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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장수마을 日나가노

김진석 |2006.10.27 09:24
조회 52 |추천 0

 

[100세를 사는 사람들] 세계의 장수마을 日 나가노
수시로 건강검진·싱겁게 먹기 운동…短命지역이 20년만에 장수촌으로

▲ 일본 나가노현의 한 사찰(寺刹)앞길을 두 노인이 걸어 나오고 있다.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나가노현은 일본의 46개 현 가운데 남성 평균 수명이 가장 긴 ‘장수마을 ’로 의학계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AP자료 관련특집 - 100세를 사는 사람들

일본 나가노현(長野縣)은 최근 20년 동안 단명 지역에서 장수 지역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이곳은 현재 일본의 46개 현(縣) 가운데 남성 평균 수명 1위(78.9세), 여성 평균 수명은 4위(84.5세)에 올라 있다. 나가노현이 장수 지역으로 부상한 것은 90년대 이후다. 불과 60·70년대만 해도 이곳은 단명 지역이란 불명예를 가지고 있었다. 98년 동계올림픽이 열려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도 한 나가노현은 눈이 많고 추운 산악 지역. 대다수 장수 지역이 온난한 기후에 속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나가노현은 이례적인 경우로 의학적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불과 20여년 만에 단명 지역에서 장수 지역으로 변한 나가노현의 비밀을 벗긴다. 박상철(朴相哲·53)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이 작업을 함께 했다.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을 달려 나가노현 후지미(富士見) 마을(町)에 도착했다. ‘후지산(富士山)이 보이는(見) 곳’이란 지명에 걸맞게 후지미 마을의 평균 고도는 977m에 달한다. 기차는 삭막한 겨울 계곡을 넘고 넘어 후지미 역(驛)에서 가쁜 숨을 골랐다. ‘눈의 고장’답게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중 나온 후지미 고원(高原)병원의 이노우에 가츠아키(井上憲昭·53) 원장은 “춥고 조그만 마을에 뭘 취재하러 왔느냐”며 손을 내밀었다.

◆ 와카스키 선생과 이마이 선생

이노우에 원장은 “부유하지도 않고 추운 산골 마을 나가노현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과거에 비해 는 것은 와카스키 도시카츠(若杉壽勝·92) 선생과 이마이 키요시(今井澄·2002년 10월 작고) 선생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와카스키·이마이씨는 모두 의사로 나가노현 농민 속에서 의료 및 생활 개선운동을 활발하게 펼친 인물들이다.

▲ 나가노현을 단명 지역에서 장수 마을로 탈바꿈시킨 주역인 의사 와카스키(왼쪽)씨와 고(故)이마이씨. 44년 도쿄대 의대를 졸업한 와카스키씨는 도쿄대 교수를 꿈꿨다. 그러나 그는 2차대전 중 공산당 활동을 했던 전력 때문에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뒤 지도교수 추천으로 나가노현의 조그만 병원에 둥지를 틀었다. 45년 3월 우스다 마을의 사쿠병원에 부임한 그는 농민들의 의료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와카스키씨는 간단한 치료만 받아도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수많은 농민들이 죽어가고, 의사 한 번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현실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는 45년부터 병원 스태프들을 설득해 의료도구들을 버스에 싣고 나가노현 구석구석을 다니기 시작했다.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나가노현은 산골 지역. “죽을 때 의사 얼굴을 한 번 본다”는 이 지역 사람들은 와카스키씨 덕분에 기초적인 치료 및 검진 혜택을 받게 됐다. 그는 1년에 20번 이상 버스를 끌고 산골 마을을 순회했다. 박상철 교수는 “고령자들은 가벼운 폐렴 증세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초적인 건강 검진만으로도 평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 이마이씨는 70년대 초부터 지역 의료활동을 펼쳤다. 역시 도쿄대 의대 출신인 이마이 씨는 69년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령사건’을 주도한 죄로 투옥됐다. 2년간 옥고(獄苦)를 치른 그는 학생운동에 가담했던 의대 친구들을 이끌고 나가노현의 농민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와(諏訪) 중앙병원 원장에 취임한 이마이씨는 매월 와카스키씨를 만나 지역 의료활동에 대해 토론했다.

환자를 찾아다니며 치료한 이들 덕분에 나가노현은 재택 치료가 일반화됐다. 이에 따라 나가노현의 노인(老人) 1인당 병원 치료비와 자택 사망자 비율은 일본의 46개 현 가운데 가장 낮을 정도로 의료 환경이 개선됐다. 국민건강보험중앙회의 통계(99년)에 따르면 나가노현의 노인 1인당 진료비는 59만엔으로 단명 지역인 북해도현(104만엔)의 절반에 불과했다. 자택 사망자 비율은 33%로 북해도의 9%보다 3.6배 이상 높았다.

◆ 생활습관을 바꿨다

수년간의 순회 진료를 통해 와카스키와 이마이씨는 임시적인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와카스키씨는 59년 일본 최초로 20세 이상 마을 전 주민(6000여명)을 대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이는 83년 노인건강법(The Law for health of The Aged)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일본 국민들은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게 됐다.

특히 와카스키씨는 각종 실험을 통해 농민들을 깨우쳤다. 그는 장화를 신고 논에 들어가라고 설득하기 위해 토끼 발을 며칠 동안 물 속에 담그는 실험을 했다. 농민들은 피부병과 기생충에 감염된 토끼 발을 직접 목격한 뒤 비로소 장화를 신었다. 모내기처럼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관절에 무리가 온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개(犬) 발을 전동기에 묶어 회전운동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며칠 뒤 절룩거리는 개를 보고 농민들은 모내기를 하다가도 가벼운 체조로 관절을 풀었다.

와카스키씨는 또 나가노현엔 뇌졸중 등 뇌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추운 날씨와 짜게 먹는 식습관이 뇌혈관계 질환의 원인이라고 판단, 생활습관 개선운동을 전개했다. 먼저 각 마을회관(공민관)을 찾아다니며 ‘싱겁게 먹기’운동을 펼쳤다. 이 덕분에 60년대 20g이 넘던 나가노현 주민들의 1일 염분 섭취량은 90년대엔 10g 이하로 줄었다. 이곳에서 맛본 스케모노(반찬용 조림 채소)는 도쿄보다 훨씬 싱거웠다. 스케모노는 우리나라 김치처럼 매일 식단에 오르는 반찬이다.

와카스키씨는 추운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한 방에 모여 자기’운동을 전개했다. 방 하나라도 난방을 제대로 해 따뜻한 방에서 숙면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노인들에겐 추운 날 갑자기 바깥에 나가지 말 것을 충고했다.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 이노우에 원장은 “나가노현에서 뇌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꾸준히 줄고 있다”고 밝혔다.

(나가노현(長野縣)=安勇炫기자 justice@chosun.com ) ------------------------------------------------------ ●나가노현은

눈 많은 산악지역 98동계올림픽 개최 ‘일본의 알프스’ ------------------------------------------------------

나가노현(長野縣)은 일본 혼슈(本州) 중앙부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 알프스’로 불리는 지역. 히다·기소·아카이시산맥이 남북으로 뻗고, 3000m 이상급 고봉(高峰)이 즐비하다. 250만명의 인구는 주로 산간 분지 지역에 거주한다.

내륙성 기후가 뚜렷해 연교차와 일교차가 크다. 나가노 시의 연평균 기온은 11.3도, 강수량은 1014㎜. 98년 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만큼 눈이 많다. 일본 전국 3위의 농업현으로 쌀·과일·채소 재배와 축산·양잠이 성하다.

취재진이 방문한 나가노현 후지미(富士見) 마을(町)은 해발 977m에 위치한 인구 1만5000여명의 산골 마을. 도쿄에서 JR(일본철도) 중앙선으로 2시간 거리에 있다. 마을 면적 144㎢ 가운데 61.25%가 산림이며 논은 9%, 밭은 5.1%에 불과하다. 이곳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25.8%)이 65세 이상일 만큼 노인 인구가 많은 마을이다. 90세가 넘는 남성 인구는 44명, 여성 인구는 148명으로 조사됐다. 병원은 후지미 고원병원이 유일하지만 500여 병상(病床)과 320여명의 스태프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이곳은 마을 전 주민의 개인 건강기록을 관리하며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1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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