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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생각하는 일이지만...

나지영 |2006.09.12 20:13
조회 67 |추천 0

    비록 자신의 선택이라고는 백만분의 일도 개입되지 않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선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대체로 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한동안 말 많았던 병역 비리는 그야말로 나와 무관한 이야기라는 점이 그 이유중 한 가지이며 멋진 남자 배우들에 대해서 또래 친구들과 열 올리며 떠들어댈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또 그러하다. (아직까지 여성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이영애 혹은 안젤리나 졸리라고 한들 '어떻게 한 번 꼬셔볼까?'라는 생각이 동하지 않은 걸로 봐서 나의 性的 취향은 매우 확고부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싶을 때가 분명히 있다.

   

    취업과 관련된 성차별 때문이냐고? 아니면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여성이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냐고? 

    나의 고민은 그러나 이렇게 사회학적 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 두 가지는 여기서 논외의 문제다.

    그럼 무엇 때문이냐고?

    나의 존재론적(그야말로 生得的인 고뇌이므로) 고민의 원천은 PMS다. 매번 사나흘 연속으로,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으로 여기게 하는 끝도 없는 우울과 무기력함, 더불어 온몸의 피로까지. 생리 기간 동안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단지 육체적인 것일뿐---그리고 다행히 나에게는 생리통이 없다---이지만 PMS는 정신적 소모 그 자체다. 그것도 너무나 자주 찾아오는. 다시 말해 일년 중 무려 한 달 여를 불가항력적인 정신적 무기력함에 노출된 상태로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可姙 기간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런 고통이 계속될 것이며 이는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데 있다. 여기에는 확실한 치료법이 없을 뿐더러 있다 해도 정신과 의사의 내진을 받은 뒤 값비싼 (그리고 약효가 의심스러운) 처방전을 받는 것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컨대 참고 견디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올 초 생리 주기를 3개월 정도로 늘려주는 약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니 되도록 빠른 시기 안에 시판되기만을 손 꼽아 기다려야 하나.

    이전 선조들이 그러하듯 일찍, 자주 임신하고 출산하지 않는 현대 여성에게 있어 <너는 아이를 낳을 수 있다>를 강제로, 고통스럽게, 매우 자주 확인하는 일이 도대체 왜 필요한 걸까?


    蛇足 -----

    참으로 이상한 것은 산부인과 기술의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태아에게 안전한 환경(모체)을 제공하며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출산을 할 것인가' 혹은 '死産을 줄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아기 낳는 기계로서의 여성의 보존에만 중점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진통 없이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진통제 복용 이외의 방법으로 생리통을 줄이는 방법 그리고 그 이전에, 너무나 자주 찾아오는 정신적 피로와 무기력감을 줄일 수 있는 빠르고 손쉬운 방법에 대해서는 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남성의 가치가 정자 제공에 한정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말해 자식을 낳은 남성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가치 역시 정자와 난자의 수정체를 체내에 열 달 동안 보존하다 세상으로 내보내는 데에만 한정되지 않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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