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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엽서 1418 [추억일기]

유철 |2007.02.20 19:55
조회 13 |추천 0


그리움의 바다를 찾아가는 일은
사랑을 하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외로움의 바다를 찾아가는 일은
사랑을 받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십수년 만에 찾아온 고향 앞바다입니다
하늘은 마치 생의 의무인 듯 짙어가야 했고
그저 까닭 없는 허망함이 들물처럼 밀려와
구멍 난 신발틈새 매운 염분이 스며갑니다
오래전 당신이라는 대지를 넘다
부르터지며 여기저기 죽어간 베인 살들이
때 절은 염분에 다시 쓰라린 고통으로
각질을 털며 일고, 야들한 소름이 돋습니다

 

십수년 만에 찾아온 이 바다를
그리움이라 불러야 하는지
외로움이라 불러야 하는지
부서진 모래 사구만큼이나 수없이 되물을 때쯤
어둑한 수평선으로부터 반송된 의문 속에
느낌표 하나 덩그러니 묻어진 채 베여옵니다

 

그제야 내 마음이 십수년을 돌아 잃어버린 것이
외로움도 그리움도 아니었음을 알아 가야했고
그제야 내 마음이 십수년을 돌아 찾아다닌 것이
잿빛바다 그 존재 자체였음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울부짖던 잿빛바다는 환희처럼 웃었지요

 

당신을 다시 처음 만난 오늘이면
늘 제가 그 바다로 기어이 달려가겠습니다
그리움이든 또는 외로움이든
사랑을 하든 또는 사랑을 받든
파도에 밀려 아스라 졌던 모래벌 위
변함없는 그 단어만 모질게 쥐겠습니다

 

오늘도 그대 때문에 계절이 흐른다는
부질없는 원망만은 죽어도 않겠습니다

 

 

 

Winter - 2007 - BuSan

Signature & Photographer  CONSTANT/Chul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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