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는데 문득 리모컨 손가락 질을 멈추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어린시절 즐겨보던 그 '달려라 하니'. 투니버스에서 새벽 재방송 하는 '그 옛날 채널 9번'의 단골 시리즈였던 이 애니메이션에는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나애리'. 중학교 여자 육상의 떠오르는 샛별, 그러나 사회성이 결여된 듯한 자만감과 이기적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는 그 여중생 말이다. 후에 개그콘서트에서는 '건방진 계집애'로 표현되며 이기적이고 무례한 여자의 대표로 자리매김했고 이후로도 나애리는 언제나 사회 속의 '나쁜 여자'의 대명사로 조롱감이 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나애리가 왜 나쁜가? 여차저차 해서 그렇면 지금까지도 나애리는 나쁘고 건방지기만 한 계집애일까? 그에 대한 답은 최근 인기를 얻는 순정만화나 드라마 등의 대표적인 흥행 코드가 착한여자 콤플렉스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점. 그리고 이에 빠져 획일화 되어 유교적 의존감에 빠지는 여성이 상당하다는 점. 그러나 나애리는 그 무의미한 의존성을 격파하는 자신감에 찬 여성이라는 점. 이 세가지로 요약해 찾을 수 있다. 나애리는 애니메이션에서 하니의 적으로만 묘사되고있는데 딱히 그녀는 신데렐라 드라마에서의 악역들 만큼 하니를 괴롭힌 것도 없다. 오히려 하니의 승부욕을 불태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 준다. 즉, 나애리는 하니의 발목을 일부러 부러뜨린다거나 음식에 약을 탄다거나 경기에 출전을 못하게 끔 몸부림을 쳐가며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기 앞에 있는 육상 하나에 전념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춘 여성이라는 점이다. 단지 우리는 나애리의 자신감이 하니와 직접적으로 계속 부딪쳐 왔고 하니의 시각으로만 극이 펼쳐지기 때문에 나애리는 '나쁜 계집애'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보같이 남자나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믿는 나애리. 그녀는 그 과정에서 남을 깔보는 우를 범했고 하니는 엄마를 위해, 달리기를 위해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았지만 분노에 가득차 남을 쉽게 미워하는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들은 서로 악역, 선역이 갈릴 수 있는 것이다. 유교적 선입견(남성의존형 여성, 여성지배형 남성)을 가진 이들에게는 두 사람 다 악역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