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해 줄 거야?
그렇게 말한것은 나였다.
피렌체의 두오모에, 너랑 오르고 싶어.
같이 갈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어디에 살든, 우리는 같이 있고,
그 곳에서 같이 떠날 거라고. 피크닉처럼.
피렌체의 두오모? 밀라노가 아니고?
이상하다는 듯 묻는 쥰세이에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니까.
그렇게 먼 앞날의 약속을,
쥰세이가 기억하고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줄곧.
누구한테 못할 짓을 하고 있다거나, 실례라든가, 그런생각은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내 안의 무언가 - 터무니없이
강하고, 천방지축인 무언가 - 가 나를 휘젓고 있는것 같았다.
일을 정리했다. 차근차근 일을 정리했다.
차근차근, 하나씩, 쥰세이를 향하여.
내 안에, 이만한 의지가 있었다니, 놀랍다.
아무런 주저도 없었다 그 때 이미 마음이 정해져 있었다.
나는 그저 인정하기만 하면 되었다.
피렌체에 간다는 것을. 두오모에 오른다는 것을.
쥰세이와 나눈 약속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오고 말았어.
가슴속으로 쥰세이를 향해 중얼거렸다. 그 옛날 사랑했던
학생 신분의 쥰세이가 아니라, 도쿄에 - 아마도 우메마오카에 있을.
도쿄는 지금 깊은 밤이다. 쥰세이는 자고있을까 - 자고있을 지금
이 순간의 쥰세이에게.
오고말았어.
어처구니가 없겠지, 라고 덧붙이고는 씁쓸히 웃었다.
그래도 마음은 어쩐지 후련하고 기분은. 들떠있다
알게모르게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여기에 올 것이라고,
언제 그렇게 마음 먹었느냐고 묻는다면
10년 전이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다.
10년 후, 5월이란 말이지. 그 때는 벌써 21세기네.
그렇게 말한 쥰세이의,
들판 같은 웃는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조그맣게 숨을 들이쉬고 나는 정상에 올라섰다. 빛속으로
평화롭고 조용한 피렌체 거리의 저녁하늘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내 눈이 한 점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사람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었다.
약간 비스듬하게, 그러나 거의 등이 똑바로 보이는 위치에서,
나는 그 사람이 쥰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설마, 하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저 등은 쥰세이의 등이다. 틀림없다. 쥰세이의 등이다.
움직일 수 없었다.
"쥰세이"
만나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하듯,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그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돌아본 쥰세이의, 기억속보다 야윈 볼.
숨이 멈추는 줄 알았다.
피렌체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두오모의 꼭대기에서.
부드러운 저녁 햇살 속에서.
- 에쿠니 가오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