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과부와 뒷집 홀아비
10
복실엄마는 개비아범의 진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우뚝 뿅뿅모텔 앞에 선 개비아범의 발길은 절박함의 표현이었어요. 엑스자로 엇갈려 공중에 쨍 달라붙은 검을 뺄 수가 없었어요. 복실엄마의 눈동자가 흔들렸습니다. 개비아범은 자기의 요구가 무리인 줄 언 듯 깨닫고 고개를 땅에 떨어뜨렸죠. 앗차 실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복실엄마의 목소리가 조급하게 들렸어요.
“들어가려면 빨리 들어가고 말테면 말아요. 남들 눈에 띄겠네~”
“잉?”
번쩍 고개를 쳐든 개비아범은 잘 못 들은 것이 아닐까 했지만, 주변에 눈길을 돌리며 몸을 움츠린 복실엄마가 무엇을 염려하는지 알았어요. 여관 앞에서 남자와 서 있는 자기 모습이 시장사람들에게 들킬까 염려되었던 것이에요.
모텔 정문을 향하여 고개를 까딱한 개비아범이 잽싸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복실엄마도 주변을 한번 쓱 훑어보고는 얼른 그 뒤를 쫓았습니다.
509호,
카운터에서 받아든 키에는 509호라고 써 있었어요. 승강기 앞에 둘이서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서있습니다. 7층에 있던 승강기가 내려오는 중인데 무척 느린 것 같았어요. 땡똥하며 승강기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리자 복실엄마는 얼른 벽으로 몸을 돌렸어요. 혹시 누가 안에서 내릴까 겁났던 것이에요. 다행히 승강기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둘이 얼른 올라타자 개비아범이 5층 단추를 눌렀습니다. 문이 스르르 닫혔습니다. 좁은 공간이 숨 막힙니다. 한참동안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복실엄마의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윙하고 몸을 들어올리던 승강기가 5층에 도착하자 또 땡똥하는 도착 신호음이 들렸어요. 이번에도 복실엄마는 고개를 옆으로 얼른 돌렸죠. 혹시 아나요? 누가 승강기를 타려고 서 있을지, 문이 열리자 아무도 없었어요. 다행입니다.
개비아범의 발길도 조급했어요. 에휴, 이 짓도 못해 먹을 것이구나, 하고 속으로 투덜댔어요. 승강기 바로 옆의 방이 501호, 맞은편이 502호...... 아흑, 하필이면 복도 맨 끝에 방을 줄게 뭐람? 둘이서는 도둑놈 모양 조마조마한 걸음으로 천리길을 잽싸게 걸었어요. 만약에 어느 방의 문이라도 벌컥 열리며 사람이 쑥 나오면 복실엄마는 그 자리에 푹 주저앉을 것입니다.
드디어 천리만리 먼 길 같던 509호 앞에 도달해서 얼른 개비아범이 들어서고, 곧 이어 복실엄마가 쑥 들어서는 순간, 509호의 문이 찰깍 소리를 내며 닫혔습니다.
휴~ 하며 내쉬는 복실엄마의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침대의 이 쪽 끝과 저 쪽 끝에 떨어져 앉아 둘이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개비아범은 술에 잔뜩 취하여 술집여자와 같이 모텔에 들어와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맨 정신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여자와 들어와 보기는 처음입니다. 그것도 은근히 마음에 당기던 앞집 여자니 행동이 버벅거리는 것이에요.
뒤돌아 앉은 복실엄마는 생각했어요. 동네의 누구 엄마나 누구 엄마도 지 남편까지 다 있으면서 바람을 핀다는데, 이 짓도 아무나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두 손으로 화끈대는 뺨을 감쌌습니다. 뒤에서 숨을 고르던 개비아범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저...... 먼저 샤샤샤...... 샤워를......”
말소리가 더듬댑니다. 복실엄마가 킥 웃었어요.
“아뇨, 아저씨부터 먼저 하세요.”
“네네, 그럼......”
뒤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옷을 벗는 소리겠죠. 복실엄마는 창밖에서 반짝이는 뿅뿅모텔 간판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신도 어색하지만 개비아범이 더욱 어색하게 노는 폼을 보니 좀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개비아범은 고개를 돌리고 있는 복실엄마를 힐끗힐끗 곁눈질하며 얼른 목욕탕으로 들어갔어요. 샤워기를 확 틀어놓고 참았던 긴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에흐, 정말.”
비누칠 하며 생각해보니 배우자가 있지도 않은 싱글대 싱글의 행동이 왜 이렇게 눈치를 봐야하는지 짜증났어요. 그러나 가슴은 자꾸 두근두근 거립니다. 꼭 남의 떡을 훔쳐 먹는 느낌이고요. 다 씻고 팬티를 입다가 개비아범은 멈칫했어요.
“엉?”
그것 있잖아요. 두 다리 사이에 위치한 남자의 거시기...... 펑퍼짐한 사각팬티 앞으로 쑥 텐트를 치고 나온 물건이 있었어요.
“아휴. 이 새끼가 왜 이렇게 씩씩 거려?”
개비아범은 난감했어요. 이대로 나가다가 복실엄마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창피할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두 손으로 살포시 거기를 가리며 나갈 수도 없고요. 남들은 거시기의 힘이 없어서 비아그라라는 약도 찾는다는데, 솔직히 개비아범에게는 거시기가 참 고통스러웠거든요. 비아그라 반대되는 약은 없나? 어떤 때는 그런 약이라도 나왔으면 했어요.
엉덩이를 옆으로 싹싹 흔들어보았어요. 불쑥 텐트를 치고 나온 물건이 큰 파도를 몰고 다니듯 팬티를 떠받치며 술렁술렁 댑니다. 비록 제 몸에 붙어 있지만 제 뜻대로 안 되는 물건이 바로 이것이잖아요. 제발 고개를 숙여달라고 두어 번 펄쩍펄쩍 뛰었지만 거시기는 더욱 빨딱 고개를 들고 같이 펄쩍거립니다.
"아흐, 이 새끼가 정말 눈치도 없이......“
개비아범은 욕탕문을 열고 얼굴만 삐쭉 내밀었습니다. 슬쩍 쳐다보는 복실엄마에게 바지를 집어 달라고 손짓했어요. 복실엄마는 바지를 들고 오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내 주었어요. 바지를 입고 자크를 잠그고 혁대를 꽉 졸라매자 거시기의 표시가 좀 덜 났어요. 좀 불뚝하지만 유심히 살피기 전에는 알아 챌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슬쩍 몸을 옆으로 틀며 개비아범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음에는 복실엄마가 목욕탕에 들어섰습니다. 개비아범이 예의를 차리려는지 바지까지 입고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는 자기도 옷을 입은 채 들어선 것이에요. 역시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옷을 하나씩 벗어 세면대 위에 올려놨습니다. 샤워기에 얼굴을 대고 몸을 식혔습니다.
“어휴~”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알면 오십이 다 된 나이에 바람났다고 손가락질 할 텐데, 또 지금까지 이런 것을 모르고 잘 버텨왔는데 말입니다. 잠시 후에 벌어질 상황을 상상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요. 이상하게 자존심이 팍팍 상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깨끗한 욕실에 놓여진 치약, 칫솔, 비누, 샴푸를 보니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년놈들이 지나간 자국이 남아있는 듯 했습니다. 살살 몸의 땀만 닦아낸 복실엄마는 속옷을 입고 청바지를 쳐들었어요. 조금 있으면 또 벗을 바지인데, 입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퍽퍽 건드렸어요.
“꼭 이래야만 하나? 에그......”
바람피는 족속들은 참 강심장이라는 생각입니다.
발을 들어 바지 한쪽에 쑥 집어넣었습니다. 청바지라서 좀 뻣뻣합니다. 물기가 묻은 발이 자꾸 바지에 걸렸어요. 한쪽 발이 다 들어가자 이번에는 반대쪽 발을 들어 청바지에 집어 넣었어요. 언 듯 무릎 정도에서 물기가 축축한 발끝이 걸리적대는가 싶더니 별안간 몸이 기웃뚱 기울었어요.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한쪽 발로 콩콩 뛰다가 그만 미끈하며 곤두박질 쳤습니다.
어머낫, 꽈당탕~
모텔 입구에서 사람들 눈에 띌까 눈치 봤습니다, 안으로 들어와 얼굴 화끈거리며 승강기 탔습니다, 산꼭대기 5층을 올라서 천리길을 달렸습니다. 겨우 509호까지 무사히 도착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초조하고, 마음고생이 많았겠습니까,
거기에다가 꼭 터질 것처럼 조마조마한 복실엄마의 머리를 딱딱한 타이루바닥이 콱 후려친 셈이니, 그만 복실엄마는 뿅~ 기절하고 말았어요. 뿅뿅모텔에서......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