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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문제를 고민하면서...

이재광 |2006.11.09 16:51
조회 37 |추천 0


때가 때이니 만큼 나락 얘기를 하련다.
면 서기(?) 하는 일들이 늘상 그렇듯 상급기관으로부터 배정받은 산물 벼 매입물량을 어느 정도 채우기 위해서 마을로 나갔다.

집집마다 어른 키 높이보다 높게 쌓아놓은 나락가마니들이 농촌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다. 또 엊그제는 가을을 재촉이라도 하려는 듯 비가 내렸다. 비를 피하기 위해 그랬을까? 처마 밑까지 수북하게 쌓아 놓은 나락가마니들이 가관이 아니다. 정부에서 매입하겠다는 가격은 벌써 정해졌는데. 수확과 동시 산물 벼로 출하를 하지! 왜, 지금껏 이렇게 쌓아 놓고 기다리는 것일까?
금년은 수확기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정부가 매입하겠다던 350만석 매입물량 중 산물 벼(150만석)에 대한 실적이 저조하기만 했다.
산물 벼 출하를 주저하는 농민들의 속사정은 무엇이고, 10월 까지의 작황을 지켜본 후에 (100만석) 추가매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정부의 발표는 언제쯤 있을까?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해 본다. 정부 수매제도가 폐지되고, 공공 비축제 도입 첫 해인 지난해 시행착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행정의 최 일선에서 이 눈치 저 눈치를 다 살핀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탁상행정(?)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 제도였기에 옴짝 딸싹 못하고 서리서리 욕을 먹어야만 했다. 시중 쌀값 하락폭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차지하고 턱없이 부족한 매입량과 산물 벼와 포대 벼의 매입가격 차등적용, 또 산물 벼 매입가격을 시장논리에 맡겼던 것이 그것이다. 물론, 금년에는 이런 불합리한 점들을 개선 농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했다. 쌀 문제에 접근하면서 많은 것을 고민하면서 배웠다.

WTO에서 약속한 ‘양허표’ 이행을 위해 매년 142만석씩 들여와야 하는 수입쌀 물량과 또 수입된 쌀을 밥상용으로 시중에 대 팔아야 하는 문제. 연말까지 더 들여와야 하는 수입쌀 물량. 거기다가 날로 생산량이 늘고 있는 친환경 쌀의 유통문제, 더 나아가 쌀 협상문제까지.
농민 한사람, 공직자 한사람, 지도자 한사람이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라면 그래도 행복한 고민일 것이다. 허나! 그 자체가 끔찍하기만 하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이 드니.

산물 벼 보다는 포대 벼를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산물 벼와 포대 벼의 가격 차이는 670원. 포대에 담는데 드는 비용(PP마대 500원, 작업비 170원) 그 차이 밖에 없는데! 포대 벼를 선호한 이유가 ‘한 번 속았으면 되었지! 두 번 속을 수 없다’며 정부와 관을 불신하는 데서 나오는 건 아니겠지! 분명 아닐 것이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아마도 한 해 동안 지은 농사, 즉 봄부터 흘린 땀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드러내 보이고 확인을 받고 싶은 바램이 아닌가 싶다. 검사원이 떼려 주는 1등급 표시(◎) 자판하나에 축 처진 어깨를 세우고, 자랑삼아 얘기꺼리를 만들고 싶은 그런 소박한 심성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순박하기만 한 게 농심이고 민심이란다.

공공비축 포대 벼 10일 부터...
주 1회 발행되어 우편으로 배달되는 지역신문을 사무실 내 여직원이 건네준다. 근무시간 인지라 펼쳐 보지 못하고 퇴근길 집에 가져와서 펼쳐 봤다. 고마운 기사 하나가 눈에 띈다. 농산물품질관리원(군)출장소에서 내놓은 자료 같았다. ‘공공비축 포대 벼 10일 부터 매입’ 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읽어 내려가니, 차량에 적재된 상태에서 수분을 검사해 줌으로써 건조불합격(14%이상)으로 인한 출하농가의 불편을 덜어 주겠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검사원과 관계자들이 출하당일 조금 일찍 현장에 나와 직무에 임하면 되니까? 과연 여성출장소장 다운 섬세함이 돋보이고, 농민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사실, 필자도 작년 연말 폭설 뒤끝에 공공 비축미곡을 매입하면서 목격했던 일중에 하나였다. 출하를 위해 포대작업을 마친 나락가마니들이 매입 일정이 수차에 걸쳐 연기되는 통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보니, 수분이 16~7%까지 올라갔는데도 그것을 모르는 농민들이 그대로 출하장에 가지고 나와 새벽부터 검사순서를 기다리다 건조불량(?)으로 판명을 받은 나락가마니를 다시 털털거리는 경운기에 싣고 돌아가는 칠순 노인들의 뒷모습은 참으로 비통하기까지 했으니까!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1000번지.
금년에도 어김없이 그곳에는 나락가마니들이 쌓였다. ‘한미 FTA협상 중단과 추곡수매 부활’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절규인 것이다. 또, 인근 시군에까지 야적시위가 확대되고 있다니!
쌀! 쌀! 쌀! 대체 언제쯤 이런 쌀쌀(?) 맞은 뉴스는 듣지 않게 될까?
‘추가 매입계획은 아직 없당가!’ 평소 조용하기만 하던 주민 한 분이 민원서류를 떼러 왔다가 슬그머니 묻고 간다. ‘글쎄요!’ 그 ‘글쎄요’ 라는 대답 밖에 할 수 없는 힘없는 사람이 행정의 최일선 면 서기(?)다. 출장길에 목격했던 시골마을 허름한 스레이트지붕 처마까지 쌓인 나락가마니를 어떻게 다 처리할까? 남의 일 같지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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