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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하는 첫 날 학교를 향해 오르막 길을 오르다가 웃

최희준 |2007.03.10 00:28
조회 36 |추천 0

개강하는 첫 날 학교를 향해 오르막 길을 오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추웠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함박눈이 왔던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 아주 지랄옘병질을 한다고 입 속으로 욕지거리를 씹어 보았다.

 

지하상가는 정나미 떨어질 만큼 깔끔하게 세련된 내장으로 바뀌었다. 일번가의 몇군데 간판이 바뀌었고 길바닥 타일이 새로 깔렸다. 중앙로에는 명동과 부평의 그것처럼 가로등을 박아놓았고 골목마다 이름이 붙었다. 늘 지나다니는 골목에 붙어있던 '헤라'였던가 작은 옷가게에 살던 하얀 고양이는 어쩐지 보이지 않는다. 아. 동기들과 오가며 내 가게라며 우스겟 소리를 하던 '박희준 헤어샵'이 없어지고 국제인력개발인가 뭔가하는 녹색간판으로 바뀌었다. 글씨체와 배색도 촌스러울 뿐더러 전화번호도 444-9797(구질구질)이다. 그리고 교내에는 건물 하나가 새로 들어섰다. 삼일 동안 건물이름도 모르고 다니다가 한번 들어가봤는데 콘크리트 가루가 날리는 것이 내부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듯 분주함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변한 것이 없다. 자판기 커피값이 백원이나 올랐다는 것을 알고 굉장히 놀란 것 빼고는. 앙상한 나무가지가 흔들리는 배경으로 그 앙상한 나무가지 같은 신입생들이 싸리빗자루 같은 머리를 해가지고 부산을 떨며 돌아다니는 것하며 막 겨울잠에서 깬 듯한 얼굴로 도서관 입구에서 담배를 태우는 복학생들,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 깔깔깔 신경 거슬리는 웃음소리, 쿵쿵쿵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 너무 좁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동대문시장통 같은 교내매점, 너무 많은 숙제,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말, 너무 많은 인연.

 

몸서리 쳐질 만큼 지긋지긋한 무언가가 머리 속 한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것 같다. 아는 얼굴들과 익숙하게 인사하고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하는 의무감 따른 성실함이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가지 않으려는 한 올 머리카락의 나부낌 같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발학과 저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때려칠까. 다 때려쳐 버릴까.' 생각의 끝을 애써 흐리며 지하철을 타고 언덕을 오르고 수업을 듣는다. 도서관에 앉아 새노트를 펴고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그 한복판에 불나비라고 썼다. 그럴싸하다. 그리고 마치 나만 운명의 희생자라도 된냥 감상에 빠져 춤을 추는 금빛 나비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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