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 우리 사귀자란 말이 오고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꼭 짚어낼 필요는 없었다.
우리 사귀자란 직접적인 말 대신에
행동과 그 밖에 말 모양새 그리고 배려로 충분히 그 표현이
전달 되었으니까.
"아프면 말하구. 말하는거 보니 자주 아프는거 같은데... 그러지마."
"밥도 잘 챙겨 먹구"
"너한테 더이상 힘든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남들 홈피 돌아 다니다보면 커플이 여행가서 손 잡구 찍구, 다정히
찍구... 그러잖아. 우리도 그러자."
그냥 친구끼리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친구들의 말이 덜 와닿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너도 이제부터 바보가 되는 것이고,
나도 바보가 되겠다라는 선전포고였기에 기분이 남다르고 묘했다.
왜 그리 '바보'가 되고 싶었던 거냐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보는 바보라서 그런 충고나 비난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알아 듣지 못 한다.
그게 바보다. 단순하면서도 무모하고, 저돌적이기까지 한 바보.
바보의 반댓말은 '정상인'이 아니다. '외톨이'다.
오랜 외톨이 생활... 이번엔 오래 바보가 되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