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일요일 하루종일 집에 박혀서 혼자서 눈을 치웠다.
(늦잠 자고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일요일. ㅡ_ㅠ)
누가 그랬는데 군복무땐 비춰지는 눈빨에 울상을 짓지만
제대하면 쎄끄시한 낭만으로 비춰질 것이라 했는데 깊은
한숨을 먼저 내쉬었던 모습으로 짐작하건데 낭만은 아냐...
우리 가족의 안전과 안락을 위해서라는 대의보단 간만에
집안일을 한다면 밤늦게 싸돌아 다닌다고 뭐라고 잔소리
하셨던 부모님께 만회점을 획득하자는데 의의가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데 간간히 선물을 해드린적은 있지만
스스로 집안일을 한적이 거의 없던것 같아서 득남했다고
좋아하셨을 부모님에게 득남의 보람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양말과 바지를 두개씩 껴입고 평소에 입을 기회도 없었던
보드복, 장갑, 고글까지 옷장에서 꺼내 착용하고 현관을
나섰는데 이건 도저히 혼자서 마칠 수 있는 작업양이 아니다.
싸리비 하나 들고 깔짝깔짝- 거려서는 티도 안나는 양이다.
허나 어리숙한 껍데기랑 다르게 맘먹고 런닝머신에 올라서면
헬스클럽 트레이너가 이제 그만 내려와서 쉬라고 말릴정도로
독한 면이 있는데 그런 똘끼가 유용하게 발휘되었다.
정말 미친듯이 쓸어다 퍼담아 나르기를 세시간!!!
엄청난 운동량에 따른 열방출로 두툼했던 방한 장비들은
하나,둘씩 벗겨졌고 절반쯤 끝냈을 무렵 감기의 조건을
보기좋게 갖춘 꼬라지를 하고 있었다.(젖은 면티, 젖은 양말)
덕분에 날은 추운데 감기마저 외면했던 것같아 씁쓸했던
콧잔등에 콧물도 채워졌고 바랬던 칭찬따위는 온데간데
없이 아들이라면 해야 할일을 했다듯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 서운치만은 않다.(역시 스타일있으셔-)
&
간만에 머리를 내민 메신저에 금새 대화창이 뜬다.
소심하고 얍실하다는 평판과는 다르게 입이 무거운 An군이
내게 ' 메리 크리스마스!! ' 를 날렸으나 늘 그랬듯이 삐딱하게
' 당신이나 메리 크리스마스!! ' 라고 회답을 날리고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다가 밑도 끝도 없이 ' 외롭냐? ' 라는 질문에
인정하지 않고 ' 심심할 뿐이다! ' 라고 멋지게 반박했는데
심심해서 외로운거라 대꾸하는 놈에게 더 이상 받아칠 멘트가
떠오르지 않아 ' 즐- ' 이라고 답해줬는데 속이 상한다.
심심해서 외롭고, 쓸쓸해서 속상한가?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장이 머리속을 조금씩 채워지길래 기분전환에 유익한
배슬기의 '말괄량이'를 빠른 손놀림으로 검색해서 들어줬다.
(노래보단 율동이 참 맘에 든단말야^^)
그런대로 난 괜찮은것 같아.
그냥 이렇게 살아가니까-
그런대로 난 잘지내고 있어.
가끔은 네가 떠오를때도-
(흥얼흥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