못 이해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환경은 국/영/수 라는 '특정' 과목에 대한 편식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모든 공부를 폭넓게 하게 하되 국/영/수가 아닌 다른 분야를
더욱 좋아하고 잘 하는 아이들에게도 그 만큼의 메리트를 부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해주자는 얘기이지요.

 

윤영돈님, 말씀 맞습니다.
언/외/사 식을 요구하는 대학이 문제이지요. 대학이 요구하니 학생들은 따라갈 수 밖에 없죠.
저도 동의합니다. 더불어 교육부도 문제죠.
교육부의 역할은 그런 것들을 감시하고 조정하라고 있는 기관이니까요.

그리고, 평가만 다를 뿐 전 교과에 걸쳐 교육이 되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근데 문제는 교과 편성은 다 되어 있으나 과목별 평가 비율의 차가 심하다 보니
수능에서 제외되는 과목에 경우, 평소에는 아이들이 관심을 안 갖는 것이 문제죠.
예체능을 비롯한 '기타'과목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내신용이 되었고,
내신 비율은 수능에 비해 낮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당근'이 없으니
열심히 안하게 되고, 깊게 공부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도 벽을 치게 되는 꼴이랄까요??

평가 반영 비율의 불균형에 대한 지적은 저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추천수82
반대수0
베플김봄|2006.08.24 21:43
정말 짜증난다. 난지금17세소녀 고1이다. 한번정해놓고도 아직 흔들거린다.인생을 제대로 살아보지도못한 이 나이에 인생을 결정하는건 너무 어려운 주문이다. 이글 너무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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