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슈가 공식 포스터>
영화가 발표된 2001년까지 주류 헐리우드에서 “흑인영화”라는 이름을 붙여줄 만큼 흑인들 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별로 없는 게 사실. 오죽하면 흑인들이 좀 나왔다 하면 오프라 윈프리가 자기 쇼에 모두 불러 “꼭 보라” 라고 홍보를 자처하겠는가. 그것도 대부분이 슬랩스틱으로 점철된 <Big Mama's House> 류의 코미디이거나 아니면 “게토”의 삶을 MTV식 감성으로 훑은 <Honey> 나 <You've Got Served> 같은 댄스영화인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이것도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히 Pop 시장에서 흑인음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루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인 10대 소녀들까지도 완전히 자지러지게 만든 50Cent나, 더 어린 아이들을 뻑가게한 Omarion 같은 인기 스타들이 존재하기에, 10대 위주의 댄스영화의 주인공이 흑인이 될 수있었다는 것. 하지만 온스타일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해주는 헐리우드 E-News의 진행자는 모두 백인이고 프로그램에 나오는 Celebrity들 중에 힙합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흑인 유명인은 별로 본 기억이 없다는 것도 아직까지도 흑인들은 상당히 제한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겠다.
이런 상황에서 그것도 2001년에 흑인들이 주인공인 로맨틱 코메디가 나왔다는 사실은 정말 대단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맥라이언으로 대변되는 금발의 귀여운 여자와 약간 성격이상의 갈색머리 남자의 티격태격으로 대변되는 로맨틱 코메디, 헌데 남녀 주인공 모두가 흑인인 로맨틱 코메디라니! 챕터투의 ‘미녀’‘힙합’처럼 상당히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일이아닌가!
<주인공 드레와 시드>
게다가 이 영화 뭔가 좀 삐딱하다. 그나마 흑인들의 힘이 커진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매우 까고>있기 때문이다! <honey> 나 <You've Got Served>, 심지어는 <8mile> 같은 영화가 주류 엔터테인먼트에 편입하는 것을 꿈의 실현으로 표현하는 것과 비교해보자!
다시 말한다면 이 영화는 흑인이 주인공이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로맨틱 코메디다.
실제로 존재하는 힙합 잡지 XXL의 편집장인 여자 주인공 시드가 자신의 책
I Used To Love H.E.R.(Common의 노래제목과 같다. 실은 내용도 비슷한 듯 z) 의 원고를 쓰며 시작하는 첫 장면은 이 영화의 정서가 ‘주류’의 정서가 아님을 명확히 한다.
그 첫장면에서 이어지는 건 힙합 뮤지션들과의 인터뷰 영상.
“언제부터 힙합과 사랑에 빠졌나요?”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단한 뮤지션”들을 볼 수 있는데 이 대단한 뮤지션들의 면면이야말로 바로 이 영화의 지향점이다. P.Diddy 같은 스타가 아니라 Kool G Rap. Black Starr, De La Soul, Common, ?uest Love, Pete Rock, Black Thought같은, “리얼 힙합”을 한다하는 뮤지션들이 실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 장면은 이 영화가 사실 주인공인 시드와 드레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힙합 그 자체에 대한 사랑영화라는 걸 알려주는 힌트다. 그리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하드에 영구소장하고 싶어하게 할 보너스이기도 하다.
< 퀸라티파와 모스뎁>
줄거리는 뻔하다.
뉴욕 구석탱이에서 실제로 힙합이 태동하고 자람과 동시에 자라난 두 주인공은 힙합을 공기처럼 마시며 살아왔다. 남자주인공 드레는 밀레니엄레코드라는 대형기획사의 프로듀서고 여자주인공인 시드는 엘에이 타임즈를 거쳐 뉴욕의 힙합 잡지 XXL의 편집장이 되었다. 이 두사람은 지금껏 친구로만 지내왔는데, 드레가 멋진 여 변호사와 결혼을 하면서부터 감정에 균열이 생긴다. 그러던 차에 드레는 “힙합달마시안”이라는 말도 안되는 컨셉의 힙합듀오를 키우다 화딱지가 나 회사를 때려치우고, 힙합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과 사이가 멀어진다. 그리고 브라운 슈가 레코드라는 레이블을 차려 모스뎁이 연기한 크리스 라는 랩퍼의 앨범을 시드의 돈으로 제작한다. 시드는 농구 선수인 캘비와 연애를 시작하는데, 마찬가지로 자신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애인과 결별하게 된다. 뭐 영화들이 원래 그렇듯 사소한 오해로 두 사람은 가까워지지 못하다가 결국엔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그야말로 뻔하디 뻔한 이야기다.
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들을 삺펴보면,
먼저, 내러티브의 중간에 튀어나와 몰입을 방해하는 나레이션이다. 시드와 드레, 드레와 부인, 시드와 애인의 관계를 힙합의 과거 현재 미래에 비유한 그런 대사들인데, 시드의 책 I Used To Love Her의 한 부분 부분인 것으로 표현된다.
그 중에서
힙합은 나만큼이나 젊고 순수했고 때때론 장난기가 있다. 내가 자라면서 힙합도 같이 자랐고 그 과정에서 힙합은 내 모든 것이었고 힙합은 내 꿈이 되었다. 힙합과 나는 하나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것처럼.
상상하긴 힘들었다. 힙합은 나만 아는 사적이고 지역적인 거였다. 팹 파이브 프레디와 Yo가 MTV에 나오면서 케이블 TV시청자는 모두 힙합을 접하게 되었다. 힙합을 공유한다는 건 적응하기 힘들었다.
랩과 힙합의 차이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것과 실제 사랑하는 것의 차이다.
랩은 그저 말일 뿐이다.
뉴욕에서 태어나 힙합과 함께 자란 여주인공(감독의 분신이겠지) 자부심이 부러웠고 질투났다. 뭐 한국에 사는 나 뿐 아니라 뉴욕출신이 아닌 이들은 모두 비슷한 감정일 듯 하다. (이거 받아쓰느라 힘들었다 ㅋ)
두 번째로 밀레니엄 레코드의 힙합 달마시안!
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 빼 놓아서는 안 될 감상 포인트다.
드레가 회사를 때려치운 계기로서 흑인과 백인 둘로 이루어진 약간 덜떨어진 힙합 듀오인데, 달마시안처럼 흑백의 조화라 힙합 달마시안이란다. 우스꽝스러운 랩과 그리고 The Boy Is Mine을 패러디한 The Ho Is Mine을 녹음하는 장면은 강추. 감독은 얘네를 조롱함으로써 주류힙합계에 흑백으로 강펀치를 날린다!
<힙합 달마시안과 주인공들 ㅋ>
세 번째로
진정한 뮤지션으로 소개되는 크리스가 낮에는 택시운전하는 설정이다. 한국 힙합계의 큰형님인 가리온도 예전에 주차요원으로 일하며 활동했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 나라나 저나라나. 쩝. 메인스트림 힙합보다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힙합의 본류에 가까운 음악을 하는 그들의 영화 안에서의 성공이나마 뿌듯해질 것. 사실 메인스트림만을 추종하는 사람이라도 영화에 몰입하다 보면 이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될 듯하다. 감독이 참 영리하다. 후훗.
마지막으로 실제 뉴욕의 힙합전문 라디오 방송국 Hot 97과 그리고 XXL의 사무실, 그리고 Mos Def의 클럽 공연장면도 눈요깃거리다. 이 영화는 진짜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라기보다는 힙합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 세트다.
세줄로 정리하면
1. 이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다.
2. 로맨틱 코메디의 탈을 쓴 힙합에 대한 찬가다.
3. 로맨틱 코메디의 탈을 쓴 힙합에 대한 찬가에다가 힙합의 본질을 변질시킨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조롱이다.
이거다.
처음엔 가볍게 쓰려 했는데 왜 이렇게 길어졌을까.
드레와 일이 있을때마다 노트북에 앉아 힙합과 드레를 동일시시켜 놓고는 사랑가를 써냈던시드처럼 나도 힙합에 대한 찬가, 영화에 대한 사랑가를 부르고 싶었나 보다.
사실 그녀가 정말 너무 너무 부럽다.
PS> Brown Sugar란?
우린 전부 아내감을 찾을 때
착하고 영리하고 우아하지만 자만하지 않는 여자
섹시하지만 천하지 않은 여자를 찾지
그게 Brown Sugar야.
--> 영화안에서, 드레의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