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할 일을 마쳐놓고, 지친 마음과 몸의 피로를 풀기위해, 아로나민 골드 대신 집 밖에서 어슬렁 거리다 , 아 맞다. 영대 롹 페스티벌이 시작했겠네, 하는 생각에 내친김에 학교까지 어슬렁 거리며 가버렸다. 가는 길에 장을 보고 돌아오신 어머니를 만났는데, 이 야심한 밤에 어딜 기어다니느냐, 하는 물음에, 영대 롹 페스티벌에 잠시 다녀올까 합니다. 라는 공손한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를 돌아보니 어머니까지 따라오셨다. 아니 어쩐 일이신지? 하는 물음에, 그냥, 이라는 말로 짧게 끊으셨는데 아마 심심하셨거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셨던 모냥이다.
가자 마자 어머니는 앞에 앉은 대단한 풍채를 가진 여학생이 풍풍 뿜어대는 담배연기에 인상을 쓰시고는, 못 생긴 것이 담배까지 핀다는, 못 생기고 뚱뚱한 여학생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들으면 소송이 걸릴 위험한 말을 중얼거리셨다.
나는 출연진이 누군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아니 한 채 갔는데 아마 갔을 때는 거의 막바지로 바셀린이라는 그룹이 '롹'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롹'이었는데, 정말로 '롸롸롸롸아아악' 이라고 고함치고 있는 듯이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공연 관계자를 만나 저 음악에 과연 가사가 있습니까 하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 나는 진정한 롹 매니아가 아니라서 그들과의 세계에서 교신할 수 없었음이라. 왜냐하면 무대 바로 앞에선 경상북도의 진정한 롹 매니아가 그들과 교신에 성공해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온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좀 부끄러워졌다. NASA는 안드로메다까지도 교신을 위해 노력하고 헐리우드는 클랩톤과의 교신까지 해내는데, 나는 바로 코 앞의 롹 스타와도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토익과 JPT에만 힘쓸것이 아니라 롹 수행 능력 평가를 위한 학원도 당장 끊을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다음은 정말 장관이었다. METHOD 라는 그룹이 나왔는데, 그들은 우리별 3호에서 관측하더라도, 아 저것은 롹 그룹이구나 아니면 내가 스푸트니크호다!, 라고 장담할 수 있을 만큼의 포쓰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롹'을 하기 시작했는데, 가사는 전 그룹 바셀린과 동일했다. 롹롸아아아아악롹롹롹롸아아악, 이외에는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학창시절 캐니벌 콥스를 듣고 가위가 눌린 아픈 과거가 생각났다. 아마 UN 산하기관의 롹 부흥지속개발위원회에서는 라이릭스에 관함 엄격한 기준이 있을 거라는 생각 외에는 도무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여전히 스테이지 앞에는 롹 피플들의 격렬한 교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혹은 교황청의 지시인가?
교황, 당신은 이미 롹 스타!
어쨌든 스테이지 앞의 그들은 라플라스 연산을 암산으로 해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있는 듯이 보였다. 왜냐하면 나는 라플라스 연산 할 때 외에는 저렇게 온 몸을 비틀어 본 적이 없기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그들의 강력한 롹롹롸아아아악 파장에 의해 이미 증발해 버리셨다.
나는 다음 스테이지가 서서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때 나타난 것은
슈퍼 키드 였다. 이들은 일명 인디계의 노홍철로써, 확성기, 호루라기등의 각종 새마을 운동 시절의 아이템들을 꺼내어 들며 온고지신이라는 성어의 속 뜻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이번 롹 페에서는 옷도 이쁘게 맞춰입고 정말 신나게 놀았다. 나는 드디어 가사를 알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다. 슈퍼키드가 나오자 스테이지 앞의 사람들은 정말 빽빽하게 몰려들었다. 저 중의 한 명은 어설픈 한국말을 사용했는데, 재미교포가 아닐까 생각했던 차에, I'm from seoul 을 외쳐주었다. 알고 보니 영어가 어설펐던 것이다. 무척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저 중 확성기를 들고 있는 분의 입담은 대단했다. 김박사에 의해 턱 관절이 개조가 된 것이 아닐까 할정도로 쉴 새 없이 떠들어 대셨다. 아, 이런 공연이었다면 콘서트도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서울 질러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왕복 차비를 떠올리는 순간 마음으로만 응원해 주기로 했다.
역시 뒤로 갈 수록 이름이 익숙한 그룹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 스테이지엔 음악은 기억도 안나면서 왠지 잘 알고 있는 듯한 나비효과가 나왔다.
나비효과님들은 혹시 회사원을 함께 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정갈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정갈하다고 해야하나, 위에 사진에 자주색 바지의 포스로 보다시피 그리 세련된 모습은 아니었다. 나는 보컬 분이 너무 후까시를 잡으며 노래를 불러서 깜짝 놀랐고, 그들의 노래에 왠 뿅뿅뿅 거리는 고급스럽지 않은 일렉 사운드가 깔려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래, 나비효과가 그런 전자음을 쓰는 그룹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키보디스트가 없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있으면 더 멋있을 것 같은데 왜 없지? 하는 생각을 혼자만 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네 멋대로 해라의 이나영을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그들이 내려갈 때까지 여전히 뿅뿅뿅 사운드에 넋이 나가 있었다. 왠지 좀 있어 보이면서 촌스러운, 그런 복잡한 심경이랄까.
그리고 그 뒤에는 이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김C의 뜨거운 감자가 나왔다.
김C는 역시 이 달궈졌던 분위기를 한방에 나른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김C 오빠~ 라고 외치는 열성 소녀팬의 목소리도 무시한 채, 기타만 쨍쨍 거리면 만지작 거리더니, 별 대구 없이 노래를 시작했다. 나는 김C가 노래를 부르다가 잠드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어 차마 눈을 뜨고 무대를 감상할 수 없어서 일찍 자리를 떴다, 라는 건 농담이고 별안간 걱정거리가 생겨서 자리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