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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19화> 지원군

바다의기억 |2006.07.07 01:21
조회 8,219 |추천 0

공대사가 어제를 기점으로 정식 발간되었습니다.

 

아마 다음주 정도면 전국의 서점에서 볼 수 있을 듯 하네요.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 지르세요, 망설이지 마시고 ===========================

 

 

기억 - 저도... 기사역에 지원합니다.



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뭐랄까...


=네가 왜?= =뭘 믿고?= =분위기 깰래?=


같은 말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황당함의 집합체였다.



연출 - 그...그래? 기억이 너도 춤 같은 거 좀 배워본 적이....


기억 - 아뇨, 전혀요.


연출

- 그럼 기억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


내가 볼 때 넌 기사 역보다는


제상역할 같은 게 어울릴 것 같은데.



기억

- 열심히 배우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안군 선배도 여기 나오는 춤들


전부 출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죠?



안군 - ..... 그래, 인정한다.


기억 - 아까 말씀하신 데로 아직 시간은 많으니 일단 기회를 주세요.


연출 - 흐음.... 이것 참....



다정다감하고 충직한 인물인 기사역과


반란을 꾸미는 제상.


두 역할 중 어느 쪽이 내게 어울리는 역인지는


누가 봐도 명백한 것이었다.


하지만....이전 공연에서 느꼈던 그 서러움과 절박함을


다시 느끼고 싶진 않았다.


연극에서라도 민아를 안군에게 빼앗기고 싶진 않았다.



모두가 나를 적으로 돌린 듯 냉랭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 속에서


난 조심스레 민아의 표정을 살폈다.


저 표정은.... 난처함인가? 아니면 민망함?


역시.. 괜한 짓을 한 건가.



안군 - 선배, 그렇게 하죠. 의외로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연출 - 응?



그때, 정말 의외의 인물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안군

- 그냥 제 생각이긴 하지만...


왕자가 어리버리하고 바보 같으면


다정다감하고 멋진 기사를 사랑하는 공주의 마음이


그냥 납득이 가잖아요?


차라리 기사 역을 조금 기억이한테 맞추고


이웃나라 왕자역을 약간 미화시켜서


흔들리는 공주의 마음에 관객들이 동조할 수 있게 하는 쪽이


스토리의 긴장감을 더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연출 - ..... 왕자역은 네가 맡고?


안군 - 음... 달리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그럴 생각입니다.



도통 무슨 꿍꿍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지만


선뜻 기사역에서 물러서겠다는 안군.


물론 =기사역의 기억화= 나 =왕자역의 미화= 등


몇몇 조건이 달려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스토리 전체가 뒤집어지는 건 아니었기에


내가 수긍 못할 요소는 없었다.



연출

- 하긴... 이대로라면 연극이 너무 단순해질 것 같기도 하고...


할머니 생각은 어때요?



유니

- 관자놀이를 짚은 채 곰곰이 생각하다....


음, 확실히 그쪽이 느낌이 살 것 같아.


그런데.... 누가 할머니야!



연출선배와 유니선배가 안군의 의견에 동의함에 따라


연습실의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어 갔다.



여1 - 듣고 보니 그렇다, 그지?


여2 - 맞아, 안군 오빠는 기사보단 왕자가 어울려.



그렇게 배역 문제가 일단락 된 뒤


몇 가지 자잘한 협의를 더 거치고 그날의 모임은 마무리 되었다.



버스를 타고 전철역을 향하는 길에 민아가 내게 물었다.



민아 - .... 정말 잘 할 수 있겠어?


기억 - 왜.... 공주 생각에도 기사역엔 안군이 어울려?


민아

- 아니 뭐 딱히 그렇다기 보다....


아무래도 안무가 마음에 걸려서...



기억

- 맡겨둬. 김씨 허씨만큼은 아니지만


운동신경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



민아 - .... 둘 다 몸치라고 하던데?


기억 - ...... 여..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로부터 3일 뒤.


대본은 안군의 의견대로 일부 수정되었고


대부분의 배역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본격적인 안무 연습.


댄스스포츠 동아리에서 파견된 4명의 학생들이


주연들을 상대로 1:1 개인 교습에 들어갔다.



?? - 댄서킴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해봅시다.



나를 담당한 사람은 법대 3학년의 남학생으로


온몸에서 투철한 준법정신이 느껴지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댄서킴

- 일단.... 라틴의 기본인 룸바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기본 박자는 원, 투, 쓰리, 포오~원! 하고


포에서 쭉 끌어주는 게 중요하죠.


스텝을 딛을 때도 하나, 둘, 셋하고 포에서 쭉~ 끌고.


스텝이 나갈 때마다 골반을 8자로 비틀 듯


움직여주는 게 포인트죠.



기억 - 이, 이렇게 하는 겁니까?


댄서팀

- 아녜요. 발은 살짝 바닥에 끌면서, 쭉~ 밀어 줘요,


원투쓰리는 사뿐 사뿐 고양이처럼,


포에선 약간 더 끈적~하게.


원, 투, 쓰리 포~, 원, 투, 쓰리, 포~....



기억 - 어엇? 잠깐, 다, 다시....



수정된 대본에서도 가장 많은 안무를 맡고 있는 기사인 만큼


나에게 맡겨진 책임은 막중한 것이었다.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이 춤을 마스터해야 한다.


내가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주의 사랑을 받는 기사로서 무대에 서기 위해.




안무 연습 4일 째.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스텝이 적힌 종이를 들고 다니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한 결과


난 룸바의 기본스텝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댄서킴

- 춤은 처음 배우시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외우네요?


박자감각도 좋으시고... 며칠만 열심히 하시면


파트너랑 추는 것도 가능하겠어요.



기억 - 아....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댄서킴

- 일단 한 가지라도 마스터하면


그 다음은 박자랑 모션만 살짝 바뀌는 거니까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자, 한 번 더 가죠.



기억 - 옙!!



처음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도


이런 내 빠른 발전을 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댄서킴

- 자, 이제 기본스텝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됐으니


파트너랑 같이 추면서 자잘한 부분을 고쳐봅시다.


댄서윤~ 민아씨 좀 이쪽으로 보내 줘요!



안무연습 일주일 째.


난 처음으로 민아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 기회에 사람들에게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나도 그녀와 멋지게 춤 출 수 있다는 걸,


나도 그녀와 어울릴 만큼 멋진 남자일 수 있다는 걸...



민아 - .... 연습 많이 했어?


기억 - 응, 한 번 믿어 봐.


댄서킴 - 자, 원, 투, 쓰리, 갑니다, 원, 투...



오른발 나가고 왼발 나가고


오른발 살짝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민아 - 앗, 잠깐, 기억아!


기억 - 응?


댄서킴 - 아이고, 거기선 팔을 들어줘야 민아양이 턴을 하죠!


기억 - 예? 아... 여기서요?


댄서킴 - 그렇죠, 오른발을 빼고 체크하는 순간에 팔을 들어 줘요.


기억 - 아....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파트너와 추는 게 처음이다 보니


상대방 동작이 어떤 것인지 몰라 대비를 못해준 나.


하지만, 기본스텝을 따라가는 데도 온 정신을 쏟아야 하는 처지에


상대방 동작을 보고 맞춰준다는 건 도저히 무리였다.



댄서킴 - 턴하기 전엔 왼손바닥을 들어 줘요!


댄서팀 - 거기선 오른 손을 들어줘야 뉴욕으로 들어가죠!


댄서팀 - 팬을 하기 전에 오른손은 상대 어깨에!!


댄서팀 - 아후!! 속 터져!!



수십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반을 넘기지 못한 나.


동작이 맞았다 싶으면 거리가 안 맞아서 엉키고,


거리를 맞추려 쫓아가면 스텝이 안 맞고,


스텝을 맞추면 손동작을 못하고.....


갑자기 외워야 할 부분이 몇 배로 많아진 탓에


간신히 외우고 있던 스텝마저 꼬여버릴 지경이었다.



연출 - 이거....역시나 안 되겠는데.


회계 - 그러게. 혼자 할 땐 모양이 좀 나오나 했더니...



순식간에 다시 회의적으로 돌아서 버린 사람들은


남은 기간 동안 내가 춤을 마스터할 가능성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연출 - 못해도 다음달 중엔 공연을 해야 하는데...


회계 - 그렇지. 공연을 방학 중에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연출 - 이거 이거 참.... 어찌해야 할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한 분위기에


난 그들을 설득해야할지 가만있어야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괜히 나섰다가 자칫하면 억지를 쓴다고 바로 기회를 뺏길지도 모르고


가만있다간 지금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질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지? 이제 시작한지 일주일인데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해볼까?



기억 - .... 저....


안군 - 선배, 조금만 더 지켜보죠.



조심스레 연출에게 내 의견을 말하려 다가선 순간


옆에 있던 안군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안군

- 아직 일주일도 안 됐는데 저 정도면 잘하는 거예요.


제 생각엔 다음주 정도면 거의 틀이 잡힐 것 같은데요.



연출 - 음? 그래?


안군 - 예.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까... 조금만 더 지켜보죠.



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지...


눈에 가시 같던 사람이 자꾸 이러니


괜히 마음이 불안한 게 잘 풀린 일도 꼭 뒤끝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일단은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의 말 정도는 해둬야겠지.



기억 - 일단은 고맙다고 하겠습니다.


안군 - 풋... 착각하지 마라. 네가 기사역을 안 하면 내가 왕자를 못하잖아.


기억 - ..... 그랬던 겁니까.


안군 - 왜, 무슨 음모라도 있을 것 같아?


기억 - 없을 것 같다면 거짓말이겠죠.


안군 - 뭐, 그래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두지. 적어도 이번은.



과연 그의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생각하기에 앞서


내게 급한 일은 하루속히 안무를 마스터 하는 일이었다.


이대로는 안군에게 아무 꿍꿍이가 없다 해도


배역에서 밀려나는 건 시간문제다.




연습10일 째.


이전보다 상태가 좀 나아지긴 했지만 변함없이 분위기는 회의적이었다.


내 안무를 지도하던 댄서킴도


배역을 다른 사람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직접적으로 언급할 만큼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역시.... 음수는 로그의 지수가 될 수 없었던 건가....



댄서킴

- 하아.... 몇 번을 말해요! 알레마나에선 왼손을 위로!!


그래야 상대가 턴을 할 수 있다니까요!



기억 - 아...네, 알겠습니다.


댄서킴 - 하키스틱에서도 손 들어주고! 보조를 해줘야죠!



현재 상황으로는 민아의 발목만 잡을 뿐이라는 판단 아래


혼자 손동작까지 연습하게 된 처참한 상황.


민아는 이미 다다음 과정인 왈츠를 연습 중이었다.



댄서킴 - 골반에 신경 써요! 춤이 그렇게 뻣뻣해서 쓰겠어요?


기억 - 예... 알겠습니다.



역시..... 괜한 억지를 쓴 걸까.


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건데...난.... 정말.....



연출

- 자!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주말 동안 푹 쉬고...


다음 주에도 열심히 해봅시다!



그날 연습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난 연습실에 혼자 남아 연습하는 쪽을 택했다.



연출 - .... 안 들어 가냐?


기억 - 예... 조금만 더 있다 가겠습니다.


연출 - 그래, 열심히 하고.... 천천히 한 번 생각해 봐.


민아 - ....... 도...도와줄까?


기억 - 아냐, 나중에 좀 더 잘 되거든 부탁할게. 먼저 들어가.



그렇게 사람들을 모두 보내놓고 홀로 남은 연습실.


점점 고립되어 가는 듯한 내 처지에


안군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다.



나를 안 되는 일 꾸역꾸역 한다고 우기는 놈 정도로 만들어서


가뜩이나 없는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짜잔- 하고 해결사로 나서는 것.


그게 안군의 속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 뜻대론 안 되게 할 거다.



기억 - 자자자!! 기억아 힘내자!! 화이팅!!!



어떻게든 해낸다.


초등학교 때 태극8장에 고려, 금강까지 외웠던 내가 아닌가!


춤도 똑같다! 분명 그렇다!!



=끼이이이...=



그렇게 뺨을 두드리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을 때


누군가 연습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민아가 도와주러 온 건가?


하지만, 출입문 앞에 서있는 건 정말 의외의 인물이었다.



한나 - .... 오빠, 좀 도와드려요?


기억 - .... 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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