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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가 죽던 날에는 아주 특별한 기억이 있어 라디

신민경 |2006.12.07 19:59
조회 30 |추천 0

김정호가 죽던 날에는 아주 특별한 기억이 있어

라디오를 안고 한참을 베개에 지탱한 머리를 들지

못하고 나도 죽은 듯 그렇게 퍼져 있었다.

트랜지스터 보다 더 큰  비누 두개 만한 배터리를

고무줄로 감고 늘 책상 구석에 서 있던 나의 라디오,

그 속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과 사연들을 들으며

자랐던 나의 유년 시절에는 말도 안 되는

포크 기타의 음유 시인이라는 조동진 보다

밤 무대에 쩔은 김정호가 좋았다. 

 

'헝크러진 머리 바람에 ...  고독한 여자..'

이렇게 중얼거리는 놀라운 그의 음악성은 당시

최고라 인정 받던 사랑과 평화나 신중현 보다 더

핑크플로이드 같은 감수성과 한이 내포 되어 나의

가슴을 적셔 주고는 했지.

폐결핵을 앓고 있던 20대의 천재 듀엣에서

은둔 생활을 거치며 거듭나려 했던 외로운 30 대 까지,

김정호의 인생은 오로지 작곡과 새로운 노래에 대한

열망으로 타올랐으며 그런 도전과 실험 정신이

결국에는 그의 숨을 가쁘게 하는 말기 환자로

내몰았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녹음을 하던 날에는 밤이 새도록 노래 한 곡을

마치지 못할 정도로 호흡이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브르스에 한 획을 긋는 '님' 이라는

명곡을 남기고 며칠 후 세상을 떠났다.

 

내가 미국에 와서 나이가 먹고 본토 음악을 배우고

기량이 발전해도 지금에 듣는 그 한 맺힌 울음은

전율을 느낄 정도이니 당시 내가 얼마나 그가 떠나는

것을 믿기 싫어 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짧은 인생,

꼭 그렇게 요양을 피하고 죽기전 기념비 적인 노래를

만들고 싶었을까..

그 것이 무덤에 비스듬히 같이 누울 비석이 될 줄

그도 잘 알고 있었겠지..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하며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학도호국단과도 같이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던 나의 영웅은 그렇게

썰물 처럼 우리 기억에서 멀어져 갔지만,

작게 더 작게 정리된 채로 접혀진 그의 씨디 한 장은

내 가슴 깊은 곳,

라디오가 숨을 쉬는 주파수를 타고

못내 아쉬웠던 큰 숨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폐결핵 환자로 절에 들어가 살며

마지막 노래를 만들던 그의 모습이

어찌 행복하기만 했을까..

 

남의 노래를 대신 부르던

잠시 쉬어가던

님의 인생은

고르다,

참 많이 밟혀서

고른 땅이 되어라,

부디 다신

노래 하지 않는 천국에서

트랜지스터 하나로 하루를 행복해 하는

보통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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