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안타까우나 그 외의 것들이 더 안타깝다
한 세기가 지나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묘하사고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광주민중항쟁의 경우만 보아도 국민 대다수는 진실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뉴라이트 ㅅㅂㄹㅁ들만 제외하고....
시대가 없어져 진부한 사랑이야기로 전락한......
영화는 제작당시부터 우리사회에서 말하기 힘든 부분인 광주민중항쟁을 다루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우 화제가 되었다. 얘기는 이렇다. 광주민중항쟁에 가담했던 주인공이 도망을 다니다 만난 여교사와 이러저러해 사랑에 빠지고, 동지들이 모두 잡혀가자 자신의 양심을 못이긴 주인공이 결국 잡혀 17년간 투옥된다. 그 사이 여교사는 주인공의 아이를 낳고 주인공만 기다리다 그가 출소하기 전에 불치병으로 죽는다. 영화는 주인공이 회상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중간중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대한 여교사의 입장이 나온다. 임상수감독이 이야기했듯이 현대사의 아픈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것은 인정하나, [오래된 정원]은 시대를 장치적인 배경으로 이용했을 뿐, 영화에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시대를 잘못만난 연인의 안타까운 이야기만 되풀이 한다. 이것은 분단의 아픔을 절묘한 유머와 비극적 결말로 더욱 부각시켰던 [공동경비구역JSA]와 너무도 비교가 된다.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고 단순히 배경으로만 사용했다는 것에 적잖이 실망하고 말았다.
한선생의 시선, 하지만 운동에 대한 패배적 관점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한선생의 시선이다. 그녀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계속 인연이 닿고, 그들은 잡혀가거나 분신자살을 하게 된다. 그녀는 운동에 대한 패배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정확한 배경설명과 시대상황의 객관성을 보이지 못하고, 일관된 패배적 시점을 보여줌으로서 영화는 그들이 헤어지게된 이유를 시대적 상황이 아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숙명인듯 왜곡한다. 더구나 지진희가 출옥한 후 한선생과 살던 집을 찾아가면서, 그 역시 자신을 쓰레기라 칭하며 운동에 대한 후회를 표출한다. 명백한 잘못은 시대에 있는데, 영화는 그것을 잡아내지 못하고,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치면서 삐걱대다 결국 무너진다.
단순한 사랑영화로만 보자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가 없거나 지루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매끄럽고 세련되게 이끌어가고, 배우들의 연기도 막힘없이 자연스럽다. 충분히 감정에 몰입되며, 결론이 예상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말은 밥상위의 숟가락처럼 가지런하고 정연하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시대극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나온 영화로는 절대 부족이다. 시대가 잘못했다면 시대를 탓하며 끝나야 하는데 영화는 그러지 못한다. 또한, 운동가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관점으로 악영향까지 주지 않을까 걱정까지 된다.
시대를 이기지 못하고 타협한 일부 386세대면 공감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대로 인한 비극은 결국 개인의 잘못으로 귀결된다. 영화는 전형적인 386세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누구보다도 가열차게 민주화를 외치던 선배들이 지금에 와서는 돈을 벌기위해, 혹은 자신이 사회주의를 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또는 시대의 잔학한 놈들과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그들. 아마 그들이 본다면 영화는 정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정쩡한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는 사람은 결국 시대를 이기지 못하고 타협하며 살아온 비겁한 사람들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