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5 PM
“ 음..집안이 단아하고 이쁘네요.. ”
옆집 부부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현관에 마냥 서 있었다.
그들의 두 눈은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는듯 이리 저리 눈이 움직였다.
“ 저.. 이리 들어오세요..; ”
그 부부는 그때서야 아무 말 없이,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
나는 쇼파에 앉으라고 권하고, 냉장고에서 과일들과 쥬스로 그 부부를 대접했다.
“ 저번엔..제가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했던건데.. ”
부부는 아무말이 없었다. 꼭 입이 붙어, 떨어지지않는것처럼 입술은 딱 붙어있었다.
웬지모를 어색함이 감도는 가운데, 나는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아, 나이프로 사과를 집어들었다.
시선은 오로지 사과로.. 나이프로 살금살금 사과를 깎았다.
깎으면서, 살짝.. 곁눈질로 앞에 앉은 부부를 쳐다봤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두 부부가, 둘이서 똑같이 나를 똑바로 주시하고 있었다.
순간 너무 놀래서 깎던 사과를 떨어뜨렸다.
“ .. 왜.. 그렇게 놀라세요..? ”
“ 아..아니요... 그냥.. ”
더 어색한 분위기 가운데, 나는 순간 뇌리를 스쳐가는게 있었다.
“ 아차..그러고보니..집을 잘 비우시나봐요.. 항상 컴컴하던데 ”
“ .............. ”
“ 아..그러고보니 어제 저녁에 저희집에 인사오셨을때..
제가 바로..과일들고..갔는데 집에 안계시더라구요.. ”
“ .................... ”
부부는 말이 없었다.
“ 저기... 어디 불편하신데라도...? 말씀들이 없으셔서.. ”
“ 아.... 이제 가봐야 겠습니다.. 과일 잘 먹다가네요... ”
부부는 갑자기 일어나 현관으로 나섰다.
안녕히가시라는 나의 인사에 부부는 다시 어제와같은 빙긋한 미소로 목례를 하며 돌아섰다.
참 이상한 사람들도 다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찰나에, 갑자기 다시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부부가 나간 직후였다.
응..?
유리구멍으로 대문밖을 보니 남편이었다.
“ 어..? 자기야.. 오늘 늦는다면서~ 왜 이렇게 빨리왔어? ”
“ 무슨 소리야~~ 자기야... 지금 12시도 넘었는데~ ”
“ 뭐...라고?; ”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계는 1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옆집 부부가 온 시각이 9:50분이었고...
얼마 안 있다가 분명 돌아갔는데, 시간이 2시간이 넘게 가있던것이다.
분명 짧은 시간이었는데, 시간이 이렇게 가다니....
“ 자기야.. 지금 오면서 부부 못봤어? ”
“ 응? 어떤 부부?? ”
“ 30대 후반쯤 된 부부인데.. 우리 옆집 402호 사는 부부야 ”
“ 그래? 못봤는데..? 왜 무슨일있어? ”
“ 응..? 아니.... 아니야.. 자기 피곤하겠다..? ”
남편은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고 바로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는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생각이 정리가 안되었다..
옆집 부부가 온 시각이 9:50분..
그리고 얼마 안있다가..체감적으로 20~30분정도 있다가 간거같은데..
시간은 두시간이 훌쩍 지나있었고... 옆집 부부가 가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는데..
남편은 옆집 부부를 복도에서 못봤다고 하고... 정말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알수없는 한기가 감돌아서...나도 모르게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요즘 피곤해서 그러겠지... 악몽도 꾸고...피곤하니까...
그런거겠지 생각하며, 기분전환겸 쇼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오락프로를 보며, 한참 정신을 놓고 있는데, 또 옆집에서 못박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턱- 턱- 턱- 턱- ........
친절함을 보여준 옆집부부에게 쓴 소리하기도 뭐해서...그냥 못박나보다...했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니었다..
밤이 깊었는데.. 벽에 못질을 하는것은 너무 하지 않은가...
“ 자기야, 표정이 왜 그래? ”
“ 어!?.. 자기 벌써 샤워하고 나왔어? ”
“ 응... ”
“ 자기야.. 자꾸 옆집에서 못박는데.. 어떡하지.. 자기가 나가서 말좀 해줄래? ”
“ 응..? 못박는 소리? ”
“ 지금도 들리잖아... 못박는소리.. ”
“ 무슨 소리야? 못박는소리라니?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난다고 그래?? ”
“ 지금!!! 지금 !!! 지금 옆에서 들리잖아!!! 못박는소리... 자긴 안들려?;;; ”
남편은 어찌됬건 402호로 가려는 모양이었다.
나도 남편을 따라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 자기야.. 아무도 없는데? ”
“ 그럼 누가 못을 박는다고 그래??; 응?? ”
나는 울먹이고 있었다.
“ 자기.. 신경과민같아.. 요즘 피곤해서 그러는걸꺼야... 들어가자... ”
다리까지 풀려버린 나였지만 남편의 말에..수긍이 가서,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가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 자기야.. 자기는 못 느끼겠어..?
이 주택...그리고 우리집...복도...너무 음산해...너무...음산해...자기야.. ”
“ 또 무슨소리야... 자기야!!! 왜 그렇게 약해졌어.. ”
“ 아니야 자기야.. 헛소리로 듣지마.. 자기는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모르겠지만.. 나...”
“ 왜.. 무슨일있었어? ”
나는 남편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남편은 나를 더욱 더 이상하게 쳐다봤다...
결코 그런일이 있을 수 없다는 듯이..
꼭, 어린아이가 하는 말도안되는 이야기를 들은 표정이었다.
“ 자기야.. 내가 아까 말했잖아..신경과민일거라고..
보통 너무 피곤하면 나도 환청같은게 들리고 그래..”
“ 그럴까...? 근데... 좀 이상해.... 그 부부.... ”
“ 맞벌이 하시나보지뭐.. 그래서 집이 항상 비는거 아니야? ”
“ 근데 자기야..정말 이상한건.. 부부가 우리집에 방문했었어... 그리고 나가고 자기가 바로 온건데.. ”
“ 부부..못봤는데? ”
“ 그래...내말이..그말이야.. 왜 자기는 못봤냐고... ”
“ 하하하!!... 바로 옆인데 문열고 바로 들어가서 못봤을수도 있지 자기야...너무 신경쓰지마.. ”
1:15 AM
나와 남편은 침대에 누워 잤다.
남편은 피곤했는지 바로 곯아떨어져 버렸고, 나는 잠을 청하기 힘들었다.
그러고보니 남편과 이렇게 한 침대에 누운게 굉장히 오랜만인거 같았다..
새 집에서의 하루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길었기 때문인것 같았다...
갑자기 무서워져서... 남편의 허리를 꼭 붙잡고... 잠을 청했다.
텅- 텅- 텅-
텅텅텅텅텅텅....
“ ...음...음.. ”
텅!텅!텅!텅!텅!...
“ ... ”
나는 비몽사몽이 되어서 대문으로 나갔다...... 이 시간에 누구야.... 아직 정신을 못차려서 그런지..
그냥 그런생각뿐이었고, 바로 대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그리고 눈 앞엔... 남자와 여자 형상의 검은 그림자가 눈앞에 있었다.
“ 악~~~~~~~~~~~~~~~~~~~~~~~~~~~~~~~ ”
“ 자기야!! 왜 그래.. 무서운꿈 꿨어? ”
“ 헉..헉... 꿈이야...?.. 꿈... 아... ”
또 그 꿈이었다... 벌써 3일째 연속으로 꾸고 있었다...
맨날 같은 꿈...
남편은 내가 걱정됐는지 꽉 껴안고 잠이 들었다.
나도 남편 품에서... 안심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웬일로 남편은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회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에쿠..늦었다 싶어서, 나는 부엌에 가서 서둘러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남편이 준비를 끝마치고 식탁에 앉았고,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불고기를 한 사발 가져다주었다.
“ 자기야.. 나 집안에 혼자 있기 무서운데... 오늘 회사 안가면 안되..? ”
“ 에이... 자기 애기처럼 왜 이래~ ”
“ 그래도.. ”
“ 자기~ 오늘 푹...좀 쉬어.. 요즘 피곤해서 그러는걸꺼야..
나 오늘은 일찍 오니까..저녁도 같이 먹고.. ”
“ 응.. 자기야.. ”
남편이 일찍 들어온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나는 남편을 웃는얼굴로 배웅해주고..대문을 닫았다.
남편이 밥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놓고.. 하나 하나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린가 해서 수도를 끄고, 귀를 기울였다...
못 박는 소리였다......
“ ....또...야.. ”
나는 너무 무섭고 궁금해서 바로 대문을 박차고 나가서 402호 대문을 두들겼다.
역시나 또 집이 비었는지, 복도창문은 컴컴했고... 아무리 문을 쿵쾅 쿵쾅 두들겨도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집안에 들어가니.. 못소리는 나지 않았다.
정말 남편말대로 신경과민이다 싶어서, 설거지 하던걸 싱크대에 남겨둔채,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운지 얼마나 됬을까, 누가 대문을 쿵쿵쿵...두들겼다.
나는 순간 너무 무서워서 나가지 않았다.
이불을 붙잡고...제발 그만 두들겨라...제발 그만 두들겨라...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현실같았다.. 도저히 꿈같지는 않았고..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밖이 컴컴한 것이였다.. 벌써 저녁일리가 없잖아..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를 되뇌이고 있는데, 나는 이내 대문앞까지 서 있었다.
허... 이게 어떻게 된....
유리구멍으로 보았다. 웬 꼬마아이가 문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안심이 되면서, 순간 화가 나, 대문을 활짝 열었다.
두 눈앞에는 남자와 여자 형상에 검은그림자가 있었고,
나는 순간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 꺄~~~~~~~~~~~~~~~~~악 ”
또 꿈이었다.. 침대시트와 이불은 흠뻑 젖어있었고.. 이마에서는 한없이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또 똑같은 꿈.... 잠만 자면 시작되는 똑같은 꿈에 너무 무서워져서...온 몸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무척이나 흘러있었다.. 그래도 꾀나 잔 모양이었다.
6:30PM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 벨이 울렸다.
남편의 전화였다. 또 늦는단다....중요한 회식자리가 있는데.. 접대해야하는 자리라 빠질수가 없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남편이었다.
나는 너무 걱정되었다.. 오늘 밤을 혼자 집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너무 무서웠다.
나는 바로 TV를 켜고... 볼륨을 크게 업했다.
저녁먹은 그릇들을 설거지를 한 뒤, 쇼파에 앉아 쥬스를 마시고 있었다.
딩동딩동-
“ ...누구지...;; ”
나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으로 가서 유리구멍으로 밖을 살펴 보았다.
그런데 밖에는 옆집 부부가 서 있는 것이었다.
순간 너무 놀래서...어찌 할까 어찌 할까....그래..저 부부도 인간인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야...
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부인이 떡을맛있게 해서.. 좀 가지고 왔습니다... ”
나는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이 너무도 혼란스러워 그 부부마저 무서웠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한 동안 말 없이 서 있었다.
“ 떡 맛있게 드세요... 그럼... ”
부부는 떡을 현관 선반에 두고 허리굽혀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나는 잠시 멍해있다가... 못박는소리가 생각나서, 큰소리로 옆집 부부를 불렀다.
“ 저기요!!!! ”
또 한번 나는 까무러칠만큼 놀랬다.
옆집 부부는 온데간데 없이, 휭~ 하게 찬 바람부는 컴컴한 복도만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다리에 힘이 쫙 풀리며 현관에 주저 앉고 말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편이 나를 흔들고 뺨을 막 치고 있었다.
“ 왜 이래 !! 자기야 !! 왜 이래 정말!! ”
남편말로는 현관 문을 열어둔채, 나는 현관 문에 기대 기절해있었다고 했다.
남편은 내가 걱정되는듯이, 내일 당장 병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그럴필요 없다고 하며 손사레 쳤다.
“ 자기야.. 내일은 휴일인데.. 어디 놀러가자, 자기 요즘 피곤해서 자꾸 그러는데 기분전환좀 할 겸.. ”
“ ..으응..그래 나 롯데월드 가고 싶어 자기야.. ”
“ 그러자! ”
나는 남편과 침대에 누웠다. 아까의 일이 너무 무서웠지만...
남편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푸-욱 잤다.
-
눈을 떠보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
“ 어젯밤은 푹 잘잤네......악몽 안꿨어... ”
남편은 아직 자고 있었다. 나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남편은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고.. 나는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화장대 거울에 무언가 삭 비쳤다.
“ 어!!... ”
검은 그림자 같았는데... 잘못봤나... 나는 잠이 덜깼나 하고 볼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거실로 나갔다.
그리곤 쇼파에 앉아, 어젯밤일이 대체 어떻게 된건지 차근차근 생각해 보았다.
옆집 부부가.. 또 떡을 갖고 우리집을 방문했고... 내가 그때 뭘 생각하고 있는데.. 부부가 떡을 놓고..
인사하고 돌아섰지.. 순간 정신차리고 부부를 불렀는데, 이미 부부는 복도에 온데간데 없었지...
그걸 보고.. 나는 무서워서 다리가 힘 풀리고... 아...
그 다음은 기억이 안나....
10:50 AM
오랜만에 남편 차를 타는 듯 했다. 나는 조수석에 앉고.. 남편은 운전석에 당차게 앉아
말을 던졌다.
“ 자!... 모시겠습니다... ”
그 동안 정말 별별일이 다 있었지만.. 나를 위해 남편이 바쁜 시간을 쪼개 롯데월드에 가는게 뿌듯해서
피-식 하며 다시 웃어버리는 나였다.
롯데월드로 가는 도중.. 나는 차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 4화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