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세계 4위 자동차 회사를 이끄는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2007년까지 본사 관리자의 5%, 영업직의 10%, 기술상담직의 20%를 여성에게 할당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경쟁사보다 여성을 많이 채용해야 자동차 구매 결정의 60%를 차지하는 여성 고객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규 등록 27%가 여성 소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여풍’이 불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새로 등록한 차량 중 여성 소유 차량의 비율은 5년 전에 견줘 3%포인트 남짓 올라간 27%를 차지했다. 주부들이 남편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차량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일 것으로 보인다.
소형차에도 후방경보장치=여성 구매자의 증가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옵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뉴아반떼 엘레강스 스페셜’은 스위치로 핸들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 기능을 갖춰 의자를 앞으로 당기기 일쑤인 여성들의 안전을 배려했고, 피부가 타는 것을 꺼리는 여성들을 위해 자외선 차단 유리를 장착했다. 뉴싼타페 역시 치마를 입고 차에 타기 쉽도록 전고(의자 높이)를 낮추고, 운전 중에 뒷좌석 어린이들을 살펴보며 대화할 수 있는 ‘컨버세이션 미러’를 갖췄다.
기아차는 준중형차인 쎄라토에도 적용하지 않는 후방경보장치 옵션을 소형차인 프라이드에 적용했다. 소형차의 주 고객인 여성들이 주차시 유용한 이 기능을 채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는 적중해 올해 구매자 중 20만원대인 후방경보장치 옵션을 선택한 비율이 무려 21%에 이르렀다.
여심의 색깔은 다르다=르노삼성자동차는 ‘색깔 마케팅’으로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2003년 대형차로는 이례적으로 순은색의 SM5를 내놓는 등 은하늘색, 연한 파란색의 ‘익스트림 블루’ 등 밝고 화사한 색깔을 잇따라 도입했다. SM7의 경우 ‘여성이 몰기에 부담없는 화사한 대형차’라는 마케팅이 적중해 전체의 25%가 여성에게 팔렸다.
여성겨냥 색깔 ·옵션 등 늘어
지난 4월 기아차 ‘뉴카렌스’도 자주색이 들어간 강렬한 보라색 모델을 선보였다. ‘중대형 차량은 원색이 팔리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전체 소비자의 9%가 보라색 모델을 택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색깔뿐 아니라 쇼핑백 고리와 신발 수납공간 등이 여성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5년내 국산 여성전용차=여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수입차 업체들이 더 열성적이다. 최근 5년새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여성 고객 비율은 르노삼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자리 걸음이지만, 수입차 업체들의 여성 고객 비율은 28%에서 46%로 급증했다.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아예 설계부터 여성을 염두에 둔 모델을 출시하는 추세다. 볼보자동차가 지난해 출시한 ‘YCC’는 차수리를 잘 하지 않는 여성의 특징을 감안해 후드를 없애고, 머리를 묶은 여성을 위해 시트 머리부분에 움푹 패인 홈을 만들었다. 올해 초 나온 스즈키의 ‘MR왜건’은 20~30대 엄마를 겨냥해 유모차를 뒷좌석으로 내리고 싣기 쉽게 했을 뿐 아니라 조수석 좌석 아래 큰 짐을 싣게 만들어 ‘마마 왜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대차, 전문개발팀까지 가동
현대자동차의 김조근 상무는 “국내 업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며 여성 고객의 중요성에 눈뜨고 있다”며 “현재 여성용 차량 개발 태스크포스가 가동 중이고, 이르면 5년 뒤에는 진정한 여성 전용 자동차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