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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3000억 달러 시대

이양자 |2006.12.01 14:13
조회 26 |추천 1

 

         수출 3000억달러 시대

 


 

 1964년 12월 수출을 총괄하는 상공부에 비상이 걸렸다. 청와대로부터 “새해 수출목표를 40% 늘려 잡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해 수출이 1억2000만달러였으니 이걸 단박에 1억7000만달러로 끌어올리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매년 수출 증가율 목표가 40%씩으로 굳어질 판이었다.  당시 상공부 간부는 “우리나라 수출 한계가 3억달러로, 음속 돌파처럼 깰 수 없는 장벽”이라는 얘기를 업계에 퍼뜨려 청와대 귀에 들어가도록 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충훈 상공장관은 고민 끝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 아이디어를 냈다.

 

대통령이 매달 관계 부처와 수출업계 관계자 10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독려하는 ‘수출진흥확대회의’가 그렇게 탄생했다. 1 965년 1월이었다.

 

대통령은 만사 제쳐놓고 이 회의만은 꼭 참석했다. 수출 실적은 물론 새 상품 계획까지 챙겼고 애로를 즉석에서 해결해줬다. 회의는 박 대통령이 세상을 뜬 1979년까지 18년 동안 1백 수십회 이어졌다.

 

어제가 43회 ‘무역의 날’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면 연간 수출이 처음 3000억달러를 넘어선다고 한다. 수출 순위 세계 11위다. 중개무역으로 수출액을 불리는 네덜란드와 홍콩을 빼면 9위까지 올라선다. 연초부터 지속된 원화 강세와 고유가로 어느때보다 나쁜 시장환경 속에서 이룬 실적이라 더욱 값지다.

 

수출은 ‘청와대 진흥회의’가 생긴 이래 42년간 매년 21%씩 성장했다. 세계에 다시 없는 기록이다. 그 결과 수출을 3000배로 키웠다. 더욱이 2004년 2000억달러를 달성한 지 불과 2년 만에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10대 수출국들이 2000억달러에서 3000억달러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5.9년. 우리는 그걸 3분의 1로 단축해냈다.

 

무역협회가 지난달 ‘수출은 ○다’라는 형식으로 표어를 공모했다. 수출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

돈줄’ ‘밥상’ ‘국가의 비타민’ ‘김밥의 단무지’…. 재치있는 응모작들이 쏟아졌다. 박진달 실장은 “공통된 메시지는 ‘수출을 빼면 대한민국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수출의 앞날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 규제와 전투적 노조에 발목 잡혀 수출기업들의 경쟁력과 투자의욕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수출 3000억달러 달성을 즐거워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이준 · 논설위원 j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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