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nb 매주 등산반 동료들이 제각기 사정이 있어 이번 주는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언제부터인가 해보고 싶었던 석모도 도보일주를 할 요량이었지만 토요일 늦은 밤까지 영화를 보다 그만 늦잠, 이른아침 출발 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실망 금지! 워낙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은지라 일정이 변경되었다고 무료한 일요일을 보낼거라는 상상은 금지!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홍대5구역 촬영에 나섰습니다.
홍대는 매우 모던한 도시적 특성을 보이기도 하고, 재개발지로 부터 인디문화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합적인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공간입니다.
집 근처라는 지리적 특수성에 기인하여 수년전 부터 간간히 촬영을 다니고 있는데 제나름의 기준에 따라 공간과 문화적 특성에 따라 촬영지도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오늘은 그 구간중 제5구역을 길 따라 돌아 다녔습니다.
보통 한 촬영에 나서면 한구역을 3~4시간 정도를 돌아 다니게 되는데 자전거 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1시간여가 지나자 꼬리뼈가 아프기 시작! 꾹 참고 탐색전을 하는데 2시간여를 어슬렁어슬렁 구석구석 돌아 다닙니다. 비교적 짧은 거리라 몇번을 마주치는 사람도 있고, 저 녀석이 왜그러나 하는 눈빛으로 경계하는 가게주인장도 계십니다만 나만 모른척, 마치 처음 온 거리처럼 두리번두리번거리며 돌아 다닙니다.
서서히 길들이 눈에 들어오고 길과 맞닿은 곳에 서 있는 문들이 들어 옵니다.
오늘은 "문"들을 찍기로 생각하고 나섰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길은 집을 따라 경계지워지고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의사소통은 집따라 차단되고, 문을 따라 소통되었습니다.
그래서 문은 마음입니다. 홍대앞 5구역의 마음을 찍어볼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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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마음을 활짝 열고 홍대앞 5구역 사람들의 마음을 휘~익 돌아 보시겠습니다.
(클럽골목에서 촬영한 사진. 셔터를 막 누르려는 순간 행인이 갑자기 옆에서 불쑥 사람이
들어와 버렸습니다.사진의 이런 우연성이 너무 좋습니다)
(길은 이렇게 집에 의해 막혀 있습니다. 골목길 끝을 지키고 있는 저 문은 또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비상구와 같은 곳입니다)
(길은 이미 집으로 막혀 있고 곳곳에 세상과 이어지는 문들이 있지만, 그 경계마저 다시금
금줄을 그어 놓습니다)
( 셔터라는 이름의 문 )
(사람이 떠난 집은 그 문과 함께 굳게 닫혀져 있고, 길은 길대로 소통되지 못한채 어디론가
이어져 있습니다)
( 이 한 장의 사진에는 참 다양하고 많은 문들이 있습니다 )
(건물의 측면으로 통하는 이 문은 창살로 되어 있어서 안이 들여다 보이지만 뎅그라니
놓여있는 플라스틱통은 저 혼자 외롭습니다)
(혼돈스러워 보이는 저 문의 뒤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숲이 아니라 길이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비둘기와 소통할 대상을 잃어버려 굳게 잠긴 문)
( 이 문을 열려면 어떤 소통이 필요한 것일까?)
( 문틈 사이로는 어둠 밖에 보이질 않는다 )
( 임시로 부착된 저 문은 왜 필요한 걸까? )
(창과 문은 서로 닮아 있다. 문이 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창은 엿보기를 위한 것이라는 차이뿐)
(창과 문이 길과 뒤섞여 있으나 소통하지 않는다면 길은 길이고 문은 문일 뿐이어서
각각이 외롭다)
(화려한 문의 저 편에는 어떤 길이 있을까? 결코 소모적이지 않는 삶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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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즐겨하는 사람들에게 “길”만큼 풍부한 은유의 원천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길”은 필연적으로 사람의 집과 이어져 있고, “길”과 “집”은 “문”을 경계로 맞닿아 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자아의 해방구로서의 “문”안의 “집”과 나와 타인을 소통하게 하는 통로로서의 “길”, “길”과 “집”이 충돌하는 문화적 경계로서의 “문”이 존재하게 됩니다.
소통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길"과 "문", "전봇대", "전선"을 모티브로 촬영합니다.
정작 촬영하고 싶은 것은 사람 어우러진 소통(삶)의 현장입니다만 촬영하는 나와 그들의 소통이 또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사람없는 삶의 현장을 기록하게 될 뿐입니다. 이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경계라는 것은 이것과 저것을 나누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것과 저것을 소통하게 하는 장치가 되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3구역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