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심각한 박찬욱 빠순이가 있습니다 .
뭐 물론 그가 영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엔
그냥 단순히 사회과학도였고 ,
사회학적으로 영화 리뷰를 써대서 유명했던 사람이라는 것
정도만 아는 , 아주 기초적인 선에서만 이해합니다만 .
복수가 누구꺼고 , 소년이 늙었던지 , 금자씨가 친절하던지간에
아무렇든 박찬욱감독의 영화는
얼마든지 챙겨보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
이 불쌍한 중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에서 책 뒷면을 펴고
샤프로 적절한 대사들을 써내려갔는데요 ,
후에 해독이 불가한 언어들을 보고도
나름대로 감명을 받아서 또 보겠다는 결심을 했답니다 .
#1 . 결말이 없다는 찌질이는 가라 !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평가가 극과극으로 갈린다 .
하드한 감각에 젖어버린 관객은 실망감을 ,
그리고 나같은 사람은 만족감을 .
언제부턴가 그는 뚜렷한 결말을 표출하진 않는다 .
금자씨가 두부모양 케이크를 씹어먹어도
그 뒤는 ? 아무도 모른다 .
눈밭에서 딸래미와 아버지가 끌어안아도
그 뒷일은 관객의 상상에 맡길 뿐 .
알만한 사람들은 눈치챘을 것이나
역시 , 여기서도 명확한 결말은 드러나지 않는다 .
황혼이 지는 공간 속에서 나체의 두 남녀가
아주 조그마한 사이즈로 비춰지다 끝나니까 .
그런데 ,
무조건 결말이 있어야 하나요 ?
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그리고 결말은 어느 정도 제시했답니다 .
황혼이 비치는 아름다운 풀밭에서
행복에 겨운 두 남녀의 장면이 펼쳐지기 전에
심하게 비가 내리면서 옷까지 다 젖어버린 씬이 나온다 .
비 온 뒤 갬 .
해피엔딩이라구 .
#2 . 심하게 귀여운 그녀
나는 상반된 두 롤 모델을 점찍어두고 있다 .
외로우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카리스마 , 나카시마미카 .
그리고 심하게 귀엽고 사랑스러워버리는 임수정 .
39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고 ,
밥도 안먹고 눈물겹도록 배터리를 손가락에 대고 전기를 흡수하는
깜찍하고도 귀여운 여인상이 어디있다는거야 .
거의 넝마같은 환자복을 주워입고도
발가락에 충전이 다 되어 불이 들어오기도 하고
눈썹을 노랗게 염색하기도 했더라도
아무튼 심하게 사랑스러워지는 영군 .
" 감사하긴 한데요 - 이게 법적으로 금지된거라 ... " ( 정확안함 )
#3 . 일생을 바쳐줘
" 안티 소셜 . 저는요 , 안티 소멸이에요 . "
사회에서 하도 깽판을 부려 재판을 받고 수감되면서
판사가 나지막히 했던 말 .
" 너는 , 점으로 소멸될 것이다 . "
그 뒤로부터 점처럼 작아지는 망상을 하면서
사회 부적응자라는 명찰을 달고 정신병원에 제발로 들어가는 일순 .
그런데 ,
사이보그인 그녀를 위해서 침대가 하늘을 날게 하고
밥으로 충전이 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만드는 그런 정성이
어째서 사회 부적응자라는거야 !
말도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
그렇게 깜찍하고 나름 헌신적인 정신병자라면
내가 데리고 살겠어요 .
풀하우스에서의 싸가지없는 이미지만 고대로 빼면
싹싹하고 귀여운 느낌의 캐릭터 .
#4 . 그런 색감은 어디서 ?
이전의 강렬한 색감은 버렸다 .
처음 영화 시작할 때 ,
" 에 , 회상인가 ? "
어디서도 빨간 벽지따위 찾아보기 힘들었고
극단적인 색 사용도 없었다 .
거의 파스텔톤 , 베이지색으로 점철된 영화라
솔직히 과대환상증인 나는 두시간동안
동화에 빠져버린 환상에 젖어 있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하드함 , 은 여전했다 .
손가락에서 총알이 나올 땐
" 이제부터 시작인가 ! " 하고 바짝 긴장해버렸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