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오아후 섬의 남쪽에 호리병 모양의 진주만이 있고 그 오른쪽에 호놀룰루가 있다. 미 해군은 1939년 10월 태평양함대의 작전기지를 진주만으로 옮기면서 섬의 북쪽에 이동용 레이더를 설치했다. 41년 12월8일(일요일) 오전 6시45분 레이더를 관찰하고 있던 2명의 병사가 갑자기 수상한 광점이 나타난 것을 발견, 기지에 보고했다. 7시2분에 그것은 두 무리의 비행기군(群) 같아 보였는데 동쪽으로 치우친 북방 220㎞ 지점이었다. 이제 레이더 스크린은 비행기로 꽉 찼다. 그리고 전부 오아후 섬으로 향해 오고 있었다. 레이더병이 “벌써 150㎞ 까지 다가왔다. 시속 300㎞ 로 진입 중”이라고 했으나 “걱정할 것 없다”라고 한마디 던지고 가버린 타일러 중위 외에 아무도 귀담아 듣는 장교가 없었다. 사실 그것은 후지타 중령의 공격편대였던 것이다. 7시39분 35㎞ 지점에서 영상이 갑자기 둘로 갈라졌다. 잠시 후 오클라호마호의 함상에 있던 몇 명의 병사는 해군기들이 곡예비행 연습하는 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용하던 군항이 폭음과 비명의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6척의 군함에서 폭발이 동시에 일어났다. 함대 스피커에서 “공습이다. 연습이 아니다!”라는 다급한 소리가 반복됐다. 첫 번째 어뢰 1발이 오클라호마호에 명중했다. 거함이 폭음과 동시에 크게 선체를 떨었다. 제2의 뇌격(雷擊)은 제1격 직후에 왔다. 함내 등(燈)은 꺼지고 비상등이 계속 깜박거렸다. 잠시 후 거함은 기울기 시작했다. 기름이 흘러 번진 해면에 거함은 선복(船腹)을 드러낸 채 옆으로 느리게 흔들리면서 가라앉았다. 일본 공습대 제1파의 선두는 메리 곶(岬) 위를 낮게 날아와 남동쪽으로부터 침입해왔다. 그들은 해면으로부터 36~90m의 고도에서 어뢰를 발사했다. 뒤집힌 오클라호마호의 전방에 있던 캘리포니아호는 2발의 어뢰를 맞았다. 중유(重油)가 배 옆구리에서 쏟아졌다. 캘리포니아호는 함미 쪽이 내려앉기는 했으나 대공포 사격을 시작, 공습이 끝날 때까지 계속했다. 함열(艦列)의 북동쪽 끝에 있던 네바다호는 뱃머리를 뇌격 당했는데 함장은 배를 이동시키도록 명령했다. 이 군함이 항구 중앙으로 나왔을 때 급강하 폭격기가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네바다호는 대공포의 포문을 열었다. 엄청난 초연(硝煙) 속에서 군함은 보이지 않았다. 2대의 일본기가 격추됐다. 배의 앞 갑판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1탄이 우현의 포탑에 명중하고 다른 1탄은 갑판을 뚫고 폭발해 몇 개의 불기둥이 치솟았다. 군함은 앞으로 기울고 기름을 피처럼 흘리면서 검은 연기를 뿜었다. 그리고 또다시 6발의 폭탄을 맞았다. 뇌격기와 급강하 폭격기가 내려와서는 공격을 가하고 날아올라서는 선회해 다시 공격을 가해왔다. 제로셍(零戰) 전투기는 기총사격을 가했다. 이윽고 전함 애리조나호가 폭발을 일으켜 어마어마한 충격음이 울렸다. 포탑을 때린 1발의 폭탄은 갑판을 뚫고 화약고 속에서 터져 함대의 탄약이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이때 다시 3발의 폭탄이 명중했다. 애리조나호는 다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꽃을 튀기면서 순식간에 침몰했다. 전 승무원의 5분의 4에 해당하는 1000여 명이 배와 함께 불길 에 휩싸이고 말았다. 한편 폭격기 2개 편대는 히컴·횔러기지를 찾아갔다. 비행장에는 폭격기·전투기가 날개를 잇대어 얌전히 앉아 있었다. 일본기들은 장난감같이 보이는 앉은뱅이들을 사정없이 파괴했다. 8시52분, 제2파 공격대가 나타났다. 그들의 공격목표는 히컴 비행장과 카니오히 해군기지였다. 81대의 급강하 폭격기 편대가 함대에 달려들었고 36대의 제로셍 전투기가 폭격기를 엄호했다. 약 1시간 45분 동안의 공격으로 미군기 188대를 파괴하고 159대에 손상을 입혔다. 18척의 군함을 침몰 또는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미군의 전사자는 2403명(절반은 애리조나호에 갇혔던 인원), 부상자는1178명이 발생했다. 일본군은 29대의 비행기와 잠수정 5척·잠수함 1척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