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에 일찍 터잡은 한인분들 중에는 임권택감독님의 영화나 홍상수감독님 영화, 김기덕감독님의 영화가 파리 모 예술영화관에서 상영된다고, 가슴뛰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올드보이의 칸느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이후 꽤 많은 한국영화들이 상영되었죠~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한국영화만큼 저를 설레이게 한 것도 없는 것 같네요~
처음에 티비도 없이 살다가 친구집에서 칸느영화제에 참석하신 박찬욱감독과 최민식님이 그랑프리 수상소감을 한국어로 말할때의 그 가슴뜨거움이란...
이후 저도 모르게 한국영화의 세계화를 위해 제 주변의 한정된 사람들만 알수있는 낮은 단계의 기여방안을 모색해보았죠.
올드보이를 파리에서 본후, 우선 프랑스사람들의 반응이 넘 재밌었고, 이왕이면 흥행에 성공했으면 해서 주변사람들에게 썰풀어서 6번이나 봤습니다.
이후 최신한국영화를 dvix버전으로 다운받는등 갖가지 불법행위(?)와 프랑스의 한류 오다꾸(?)들이 모인 사이트를 찾아 불어자막을 입히고, 인심쓰는척 프랑스친구들도 슬쩍 빌려주기도하고, 저희집에서 보기도 하고...
아! 짧은 한국여행동안 라비의 번영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준 그렉도 이당시 많이 친해졌었죠.
작년인가 우리 회원님중 채모양이 유학시절 문화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한국영화축제를 기획한적이 있습니다.
현지 개봉도 하기전에, '그때 그사람들', '달콤한 인생', 등의 시사회를 갖고, 영화본후 한국음식도 배터지게 먹는 행사였죠~
당시 괜히 들떠 과친구들에게 전단지를 모조리 뿌리고, 힘든 불어써가며 영화 '죽인다'고 썰풀었음에도 학교친구들은 단 한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 결론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나쁘다'였습니다.
아마 그이후 제가 학업에 동기를 잃어버려서 노트나 빌리러 다니는 열등생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냉정히 생각해보니 이부분은 사실이 아니네요~)
또 여지없이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데 각설하고!
괴물 너무나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보긴 했는데, 이번에는 프랑스 전역 무려 226개관에서 상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바야흐로 극히 일부의 한국영화마니아들에서 프랑스대중전반에 영향을 미칠 파급력으로 한류의 바람이 불텐데 애타게 기다려 지는 것은 당연하겠죠~
부랴부랴 샹제리제로 나가서 영화표를 사는데 매진이 아니라 오히려 살짝 기분이 상했습니다.
광고판은 007과 비슷한 크기로 꽤 크게 걸려있더군요, 여하튼 부랴부랴 상영관안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종로 서울극장만한 상영관에 가득 사람이 차있었습니다.
그러나 좀 지나고 보니 007상영관이었습니다.
저의 멍청함이 야기한 에피소드였죠!
바로 찾아간 괴물 상영관은 정말 코딱지만한 60여석 크기의 상영관이었습니다.ㅠㅠ 광고판은 007이랑 거의 똑같은 크기인데...ㅠㅠ
괜히 성질나서 '그래 너희 평생 헐리우드영화나 보다가 나중에 불어도 잃어버리고, 영어나 쓰면서 살아라! 영화를 첨 만드신 뤼미에르 형제님들이 통곡하실 것이다' 막 이런 악담을 속삭이다 보니 분이 좀 풀리더군요.
다행히 60여석중에 정확히 46석이 찼는데,(몇번 세봤음!, 태클금지^^) 작아도 좌석이 좀 차니 간지는 나더군요~
근데 막상 영화를 상영하고 나니 반응이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서 라비 문닫고 심야로 봐서 좀 피곤했는지, 많이 웃은 기억이 없는데~
오늘 사람들은 정말 많이 웃더군요~
번역도 생동감있게 되었는지 한국인들이 웃을 만한 내용은 물론 저는 좀 썰렁하다 생각한 부분까지 막 웃어재끼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예를들어 "원효대교가 원효대사의 그 원효야?" "그럼 반포대교는 반포대사냐?" 뭐 이부분을 퐁뇌프다리를 들어서 느낌있게 설명했는지 저는 이해가 안됬지만 사람들이 막 웃어재꼈고, '수박서리'의 서리는 과감하게 서리라는 표현을 자막에 그냥 찍었는데도 어떻게 이해했는지 막 웃어재끼더군요~
아마 오늘 온 사람들 온몸의 감각이 살아 꿈틀댔는지 사소한 자극에도 바르르 떨듯한 상황이 아닐까 의심해보았습니다.
그럴때는 저렴한 와인을 마셔도 마치 마고나 무똥호쉴드를 마신것처럼 느낌이 오겠죠~
신의 물방울에서 처럼 꽃밭이 펼쳐지고, 퀸이 내려오고, 웅장한 성곽이 펼쳐지는 느낌들...
또 영화는 안보고 사람들 반응 보는데 푹~ 빠졌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앞에 사람들이 막 떠드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라크전쟁을 풍자한거다 뭐다 또 프랑스 특유의 썰푸는 자리가 이어질 것 같더군요~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머리속을 스치는 작지만 강한 생각이 있더군요~
규모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60석의 작은 상영관에도 이처럼 느낌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300석의 007상영관이 부럽지 않구나~
갑자기 30석 남짓한 라비라는 공간이 너무나 거대하고 충분하게 느껴졌습니다.
라비가 사람들과 호흡하고, 같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잘 조율해야할 현실적인 부분들이 있지만, 그런 현실이 너무 하찮게 느껴질만큼 거대한 정신적인 교감이 교차하는 따듯한 라비랄까?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더욱 더 노력해야겠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행복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역할과 그에 어울리는 모델을 찾은 것 같기에...
이순간 더없이 행복한 제가 주제넘지만 행복을 나눠드립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