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
대한민국 / 드라마 / 106분 / 개봉 2003년 9월 19일
감독 : 김기덕
출연 : 오영수(노스님), 김기덕(장년 승), 김영민(청년 승),
서재경(소년 승), 하여진(소녀)
[ 메인카피 ]
사계절에 담은 인생의 비밀
[ 하승보의 씨네필 ]
김기덕 감독의 작품 3번째.
106분 동안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
물론 이것도 이내 지루해지지만.
영화 내내 무슨 이야기가 펼쳐지나 잔뜩 의도한 호기심으로
눈여겨보게 만들지만,
영화는 어떤 힘 있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지 못한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며
이미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야기이며
이미 우리가 그런 삶을 살며 체험적으로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므로
이 영화에는 그 카피처럼 4계절에 담긴 무슨 인생의 비밀같은 것
없다.
빙글 빙글 돌아가는 부유하는 절과 호수의 아름다움만
남는다.
도대체 사람의 삶이 욕망으로 점철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으며
그것이 반복되는 삶이라는 것 역시 누가 모르는가.
10억이 들었다 했던가?
10억 들여 만든 영화를 통해 굳이 깨달을 만큼 대단스러운
삶의 비밀인지.
1만원짜리 책을 통해서건, 공짜인 엄마 아버지의 말씀에서건
혹은 내 삶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알게되는 것을.
안쓰럽다.
물론 인상적인 것들은 있다.
그러나 거기에 그친다.
알듯말듯한 기호들로 가득차 그를 이해하려 애쓰는 노력은
마치 퍼즐을 맞추듯, 수수께끼를 풀듯
나름 쏠쏠한 재미는 있으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장면에 저것을 감독은 완벽히 해석하거나 설명해낼 수 있을까?"
[ 의미심장하다 ] 가 반드시 무슨 의미를 포함하지는 못한다.
포함되었다 해도, 어쨌든 포함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노승이 고양이 꼬리로 글자를 쓰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형사들이 그 글자에 색을 칠하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그리고 나중에 찾아온 여자는 왜 물 웅덩이에 빠져 죽는가
그리고 그 여자는 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며
그 여자의 얼굴이 왜 부처의 얼굴이 되며,
노승이 죽은 후에 나오는 뱀은 무슨 뜻인가?
물론, 뜻은 다 있겠지.
허나, 무슨 수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알듯 말듯한 기호들을 다 풀어내는데서 희열을 느끼려고
영화관에 가는 사람들이 김기덕 자신같은 사람 빼고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주석을 달아서 친절히 설명해주려고 그랬다면
No thank you 다.
상식적인 흐름을 묘하게 꼬아놓고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게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무의미한 듯 보이는 장면들로 채워나가길 즐기는
그의 영화들은
마치 어설프게 형성된 자아의식이 때로는 통합적으로
때로는 분열적으로 이합집산하는 강박관념의 표출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왜 항상 그는 섹스에 집착하는가?
그리고 왜 항상 여자는 원피스를 입고서 남자를 유혹하거나
남자가 유혹하길, 혹은 섹스해주기를 기다리는가?
그리고 왜 항상 인물들은 집착과 연민 분노와 참회를 번복하는가.
내가 보기로,
이 영화는 이렇게 정리해버리고 싶다.
이 영화는
산 속 호수 위 아름다운 절에 사는 기이한 도인과
그와 더불어 살았던 꼬마가 도인이 되길 거부하고
세상으로 뛰쳐나가 사랑과 애증으로 점철된 삶을 살려고 애쓰다가
도인한테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랑에 실패하고 배반당하고 그러다 살인을 저지르고
다시 그 옛날 소림사같은 절로 돌아와 홀로 무예를 닦아
뒤늦게 도인이 되려고 노력하다
절에 찾아온 그 옛날의 자신과 같은 꼬마를 키우며
유유자적 반복되는 하루 하루를 살며 늙어간다는
그런 영화다.
호수로 둘러싸여
겨우 거룻배 한 척으로 오가는
고립무원의 절은
보통 세상에 도통 적응할 수 없었던
혹은 도통 적응하려 하지 않았던 미숙자들의 갇힌 세상
외에는 별반 다른 뜻으로 읽혀지지 않는다.
사랑했던 사람을 살해한 자가 교도소를 갔다 와
소림사로 돌아와 노승이 죽고 남긴 교서같은 것을 발견하는데
그 교서에 소림사교본같은 무예 그림이 그려져있는 건
이 영화의 백미다.
어쩐지, 배가 하나밖에 없는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노승이나
나중에 노골적으로 형사가 돌아간 뒤에
육지로 가있던 빈 배를 염력 같은 걸로 다시 호수 가운데
절로 불러들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김기덕식 유머인지 모르겠으나,
김기덕 감독이 직접 도인이 남기고 간
무예집을 독파하며 수행을 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그가 해병대 출신임을 알 수있다.
날라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등
화려한 무예의 끝에 점프를 하여 공중에 붕 뜬
소림사 수도승같은 모습에서 화면이 정지하는 것도
가히 굉장하다.
소림사 영화에 대한 오마주인가?
ㅎ
어쨌든,
애쓰고 노력하는 김기덕 감독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으나
왜 이리 난 그가 안쓰러울까.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봄
으로이어지는 구조 안에 삶을 담겠다는 생각이 나쁠 것은 없으되,
마치 그런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는 어디에도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고, 들여다 볼 것도 별로 없는,
그런대로 쓰여진 이벤트 기획사의 어딘가 짬뽕되고 조합된 기획서.
내용은 되게 많은데 볼 것도 들을 것도 사실 없었던,
그래서 핵심이 뭔지도 모르겠고
뭔지 알아내려고 해도 너무 많고
그래서 이내 덮어버리는.
혹은 다 봤다면 본 게 아까운.
혹은 "뭐 이런걸 이리 수십 장씩 썼대.. 한 장이면 되었을텐데"
하고 안쓰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고생은 한 거 알겠는데, 무슨 말인지도 알겠는데,
그렇게 설명안해도 다 알겠거든?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깊지 못하고 사려깊지 못하다.
대단스러운 연결과 상징, 비유를 해냈다 자부하지만
그런 거 깨지기 전에는 절대로 모른다.
마치, 기획서 잘 쓴다고 철썩같이 믿고 나름 인정도 받는 자가
진짜 제대로 된 프로페셔널 기획서를 접해보기 전에는
자아도취에 빠져서 사는 것처럼 말이다.
쯔.
사람들 고생시키지 말고,
차라리 스님이 되시던가.
늘 그렇게 회오리바람같이 웅크리고 도사리며 돌아가는
그 속을, 그리 이쁘지도 않은데
그리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건지.
고립무원의 호수로 둘러싸인 외로운 절과
그 안에 자기들 방식대로 혹은 자기들끼리
세속과 섞이지 않겠다는 듯
난해하거나 의미심장한 기호들로 자화자찬하는
본 영화의 사람들은
김기덕, 김기덕, 김기덕
에 다름 아니다.
안쓰럽다는 말밖엔.
그리고 김기덕 제대로 스크린으로 보니깐
진짜 못생겼다.
그래서 더 안쓰럽다.
[ 줄거리 ]
만물이 생성하는 봄. 숲에서 잡은 개구리와 뱀, 물고기에게 돌을 매달아 괴롭히는 짓궂은 장난에 빠져 천진한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승은 잠든 아이의 등에 돌을 묶어둔다. 잠에서 깬 아이가 울먹이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노승은 잘못을 되돌려놓지 못하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이른다
아이가 자라 17세 소년이 되었을 때, 산사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러 들어온다. 소년의 마음에 소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고, 노승도 그들의 사랑을 감지한다. 소녀가 떠난 후 더욱 깊어가는 사랑의 집착을 떨치지 못한 소년은 산사를 떠나고...
절을 떠난 후 십여년 만에 배신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 산사로 도피해 들어온 남자. 단풍만큼이나 붉게 타오르는 분노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불상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자 그를 모질게 매질하는 노승. 남자는 노승이 바닥에 써준 반야심경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리고... 남자를 떠나보낸 고요한 산사에서 노승은 다비식을 치른다.
중년의 나이로 폐허가 된 산사로 돌아온 남자. 노승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심신을 수련하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절을 찾아온 이름 모를 여인이 어린 아이만을 남겨둔 채 떠나고...
노인이 된 남자는 어느새 자라난 동자승과 함께 산사의 평화로운 봄날을 보내고 있다. 동자승은 그 봄의 아이처럼 개구리와 뱀의 입속에 돌맹이를 집어넣는 장난을 치며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 제작노트 ]
<섬>과 <수취인불명>을 계기로 세계적 감독으로 부상한 김기덕 감독의 신작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프로덕션 준비단계부터 독일의 아트하우스 판도라필름이 공동제작사로, 유럽영화시장의 허브 바바리아필름이 배급사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최초로 이루어진 이와 같은 사전 제휴는 해외영화계에 형성된 감독과 작품에 대한 신뢰 덕에 가능했던 것. 또한 역량있는 감독을 하나의 세계적 문화적 브랜드화하는 가능성 모색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러한 해외제휴는 최근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프랑스 MK2가 참여한 또 하나의 사례로 이어지면서 완성도 높은 작가영화의 제작-배급 방식에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순제작비 10억의 저예산 영화이지만, 사계절이 모두 담겨야 하는 작품. 이러한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김기덕 감독과 LJ필름은 전작 <해안선>과 이 작품을 동시에 기획하고 제작에 돌입했다. <해안선>을 촬영하기 전인 2002년 5월부터 봄 장면을 찍기 시작해서 <해안선> 촬영 종료 직후인 2002년 8월에 여름 장면을, 2002년 11월에 가을장면을 촬영하고, 2003년 1월에 눈이 오고 얼음이 꽁꽁 언 겨울 장면을 화면에 담은 뒤, 3월 말에 마지막 봄 장면을 촬영함으로써 1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 홍성진의 영화해설 ]
수도사 승려를 다룬 작품으로, 산사에 기거하는 동자승이 노승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사계절에 비유하여 그려진다. 신인배우들을 기용하였고, 연극인 오영수씨가 노승으로 출연하며, 겨울 편의 중년 승려는 김기덕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 순제작비 10억, 촬영지는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의 산중에 자리잡은 연못 주산지. 2004년 4월 미국 현지에서 소규모로 개봉되었다.
영화의 주 공간이 되는 '부유하는 암자'는 3억 5천만원이라는 거액이 세트비용을 들여 만든 것이다. 약 68평의 바지선을 만들고 그 위에 목조건물을 세운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 자연보존을 위해 철거했다고 한다)
연출의 변. '생의 작의(作意)에 대한 질문'. 사계절에 비유되는 우리의 삶을 깊은 산속 연못 위에 단아하게 떠 있는 사찰에 살고 있는 스님과 그 주변의 자연을 통해 그려본다. 동자승이 소년이 되고 청년, 중년을 거쳐 노년에 이르는, 한 인물의 다섯 단락 인생이야기를, 각 계절의 시작과 끝의 이미지를,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속에 내재하고 변해가는 속성과 숙성의 의미를, 그렇게 순환되고 생성하는 우리의 삶을... 순수 속의 잔인함, 욕망 속의 집착, 살의 속의 고통, 번뇌 속의 해탈을... 기가 육체를 만들고 육체가 단풍처럼 변하고 썩어 이슬로 땅에 스며드는 사람이, 사계절의 반복과 무엇이 다른가? - 2001년 1월 미국 선댄스에서 김기덕.
[ 수상내역 ]
1. 제 41회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
2. 제51회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2003 관객상 김기덕
3. 제24회 청룡영화상 2003 기술상 / 최우수작품상
** 영화기본정보 네이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