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사연들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또 어떤 얘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 서울시 OO동에 사시는 김개똥씨의 사연으로
그 문을 열겠습니다.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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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던가요?
그랬습니다, 그녀는 제게 오르지 못할 나무였죠.
쭉 뻗은 다리에 완벽한 S라인.
커다란 눈망울에 오똑한 코까지.
게다가 신은 공평하다더니
그녀는 명문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수재였습니다.
반면 저는...
가난한 집 장남에 생긴건 옥동자와 꼭 닮았고
머리엔 돌만 찼는지 남들 다 가는 그 흔한 대학,
문턱에도 가보질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빈털털이였죠.
극과 극의 남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언밸런스의 완결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콧대 높던 퀸카,
매일 밤 제 옆에 드러 누워 코를 드르렁 거리며
곤한 잠에 빠집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합니다.
잘난 것 하나 없는 제가
어떻게 지성과 미모를 모두 겸비한 지금의 와이프와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보쌈을 했을거란 사람부터,
여자쪽에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큰 하자가 있을거란 사람까지...
그렇다면 진실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일이에요.
친구의 친구였던 그녀와 우연히 함께한 술자리...
신이 도왔을까요?!
저희 둘은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취기가 올라 발그레한 그녀의 귀여운 얼굴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눈빛으로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던 저...
그 순간,
어디선가 굉음이 폭발했습니다.
뿡 ─
곧이어 살아 생전 처음 맡아 보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모두들 두리번 거리며 범인을 찾고 있었죠.
바로 그 때 였습니다.
그녀의 당황하는 눈빛이 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그 눈빛은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긴급상황 발생, SOS!!"
그녀의 흑기사 요청이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 날 술자리에서 인간 스컹크를 자처했고
이후 그녀와 제 사이는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결국 저희 두 사람은
꺠소금이 펑펑 쏟아지는 다정한 연인이 되어
주례 선생님 앞에 섰습니다.
벌써 딸 아이가 다섯살입니다.
그런데 요새 녀석 떄문에 집안 공기가 말이 아닙니다.
어디서 타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나 싶어 뒤를 돌아보면
싱긋 웃으며 자기 방으로 쪼로록 달려가
숨어버리는 방귀 대장.
어쩜 방귀 냄새까지 지네 엄마를 쏙 빼닮았을까요?
덕분에 코가 괴롭긴 하지만
제겐 너무도 고맙고, 감사한 냄새입니다.
천사같은 모녀에게 "여보, 아빠" 소리를 듣게 해 준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의 향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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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GM )
[MENT]
음, 사랑의 향수라...
사실 향수치곤 좀 거시기하죠?
만날 사람들은 반드시 만난다는 말,
개똥씨와 와이프 되시는 분도 아마 그 경우일겁니다.
하루 아침의 우연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 부터 정해져 있던 필연 일꺼란 얘기죠.
방귀가 간만에 큰 건 하나 해냈내요.
늘 사람들의 코만 죽어라 괴롭히던 녀석이
사랑의 오작교가 되다니...
녀석, 다음에 만나면 잘했다고
궁둥이라도 한번 두들겨 줘야 겠는걸요?
이 다음에 딸아이가 이만큼 커서 시집을 가면
사위분이랑 참 할 얘기가 많으시겠어요.
누구 냄새가 더 독한지 내기도 하시고...
자, 농담이구요.
청취자 여러분, 여러분도 한번 취해보시겠습니까?
여러분을 사랑의 뜨락으로 인도할
향기로운 독가스에 말입니다.
- 070426 PM10:54 -
Written & Edit by J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