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단풍이 불타오르는 11월, 하루가 다르게 맵싸해지는 바람결엔 스산한 겨울 냄새가 묻어난다. 왠지 놓쳐버린 듯한 짧은 가을이 아쉽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떠나보자. 도심 곳곳, 심산유곡 곳곳에 오롯하게 남아 있는 마지막 가을 정취를 맛볼 기회다.
▶오색 단풍으로 물든 산사
‘춘마곡추갑사’의 명성 계룡산 갑사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가 좋다 하여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란 말을 낳았을 만큼 갑사의 가을 단풍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5리 숲’이라 불리는 갑사 계곡 진입로의 단풍이 특히 장관을 이루는데, 아름드리 수목이 2km나 빽빽이 늘어서 단풍 터널을 이룬다. 계룡산 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갑사는 백제 시대에 지어진 고찰로, 작지만 단아한 멋이 돋보이는 곳. 갑사 옆 계곡에는 조선후기에 지었다는 찻집이 운치를 더한다.
단풍 절정기 10월 하순~11월 중순 문의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042-825-3002)
알록달록 아기단풍의 절경 내장사·백양사
20여 종의 단풍나무가 울긋불긋 화려함을 뽐내는 내장산.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아기단풍은 엄지손톱만 한 것부터 아기 손바닥만 한 것까지 귀여운 사이즈와 선명한 색감을 자랑한다. 백양사와 내장사를 잇는 11km 구간은 내장산 단풍 구경의 백미. 굳이 산행을 하지 않아도 백양사와 내장사의 단풍만으로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가을 하늘과 연주홍 단풍을 담은 백양사 쌍계루의 연못은 한 폭의 풍경화를 방불케 한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한 절로 입구에서 20여 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약사암, 운문암, 천진암 등의 암자가 아름답다. 내장사 역시 백제 무왕 때 세워진 절로, 입구의 단풍 터널이 일품이다. 백련암과 원적암으로 오르는 길에는 낙엽이 깔려 있어 산책하기 좋다.
단풍 절정기 10월 30일~11월 3일 문의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063-538-7875)
단풍에 붉게 물든 청정 계곡 가야산 해인사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해인사까지 펼쳐진 홍류동 계곡은 가야산 최고의 단풍 명소로 손꼽힌다. 10여 리에 걸쳐 울울창창한 천년 노송과 단풍나무가 물 맑은 홍류동 계곡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고운 최치원이 홍류동에 반해 계곡 물소리에 귀먹고, 갓과 신만 남겨둔 채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 해인사는 암자를 많이 가지고 있기로도 유명한데 백련암, 홍제암, 원당암 등 곳곳에 자리 잡은 암자로 드는 길도 조붓하니 산책하기 좋다.
단풍 절정기 10월 30일~11월 3일 문의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055-932-7850)
산도 물도 사람도 붉게 물드는 지리산 연곡사
지리산의 가을은 ‘산이 붉고, 물이 붉게 비치며, 사람도 붉게 물든다’ 하여 예로부터 ‘삼홍(三紅)’이라 불렸다. 피아골의 단풍은 연곡사에서 시작해 단풍마을로 불리는 직전마을을 거쳐 계곡을 타고 장관을 이룬다. 표고막터에서 삼홍소 간 1km 구간은 섬뜩할 정도로 온통 핏빛 단풍이다. 직전마을에서 연주담, 통일소, 삼홍소까지 1시간 정도의 산행구간도 단풍 구경에 좋은 코스. 연곡사는 화엄사 동쪽의 피아골 입구에 자리한 사찰로,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됐다. 인근에 화엄사와 천은사, 불일폭포 등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단풍 절정기10월 중순~11월 초순 문의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061-783-9100)
기암절벽 사이 돌단풍이 절경 청량산 청량사
달빛과 설경, 단풍은 전문 산악인들이 일컫는 ‘청량산의 3경’이다. 그중에서도 단풍은 최고로 손꼽히는 절경으로,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절벽 사이사이로 꽃처럼 붉게 피어난 돌단풍이 인상적이다. 깎아지른 듯한 12개의 바위 봉우리를 꽃잎 삼아 꽃술처럼 들어앉은 청량사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사찰. 원효대사가 머물렀다는 작은 암자 응진전 주변이 청량사 단풍의 백미로 소문나 있다. 유리보전의 지불, 경내 찻집 주마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단풍 절정기 10월 하순 문의 청량사(054-672-1446)
▶서정을 담은 영화·드라마 촬영지
사랑을 꽃피우는 연인들의 성지 남이섬
드라마 및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한 남이섬. 한류 열풍을 이끈 드라마 <겨울연가>를 비롯하여 영화 <겨울나그네>와 <아는 여자>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유독 사랑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이유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광 때문. 노란 융단을 깔아놓은 듯 은행잎으로 수북이 뒤덮인 은행나무 길과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한 번쯤 꼭 걷고 싶은 길. 그 길에서라면 누구나 로맨틱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위치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문의 관리사무소(031-582-2181)
명산에 자리 잡은 신비한 연못 주왕산 주산지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인생사를 이야기했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 비현실적일 만큼 신비로운 이미지를 자아내던 배경. 주왕산의 주산지가 그곳이다. 주산지는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인공저수지로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저수지 한가운데 밑동의 반을 물에 담근 왕버드나무가 감상의 포인트. 저수지를 둘러싼 단풍나무 숲이 가을이면 절경을 이룬다. 주산지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물안개가 자욱한 새벽녘에 찾는 것이 좋다.
위치 경북 청송군 주왕산 문의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054-873-0014~5, 0025)
갈대밭에 일렁이는 가을바람 서천 신성리 갈대밭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금강하구둑 언저리에 위치한 신성리 갈대밭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 갈대 7선’으로 손꼽히는 곳.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장소로 유명세를 치르며 자연학습장 및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폭 200m, 길이 1km, 면적이 무려 6만여 평에 이르는 광활한 갈대밭은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무성한 갈대들이 금강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갈대밭 속에 미로처럼 조성해놓은 산책로와 통나무에 새겨진 박두진·김소월·박목월 시인의 시가 가을 서정을 만끽하게끔 한다.
위치 충남 서천군 한산면 문의 서천군 문화관광과(041-950-4114, www.seocheon.go.kr/tour)
금빛으로 물든 초원 원당 종마목장
서울 근교에서 광활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원당 종마목장은 경주마 육성과 사육을 위해 조성된 곳이지만 드라마 <봄날>을 비롯해 무수한 드라마와 영화, CF 촬영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은사시나무 길을 지나 하얀 울타리 안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11만 평의 초지와 완만한 언덕이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까닭. 주변에 서삼릉과 허브랜드, 배다리박물관 등이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좋다. 그림 같은 초지를 배경으로 한 목장 내 4km의 산책로는 가을철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힌다.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문의 031-966-2998
가을로 가는 궁극의 숲길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영화 <와니와 준하>, 올가을 개봉작인 <가을로>의 촬영장소인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된 바 있는 명실상부한 가로수 길의 지존이다. 29번 국도를 따라 광주에서 담양으로 향하다 보면 찾을 수 있는데, 담양읍을 거쳐 순창과 남원 방면 24번 국도로 이어지며 순창군 경계까지 약 8.5km의 가로수 길이 계속돼, ‘꿈의 드라이브 코스’로 불리기도 한다. 잎이 무성하고 나무 높이가 10m를 넘기다 보니 여름에는 초록빛 터널을, 가을철에는 황금빛 터널을 이룬다.
위치 전남 담양군 담양읍 금월리 문의 담양군청 문화레저관광팀(061-380-3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