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노무현이 말로써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다가선다. 노 대통령은 19일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박형규 목사, 한승헌 변호사 등 6월 민주항쟁 20주년 관련 인사 15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 다시 술안주가 되고 있다.
“여러분들이 썼던 오늘의 진실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진실이 우리가 쓰고 있는 사실”이라고 의의를 평가한 뒤, 지난 17일 언론사 국장들과의 간담회를 거론하며 “아직도 역사를 이렇게 가로막고 되돌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20년의 승부를 경쟁자로서 걸어보자’ 그렇게 얘기를 했다. 앞으로 또 그런 자세로 걸어 가겠다.”
"지금 저와 언론이 극단적으로 맞서고 있는데 저는 이것을 한국사회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특권적 권력과 정치권력 사이의 갈등이라 이해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사회의 특권구조는 확실하게 무너졌다, 보다 더 공정한 사회, 공평한 사회라든지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등은 당시에는 가슴 속에 묻어두고 크게 내놓지 않았지만, 그것은 지금부터이고 앞으로 20~30년간 우리 사회의 주된 의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날 노깡은 지난 17일 중앙언론사 편집국장들과의 오찬에서 “개헌에 반대한 사람들에게 반대한 책임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퇴임후 정치 활동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논란이 커지자, 이를 해명하고자 한 말 같았다. 하지만 해명이 아니라 무슨 선문답하는 것 같았다. 이 인간이 진짜 말인지 막걸린지 모르고 씹어뱉은 암호를 분석하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된 인간이 한 자리에서 두 말 하는 것도 아니고 뱉는 말이 나오면서 씹히냐?
"아직도 역사를 가로막고 되돌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20년 승부를 한번 해보자. 그런 자세로 걸어 가겠다"고 말하더니 그 말 다 되새김질 다 하기도 전에 "남은 20년 동안 얘기를 자꾸 하니까 '정치 또 할 거냐' 고 묻는데, 한국의 정서가 대통령제 국가여서 대통령을 마친 사람이 정치를 또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니... 무슨 붕어 새끼도 아니고 새대가리도 아닐 건데 왜 그러시나?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해석해주는데 그 앞 뒤 말이 틀리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노무현의 말은 나오면서도 씹히는 게 매력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각제에서는 총리를 마친 사람이 정치를 하지만 정치를 현실적으로 제가 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정치를 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듯이 저 또한 대통령 한번 살아먹었다고 편안하게 일생을 보낼 생각은 없다”고 밝혀서 또 한 번 말이 나오면서 씹히는 보기드문 현상을 시연했다. 하루 한 자리에서 특이한 변설을 두 번 씩이나 들려주다니...
물론 그 말에는 그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깐죽거림이 양념처럼 보태져 있었다. 여러분도 정치가가 아니면서 정치에 간섭했듯이 나도 똑같이 반사시켜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보여 주겠다는 선전포고로 들리는데 나만 그런가? 그럴 거면 당당히 말하지 그러나. 나 국회의원 한 번 해보겠노라고. 그래서 내각제로 바꿔서, 아니면 개헌해서 집권 한 번 더 해보겠다고. 대통령이 국회의원 하면 안 되나 그걸 모르겠지만...
그 다음 말은 자아비판적 성격이 있어서 듣기 수월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또 제가 했던 수많은 실수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실수했지만 그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해석할 수 있었는데, 그 금언을 노무현의 행태 전부에 걸어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오늘처럼 말이 나오면서 씹히는 현상에 걸어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지가 또한 숙제로 남겠지만....
그러나 이런 에피소드야 무엇이 문제겠는가? 얼마나 많이 봐왔고 얼마나 내성이 생겼는가? 지금까지 말한 정도야 그만이 갖는 특유한 자화자찬이 조금 문제시되기는 했지만, 자기말조차 씹어버리는 악취미가 좀 남아 있기는 해도 애교로 봐줄만 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다음 말은 좀 심하지 않은가 싶고, 결국 이것이 우리나라를 오늘날 이렇게 나락으로 빠트린 이유였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여 사람을 섬뜩하게 만든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쨌든 열린우리당은 우리당대로, 또 민주노동당은 노동당대로 각기 자기 구심을 굳건하게 세워서 그렇게 가는데, 멀리 뒤에서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보탤 생각"이라는 노깡의 말은 결국 열린당이나 좌파가 초록이 동색이었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까지 우리는 좌파 정권하에서 부지불식간에 살았던 거구나. 물론 다 알고는 있었지만 집권자의 입으로 듣고도 멀쩡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게다가 “독감 바이러스를 쫒아내듯이 잔존(독재)세력을 쫒아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함세웅 신부의 말, “저희들뿐만 아니라 6월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큰일났다. 그러나 이번에도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맞장구친 박형규 목사의 말 등 한승헌 변호사를 제외한 13명 참석자 전원이 찬송발언을 했다고 한다. 더욱이 박형규 목사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구호로 건배를 제의하고 자기가 “위기다”라고 선창하니 나머지 참석자들이 “기회다”라고 외쳤다니 왜들 단체로 꼴값 떠는 것인지, 이런 닭짓을 누가 말릴지 참으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긴 뭐 노무현이 좌파인 줄 이제 안 것도 아니고 다음에 잘 뽑으면 되는 거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좌파와는 상극인 줄 알았던 신부니 목사니 하는 인간들, 그래서 그저 독재정권이 싫어서 민주화 투쟁을 하다보니 좌파와 일시적으로 오버랩됐겠거니 했던 한때 민주화의 상징인줄 알았던 인간들이 좌파였단 것이 망연자실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때나마 지배했던 좌파의 시대가 가는 것을 서글퍼하며 다시 시계바늘을 되돌리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데, 그거야말로 다시 좌익혁명을 하자는 거 아니고 무엇인가? 섬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좌파정권에 신물도 났고, 혁명을 또 다시 꿈꾼다 한들 두 번 속지 세 번이야 속겠느냐 하고 각오를 새롭게 하면 그만이겠지만 그들이 꿈꾸는 좌파혁명이 그저 쿠데타도 아니요, 선거혁명도 아니라 酒邪派 혁명(이념적 주사파가 아니라 술취한 주사파)이요, 자폐증 환자의 병리적 혁명이라니 어쩔까? 쿠데타면 몸으로 막고, 선거는 표로 막는데 주사나 병적인 망상은 무엇으로 막을까 생각하는 앞이 깜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