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남자는 출근길에 일부러 차를세워
한잔에 몇 천원이나 하는 비싼 아이스 커피를 사왔다
한잔은 그녀의 것, 나머지 세잔은 사무실에 있는 아무나의 것이다
한잔만 사오기가 뭐해서 구지 넉잔을 사오는것이므로.
남자는 이 일을 여름부터 쭉 해오고 있다
어쩌다 사온 아이스커피를 마신 그녀가
입맛을 짝짝 다시며,
- 아, 시원하다
하며 행복해 했던 6월의 어느날부터 쭈욱.
남자는 오늘도 출근하자 마자
가방을 던지고 서둘러 그녀의 커피부터 챙긴다
많은걸 기대하지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얼굴로 다가가며,
- 커피 왔습니다~
다른날 같았으면 "땡큐~" 하며 웃으며 받아들었을 그녀.
하지만 오늘 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 나 오늘 안마실래. 다른사람 줘.
남자는 순간, 얼굴과 가슴이 동시에 굳어버리는것같았지만,
겨우 얼굴을 풀며 한마디를 더 말했다.
- 왜요~ 이 커피 좋아하잖아요.
그러자 여전히 책상정리로 바쁜 여자가 말하길,
- 아니, 속도 안좋고 이젠 아침에 춥기도 하고.
난 됐어, 다른 사람 줘
그렇게 말한 후 여자는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느라
고개를 숙였는데, 잠시후 다시 고개를 들었을때
그녀는 남자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것을 발견했다.
못들었나? 하는 마음에 여자는 다시 말하길,
- 아이, 난 진짜 안마셔도 된다니까,
그런데도 그 자리에서 커피를 든채 꼼짝도 하지 않는 남자.
그제야 무슨일인가 싶어 제대로 눈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본 여자.
그녀는 남자의 얼굴에서 절박함, 간절함 혹은 애원하는듯한
어떤 감정을 읽었고, 그제야 지난 두달동안
전혀 몰랐던 사실을 한순간에 깨달았다.
이커피가 그냥 커피가 아니였구나.....
여자는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커피를 받아들었고,
남자는 그제야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발을 끌듯이 질질 걸어가는 뒷 모습.
5분전보다 어깨가 저렇게나 쳐져버린 남자의 모습을보며
여자는 어찌할 바를 몰라졌다.
아무생각 없이 받아 마셨던 커피가
다시 몸속으로 모여들어 출렁출렁대듯 부담스러워졌고,
멀쩡하던 남자를 저렇게나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졌다
짝사랑 분야에선, 연기가 서툴수록 승산이 크다.
아무렇지 않은척, 정말 좋아하지 않는척,
완벽한 연기를 하다보면, 끝까지 아무도 그것이 연기인지
모를수도 있으므로, 적당히 티내며 차근차근 다가가야 한다고
그래야 받는사람도 멀미를 하지 않는다고....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