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가 다른 점이 있다면?
Columbia University, MIT, Harvard University,
Stanford University.
이름만으로도 뭔가 불끈 솟아 오를 듯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 같은 힘을 지닌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 이들 대학의 졸업식 시즌이 되면 졸업식을 축하하는 유명인들의 멋진 축사로 다시 한번 우리들은 감동을 받곤 합니다.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스티브잡스가 했던 축사 “Stay hungry, stay foolish’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가장 먼저 알게 된 대학 이름은 ‘Harvard’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 대학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으니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문대는 어떤 모습일까 참 궁금해 했던 저에게 몇몇 미국 명문대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사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오르는 것 보다 저를 설레게 했었습니다. Columbia, MIT, Harvard, Stanford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잘 갖추어진 교육 시스템, 자유롭지만 정돈된 수업분위기, 다양한 국가에서 모여든 학생들의 에너지를 보고 놀랐습니다. 컬럼비아의 전통이 느껴지는 고풍스러움, 하버드의 차분한 분위기와 학교 앞 중고책 서점에서 발견한 학생들의 손때 묻은 중고책들, 넓고 평평한 스탠포드 교정을 오가는 자전거의 행렬 등 모두가 소중한 기억들입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MIT에서의 추억입니다. MIT에서는 한국학생회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MIT 학생 틈에서 점심을 먹고, 같이 수업도 들으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세계적인 학생들 틈에서 당당히 우뚝 서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MIT 교수들의 가르치는 방법, 학교의 체계적인 뒷받침, 다양한 장학제도, 세계적인 명사와 기업 CEO들의 줄을 잇는 강연 등 부러운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멋진 말들이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MIT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천재라는 소리는 들으며 자라온 학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MIT에 입학한 지금 이 순간부터 여러분은 천재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MIT의 한 학생일 뿐입니다. MIT를 졸업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때로는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선배들 중에는 그런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MIT를 졸업하는 순간 여러분은 그 어떤 좌절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MIT가 여러분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지식이 아니라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입학을 환영합니다.”
이것은 영화의 대사가 아닙니다. 실제로 MIT 학생이 입학식 때 들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MIT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서, 그 학생이 힘들 때마다 되내이면서 다시 힘을 얻는 말이 되어있었습니다.
2000년 3월 2일. 이날은 제가 힘겨운 재수 생활을 끝내고 대학에 입학한 날입니다. 저는 재수학원에 다니지 않고 독서실과 집을 오가면서 혼자 재수 생활을 했습니다. 아마 재수를 해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싸움인지 알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격려 덕분에 무사히 독서실에서 1년을 잘 보낼 수 있었고, 그렇게 원하던 대학생활을 시작하던 날이니 2000년 3월 2일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당시는 인기 가수 SES 유진이 고려대에 입학해서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입학식에는 유진도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수 천명이 모여있는 노천극장에서 총장님의 축사는 들은 척 만 척 하고 유진이 어디 있나 눈을 돌리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것이 예쁜 연예인에게 본능적으로 눈이 가게 되는 젊은 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밥에 그 나물처럼’ 고등학교 입학식 때 교장선생님께 듣는 환영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환영사를 듣고 있으면, 우리의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선배님들이 왜 입학식에 갈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몇몇 친구들과 선배님들의 졸업식이 다가왔고, 졸업식 축사 역시 입학식의 그것과 다르지 않는 ‘슬픈 일관성’을 보았습니다.
환경은 중요합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것들을 보고 배우는 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구지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고객을 끄덕일 만 합니다. 특히 학생과 스승의 관계에서, 학생과 학교라는 환경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신문은 세계 대학 순위 발표 결과에 떠들썩 합니다. 언론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한 대학교가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대학 수준과 대학 교육을 흠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매년 통과의례처럼 있는 일이라 우리나라 대학 교육을 비판하는 신문의 내용 역시 작년이나 올해나 ‘그 밥에 그 나물’입니다. 기자들은 과연 기사를 새로 쓰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매년 똑같이 출제된다는 어떤 수업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답안지처럼 어쩌면 기사에도 ‘족보’가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회적인 비판이 쏟아지면 대학교 내에서는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알면서도 마치 모르는 듯 토론이 진행되곤 했습니다. 많은 교수님의 결론은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하면 절대로 세계적인 명문대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교수님도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연구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은 하시지 않습니다. 대학 평가에 ‘교수님의 수준’에 대한 항목이 매우 중요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생활을 지식과 기술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학생과 긴 인생에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좌절을 극복하는 기회로 삼는 학생은 분명히 다른 배움의 결과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진리를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라 하시던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대학생활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이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쿠션이 있는 편한 의자와 현대적인 강의실만이 대학의 환경은 아닙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한 학생에게 좌절을 극복하는 힘이 되는 스승의 말보다 중요한 환경은 무엇입니까? MIT에서 공부하는 한 유학생이 힘들 때마다 생각한다는 그런 가슴 찡한 말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요? 대학 평가에 이런 항목이 하나쯤 포함된다면 우리의 대학 순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질문 많이 하는 학생을 좋아하시는 우리 교수님께 뒤늦게 손을 들어 질문 해봅니다.
* 훌륭한 스승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얻은 은혜를 입어 온 제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자를 친자식처럼 아끼시며 가르쳐주시는 그런 스승님들께 이 글은 존재하지 않는 글입니다.
20061112 김태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