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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은 정''보다 중요한 ''기르는 책임''

정지연 |2007.01.05 00:27
조회 3,509 |추천 9
- 긴글입니다. 관심없으신 분은 살며시 '뒤로' 버튼을 클릭하세요! -  

얼마전 딸아이가 21개월이 쯤, 유행성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옆침대를 쓰던 남자아이의 엄마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는 재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는데 처음 낳고보니 엄청 빨갛고 못생겨서

다 크도록 안이뻤다고...

그래서 지금도 첫딸보다 둘째로 낳은 아들아이가 너무 이쁘다고....

첫째 딸내미는 낳고서 수술한 배가 너무 아파서 애도 짜증나고 다 짜증났다고.....

 

그 얘기를 듣고 그냥 속으로... '아 저런 모성도 있구나~' 하면서...

내가 울 딸내미 출산 이후의 악몽같던 보름이 생각났다.

 

 

2004년 11월 20일, 친정 김장 도와준 그날 양수가 먼저 터지면서

병원을 급히 찾았는데 아이가 전혀 나올 준비가 안되있던 관계로

촉진제를 맞으면서 진통을 여러시간 했고,

아이가 내려오던 중에 잘못 내려와 뒤집어 내려왔다면서 난산이랬다.

자칫하면 태아도 산모도 위험하니까 수술을 하자 했다.

 

나는 수술을 거부하고,

좀 만 더 힘내서 해보고 안돼면 수술하자고 했다.

결국 입에 거즈를 물고,

배는 간호사에게 힘껏 눌리고 아이는 흡착기로 뽑아내서

머리에 고깔을 쓰게 되었다.

10시간이 넘는 진통끝에 만난 귀한 아이였다.

 

 

자연분만이라 2박3일 입원을 끝내고 퇴원하려는데,

아이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며 빨리 큰병원을 가보랜다...

하늘이 노랗고 땅이 무너지는 듯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달려...

이제 태어난지 3일째인 아가를 이것저것 검사시키고 받은 병명은

'심방.심실 중격 결손증'

다행히 수술안해도 되는 부위기 때문에... 잘 지켜보자나...

 

안도의 한숨을 쉬고 집으로 왔는데 아이가 갑자기 황달이 심해지면서

황달수치가 20 가까이 오르자,

심장에 무리가 갔던지 소변을 못누고 이상 증상들이 나타났다.

 

우리 부부는 또 놀란 가슴에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가

아이를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매일같이 면회를 하면서 하루하루 눈물로 보름을 보냈다.

 

아이는 심장이 약한 관계로 약간의 황달에도 이겨내지 못하고

심장이 부어오르면서 '심부전증'이 의심된다며, 마음 단단히 먹으랬다.

매일매일 기도하고 매일매일 눈물로 하루를 보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울 딸내미는 잘 이겨내주었고,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일년을 꼬박 심장운동을 돕는 독한 강심제를 먹고

인위적으로 소변을 싸게 하는 인뇨제를 먹으며 자란 아이지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장난칠땐 개구쟁이가 따로없는

말괄량이로 잘 성장해주었다.

 

 

낳을때도 힘들었지만, 아이가 클 수록 느끼는 책임감은 더더욱 커진다.

 

갓 태어나서 백일까지는 누워있지만 자주 있는 수유시간 때문에

엄마는 조각잠으로 늘 잠이 모자르고,

 

뒤집기 시작하면 찡얼거려서 다시 자꾸 뒤집어줘야 하고...

 

잡고 걷기 시작하면, 넘어질까 겁나서 잘 지켜봐야 하고...

여기저기 멍들면 맘이 아프고...

 

이제 뛰어다니고 인격이 형성될 시기에는,

올바른 육아 이것저것 공부해서 잘 키워야...

'우리아이 달라졌어요'에 출현하는 불명예가 없고...

 

아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앞으로 경험할 일 들은

살짝 솔직히 겁나고... 설레이기도 하고.....

그에 따른 책임감이 무겁다.

 

 

어른들은 그랬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때가 편한거라고..

솔직히 낳아서 2년정도 길러보니, 뼈저리게 공감한다. 푸하하...

배속에 있을땐 정말 빨리 보고 싶고 출산일이 애타게 기다려졌는데...

요즘은 가끔, 아주 가끔.. 아니 솔직히 종종 --;

다시 뱃속으로 쏘옥~ 넣고 싶을때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 현재 부모이거나, 앞으로 부모가 되실 분들..

아이 이쁘고 올바르게 잘 키우시구요.

가끔, TV에서 보이는 '입양아 부모찾기' 보면서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힘들게 낳았는데 책임질 수 없는 형편의... 가난이 왠수지 싶지만...

저는 가정형편이 최악으로 힘들었을때 아이를 가져서

출산에 필요한 비용 조차 없었거든요..  오히려 마이너스..

그 형편에 아이 가졌냐는 친정엄마의 걱정어린 소리도 들었지만,

전 아이를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애아빠도 나도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돈 모아 출산비용도 마련하고,

빚도 갚았고 이젠 저축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했으니, 당신도 해야 한다!' 가 아닙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입니다.

 

 

부디 아이를 포기하지 마세요.

낳는것만이 부모의 할 도리를 다 하는게 아니랍니다.

낳아서 기르는 책임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요.......

추천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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