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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물과 백두산이

이순복 |2007.02.22 12:06
조회 40 |추천 0
나는 낚시를 좋아한다.
일전 어떤 글에서 쓴데로 직업상 시간이 없어 민물낚시는 배우지 못하였고, 바나 낚시를 한다.
바다 낚시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를테면 추자나 완도 소리도등 먼 데 섬을 찾아가서 하는 원도(遠島) 낚시가 으뜸이요, 다음이 갯바위 낚시며, 최하가 배낚시이다.
그 중에서 나는 배낚시를 하는데, 배낚시를 최하로 치는 이유는 자연과의 교감(交感)이 원도낚시나 갯바위에 비해서 적고,낚시 기법조차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원도 낚시를 하려면 경비도 경비려니와 우선은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기왕에 한번 가면 본전은 뽑아야하므로 현지에서도 며칠이 걸린다. 그러니 나로서는 그저 일년에 한번 여름이 끝날 어름에 남해안 거제나 욕지 용초도 등지를 찾는 것이 큰 낙이요, 작년에는 제주를 두번이나 찾았지만 조과(釣果)는 보잘것 없었다.
갯바위 낚시라함은 그야말로 경치 좋고 수심 좋은 갯바위를 찾아서 때로는 파도와 싸워가며 전투를 벌이는 것인데, 동해안은, 특히나 삼척권 까지는 어디나 철조망이 처져있고 군통제지역이 많아서 낚시를 할 곳이 없다. 좋은 땅은 도로에 다 들어가고 반반한 여자는 다 화류계로 가더라고, 포인트 좋고 경치 좋은 곳은 군부대 아닌 곳이 없으니 참으로 빌어먹을 노릇이다. 더구나 야간에는 일체의 출입이 용인되지 않으니, 저녁 해가 떨어져야 야행성인 감생이가 입질이 활발한데, 그 시각이면 낚시를 하다가도 쫒겨나야하니 그야말로 방구 길나자 보리양식 떨어지는 격이다.
이래 저래 할 것은 배낚시 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바다가 멀지 않은 덕에 집안에 대소사나 없고 날씨만 어느정도 협조해주면 휴일이면 배를 타고 바다로 간다.
배로 한 이십분만 가면 수심 약 40에서 50미터에 이르는데, 볼락이며 조피볼락, 우럭등이 내가 노리는 주 대상어종이다. 가을이 되면 바윗돌이 많은 바닷가 산 밑( 이를' 여'라고 부른다.)에서 복어나 쥐치 ,노래미등이 잘 낚인다.
망망대해에서 어디에 낚시를 드리울 것인가하는 것은, 우선은 경험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첨단 장비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위성으로 부터 배의 위치추적과 과거에 입력해둔 포인트를 찾아가기 쉽게해주는 것이 GPS라는 것이요, 바다밑의 지형을 파악하고 물고기의 종류와 다과(多寡)를 알아내는 장비가 어군탐지기(Fish finder)이다.
이 두 장비가 없으면 망망대해에서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어장줄에 배를 묶어놓고 세월 없이 잡는 가자미 낚시를 빼고는.
그러나 이제 동해바다에는 고기가 없다.!!
명태가 사라진지는 오래되었고 겨울철이면 어민에게 보너스 처럼 주어지던 양미리며 하도 흔해서 개청어라고 부르던 그 청어조차도 자취를 감추었다.
어부는 이제 그물을 손질하지 않는다.
코풀래기 같은 오징어 몇 마리가 판장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치워져 있을 뿐이다.
문어잡이 배가 통발을 싣고 나가나, 간신히 기름값을 건질 뿐이다.
바다에는 3미터가 넘는 거대한 해파리가 떠다니고, 어디서 왔는가 독가시치 같은 못난 고기가 낚시를 방해한다. 아열대산의 나비고기며 줄돔 거북복 자리돔등이 독도에도 서식하고.
바닷물이 더워졌단다.
그래서 냉수어종은 살지를 못하고, 대기는 더워져 겨울이 다가도록 눈한번 내리지 아니하고 날씨가 조금만 더워지면 연이어 비만 내린다. 엄청난 태풍도 섞어가면서.
바다 밑은 어떠한가.
두번에 걸친 태풍으로 바다밑은 황토와 쓰레기 천지다. 십년이 가도 나무등걸은 썩지를 않는다.도루묵은 산란처를 잃어버렸다. 가시복 밀복은 저희가 놀 곳을 잃어버렸다.
하얗게 변해버린 바위에는 성게 전복의 먹이가 되는 다시마며 미역 같은 부착식물이 살지 못한다.
치패(稚貝)를 뿌려봤자 먹고 자랄 해초가 없다.
일찌기 이어령교수는 그의 저서 '흙속에 저 바람 속에'에서 우리 민족이 유난히 사그라지는 걸 좋아하는 백성이라고 썼다.자조적인 슬픈 이야기지만, 그는 그런 것을 극복하자는 의미로 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본래데로 되어가고 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가 되고 넋이야 있건 없건"
철저히 자기 부정적인 노래다.
일본이 '기미가요'(일본국가)에서 "모래알이 뭉쳐서 바위가 되고, 다시 그 위에 바위옷이 덮히도록"이라고 노래할 때, 우리는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아 없어지라고 하였다.
그 바램데로 동해안이 다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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