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존심강한 여자의 모놀로그(1인극 설정)
fatal
1막
여자를 죽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피카소처럼
한 여자의 육체와 정신 세계를 완전히 지배하다가
한 순간에 버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자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
자존심은 여자에게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 생명을 굽힐 때는
그만큼 한 남자를 사랑할 때이다.
피카소처럼 독점욕이 강한 전갈자리 남성은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와 지적인 여자들의 영혼을 범하고
자존심을 거머쥐었다
자존심을 잃은 지적이며 아름다운 여자들은
피카소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웠고
피카소는 그 모습을 즐겼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기 전
여자의 자존심은 생명처럼 타오르고 있다.
또한 여자는 육체의 순결을 허락하기 전에는
남자에게 완전한 사랑을 주지 않는다.
당신의 실수는.
내 자존심을 짓밟은거야.
당신은 내게 새디즘 강한 왕(King)이어서
나는
날마다 세헤라자드처럼 천일야화를 들려주며
긴긴 사랑으로
새디스트(가학적쾌감)와 마조키스트(피가학적쾌감)의
치명적인 운명을 바꿔보려 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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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당신의 실수는
생각보다 내가 똑똑한 여자인지,
제대로 파악을 못했다는거야.
보들레르의 과 랭보의 을
프랑스어로 읽고싶어했던 내 인식욕은,
헤르만헷세와 릴케는 독일어로.
폭풍의 언덕과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는
영어로,
언어의 질감대로 작품을 느끼고 싶어한
나의 대학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상상도 못했겠지.
잘난척 하는 여자를 싫어하는 당신의 취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색조차 안했으니까.
당신은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를 기억하겠지만
나는
니이체가 쓴 으로
그리스 민족의 발랄한 염세주의를 이해했어.
당신은.
공부라는 것이. 학문이라는 것이. 지식이라는 것이.
어떤건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탐해야 겨우
하나 얻을 수 있는건지
몰라.
누구나 말만 쉽지.
그런 나의 지성도 굽혔어.
당신의 두뇌 사이즈 이하로 다 포맷해버렸었어.
그리고.
누군가 떨군 담뱃재 하나에서도 한 남자의 아픔을 읽어내던
촘촘한 세포로 꽉 들어찬 내 감수성..
어려서부터 받은 음악적 세례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성악. 즉 목소리.
그 소리에 청각적으로 깨버린 나는
노력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행운을 얻었어
나의 24시간은
슈만와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 베토벤과 모짜르트 레퀴엠에
이르기까지.
하루종일 앉아 듣고 듣고 또 듣고
악상과 악상 사이 간극을 혼자 메꾸고
피터셰퍼 신의 아그네스
사무엘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부조리극에서 브레히트의 서사극에 이르기까지
대학로에서 하루 두 편의 연극을 보고서야
주말이 지난것을 알았던
그 감수성을 헐값으로 넘기며
당신만을 동경하는 것으로 단순화 시켰는데.
당신에게 부족한 지성과 감성이 되어
부속품처럼 작아져도
나는 상관이 없었는데
내 지성과 감성으로
당신을 더 극대화 시키며 찬미하기에 바빴고
세상 사람들에게 전했는데,
당신은 그런 감수성을
당신을 최고로 인정한 내 감수성을
이용하고 싶어했지,
그 인정이 음악적 전문성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쇼팽이 작가 조르쥬상드에게
자기 음악을 헌사한다는 그 자체가 해프닝이고
세상에 기본 음계도 모르는 작가들이
노래의 절반인 작사를 한다는
그 자체가 코믹이지
당신은 최고가 되고 싶어하면서
그거 알아?
당신 스스로가 싸구려로 만들어
당신이 최고라면
당신을 인정한 사람도
최고가 되어야하는거야
그것이 top 클래스를 성립시키는
필요충분 조건이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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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그래
나는.
더 솔직히 말해볼까
당신의 자만
당신의 악성 우월주의
(양성 우월주의는 이루어낸 업적에 근거/악성 우월주의는
독일 나치즘처럼 타고난 조건에 근거를 둔 것)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그런 것도 다 이해하고 넘어갔어.
왜냐하면
당신은 내게 왕이고
나는 세헤라쟈드니까.
그 관계에만 충성을 다하기 위해서.
나는 애초 설정한 관계의 약속을
지키는 편이거든
그럼 그래선 안되잖아
내 숨겨둔 자존심을
짓밟아서는 안되잖아..
경고했잖아.
인간이 완벽해?
내 약점을 건드리지 말랬는데도
언제나 약점을 파고드는 비열함도
새디즘으로 이해한 나에게.
다른 사람에게 나를 사이코 취급한
그것도
그냥 당신 말실수로 접어버린 내게
당신은.
내게 무엇을 준 것이 있냐고
물었지.
당신은
물질 외에
마음과 능력을
재능의 인정을
먼지만큼도 계산기에 두드릴 줄 몰라
좋아
그런 것이 당신이라면
당신이란 사람을 구성하는 한 조각이라면,
그것조차도 사랑스럽게
난 받아들이고
참았어
무조건 참았어
바보처럼 참았어
아니. 꼭 주고받아야만 성립되는
당신의 인간 관계도
언젠가 변하리라는 희망으로.
버텼어
이후로 몇번을 더
자존심을 밟았지만 견뎌냈어
내가 나빠서라고 생각하고
내가 부족해서라고 여기고.
내가 철없어라고 세뇌시키면서
멍청해지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그런데
라스트는 아주 치명적이더군.
당신의 라스트.
날 모욕한 그 말.
당신은.
그 사실을 알아?
만약.
자기를 사랑한 사람을 배신하는데 드는 시간이 10시간이고
자기가 신세진 사람을 배신하는데 드는 시간이 1시간이라면
자존심을 유린한 사람을 배신하는데 드는 시간은
얼마일 것 같아.
나는.
당신이 쥐잡듯이 잡아도
진정한 의미로 당신을 배신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
당신이 쥐잡듯 잡아야할 대상은
내가 아니었어...
끝까지 그걸 모르더군
그게 당신의 한계야
당신은 얻어야할 인간과
잃어야할 인간을 분별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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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
이제 나는
당신에게서 돌아서려고.
나 마음 약한 거 하나로
당신은 날 이용했지만
이용당하는 것 조차 행복으로
여겼던 나였지만,
세헤라쟈드의 사랑이 완벽했듯
증오도 완벽하지.
끝내 왕에게 처형당한
세헤라쟈드의 원혼은
살로메로 태어나서
요한의 목을 은쟁반에 담아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곱개의 베일에 가린 춤을 추고.
휴지처럼 밟히고 찢긴 자존심의
여자의 복수란 그런거야.
그 여자가
아무에게나 치마를 내리는
원나잇 스탠드 러버가 아니라
환희의 끝에서 죽어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을 꿈꾸며 살아온
귀족이라면.
자존심의 기품을 숨기고
귀족의 신분을 버리고
당신 앞의 세헤라쟈드가 된 거였다면.
내가 당신에게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이 시점을.
결빙이라고 하는거야.
나는 시간을 묶었고
당신이 내 자존심을 무참하게 밟은 실수를 묶었어
세상에 돈보다
보이는 화려함보다 귀한 것은
얼마든지 있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한 자는
그 댓가를 치루게 돼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것을
당신은 뭐든 지불해야하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고귀한 것들...인간의 마음...사랑...
당신은 그것을 영원히 얻지 못할거야.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 의미야.
현실적인 의미가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아보이겠지만.
비현실은 때로 현실을 능가하지.
상실. 고독. 치욕.
인간은 이런 비현실적 상처로
자살을 선택하는 존재이거든.
결국엔.
안심해.
난 당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아.
다만 돌아선다는거야.
마음이 차가워진다는거야
버린다는거야
당신을 잃겠다는 것이고
당신은 나와 나의 세계를 잃는다는 거야.
당신이 웃어넘길 복수의 이런 보잘것없음이
어떤건지...
당신은 언젠가
어쩌면 머리에 눈이 쌓여갈 때
알게될거야.
그 날을 위해
오늘은 건배 ...
굿브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