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잘 지내요?
나는 조금 우울하고, 조금 슬프고,
가끔 가슴이 아릿아릿 저린 것만 빼면
콧노래가 나올만큼 아주아주 신나게 잘 지내고 있어요.
기억해요? 날개뼈를 지나 허리까지 오던
내 곧고 검던 머리카락 -
당신이 참 좋아했었죠.
만나면 늘 쓰다듬어 주던 손길, 아직도 기억해요.
하지만 이제 잘라버렸어요 싹독싹독.
그 머리카락은 당신을 위해 길렀던 당신의 것이었으니까
지금의 나를 위한 나에게는 필요 없잖아요.
자르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내가 짧은 머리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침마다 일어나서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툴툴거리며 다듬지 않아도 되고
또 더운 헤어 드라이어의 바람을 쐬며
신경질 내지 않아도 되구요.
무엇보다도 바람이 불면 가벼워진 내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아요.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던 시절 나는
차가운 탄산음료를 마시고 기다란 머리에 빨간 구두를 신었지만
지금의 나는 짧은 머리에 모카신을 신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흔들흔들 거리를 걷고 있어요.
나만의 나라는 것은 전혀 없고 오직 당신의 바램과 망상으로만
이루어졌던 그 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가끔, 궁금해요. 애틋할 정도로 가련하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실수 투성이. 구르고 넘어져 상처 투성이지만
그래도 나만의 내가 어떤 것인지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는
이 과정이 너무 행복해요.
당신이 이 편지를 받을 때 쯤이면 나는 글쎄 -
인도에 가서 뽀얗게 먼지 이는 흙길을
툴툴거리는 버스를 타고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아니면 집에서 책 읽으면서
과자나 바삭대고 있을지도 모르구요.
누가 알겠어요?
인생이란 창고에 무엇이 저장되어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