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에, 관악산 암벽코스 등반을 다녀왔다.
관악산은, 이전에 다녀온 우면산(약 300m)과는 달리, 돌과 바위가
없는 길은 찾을 수도 없을 정도로 제법 험한 산에 속한다고 한다.
높이는 629m로, 일반적인 산의 평균 높이라지만 산세가 험하다.
26일에 단신으로 관악산을 찾았다. 입대 전에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
지고 정신무장 차원에서 홀로 산을 찾았다. 관악산 입구 주변에는
고속도로에 놓여진 휴게소마냥, 먹을것 등산용품등을 파는 곳들이
즐비했다. 내가 오르기 시작한 시간은 AM 11:00로, 제법 늦은 시간
이었다. 게으르게 일어난 덕에 입산이 늦어졌다. 어떻게 보면 객기
를 부린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점심을 일부러 싸가지 않았다. 물
론 슈퍼에까지 들어가서 김밥에 시선을 두었지만서도, 아침에 늦잠
을 부린 대가로 정상에 오를 때 까지는 입 속에 무언가가 들어가는
걸 허락치 않기로 했다.
가벼운 츄리닝 차림에 크로스백을 어깨 허리로 둘러 매고, 등반을
시작했다. 정상(연주대 629m)까지 가는 코스는 몇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기왕 오르는거 과감하게 일명 암벽등반코스라는 곳을 택했
다. 일반인으로 보이는 등산객(아줌마를 포함해서)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대부분 중년층 남성들, 산악회로 보이는 그룹들만이
있었다. 산악회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돌바위등을 걸
어 올라가다보니, 경사가 급속도로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흙 길이라기보다는 바위...아니 암벽이라고
해야 맞을까? 도저히 걸어서는 못 가고, 몸을 뉘여 밧줄을 붙잡고
기어 오르다 시피 올라갔다. 어느정도 올라가다보니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조금 쉬었다 가야지, 생각하면서 내 몸보다 서너배는 더 커
다란 바위에 누웠다. 내 앞에서 산을 오르던 산악회 남성들의 실루
엣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저들을 쫒아가는건 무리였다.
몇 분 숨을 돌리고 일어나니, 아래에 사람들이 몇 명 올라오고 있었
다. 이들에게 추월당하기는 싫어서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밧
줄을 잡고 오르고 올라, 오르다가, 일반 등산로의 경계와 맞닥뜨리
게 되었다.
잠시 일반 등산로를 택하였다. 밧줄 잡고 올라온것에 비하면 이 등
산로는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한 숨 돌리며 오르다 보니, 작은 약수
터가 있었다. 오오, 약수나 한번 마셔보자 하고 약수터로 돌진했다.
바가지를 한번 씻어다가 약수를 바가지 가득 채우고, 꿀꺽 꿀꺽하며
들이켰다. 아, 정말 같은 물이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 것이구나!
물이 한 없이 쾌청하였다. 정말 맑고 꺼리끼는것이 없는 시원한 물
이었다. 준비해온 500ml 생수병에 얼마 안되지만 약수를 채워 담고,
다시 산을 올랐다. 조금 오르다보니 다시 길 갈래가 나뉘었다. 지금
걷고 있는 등산로로 2.0km를 나아가야 연주대라는 펫말과 함께, 내
가 처음 오르던 암벽등반 코스로 가는 부분이 있었다. 다시 밧줄을
붙잡고 오를 생각에 그냥 이 등산로로 올라버릴까 하는 마음이 들었
지만 지금 이 곳을 지나치면 아무래도 암벽등반코스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 택한 코스인만큼 다시 나는 밧줄을 잡았다.
이제 반 정도 오른것 같은데, 역시 경사는 상식을 벗어나고야 말았
다. 50~60도의 경사의 바윗길을 밧줄에 몸을 맡겨 오르고 있었다.
잠깐 고개를 돌려 아래를 쳐다보니, 오메, 살떨리더라, 발 잘못 헛
딛는다면 죽진 않더라도 크게 다치겠다, 무조건 연주대까지 올라야
만 한다 라는 생각으로 올라야만 했다.
경사가 하도 심해서 맘대로 쉴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 오르다가
누울 수 있는 큰 바위를 만나서, 다시 한번 몸을 大자로 쭉 펴 보았
다. 약수를 담았던 500ml 생수병을 들자마자 빈 물통이 되어버렸다.
내 아래 올라오던 아저씨에게 연주대까지 얼마 남았냐고 물어보았
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면서 힘내라는 말까지 하는 자상한 아저씨는
곧바로 나를 추월하여 올라가기 시작한다. 하~ 이거 우습게 봤더니
보통이 아니네... 산이라는걸 너무 우습게 본 나의 한숨이었다.
다시 일어나, 올라 올라, (이하 생략하겠다) 드디어 연주대가 눈 앞
에 보이기 시작한다. 근데 경사가...정말 말도 안되는 수준, 대략 70
~80도는 되어보이는 암벽 경사였다. 하지만 마지막 봉우리라서 얼
마 안된다. 힘을 내어 밧줄과 씨름하며 올랐다. 힘이 들어 혼자 꺽-
꺽- 소리내어가며 힘겹게 올랐다. PM 13:40, 드디어 연주대 정상에
발을 딛었고, 딛어 고개를 드는 순간, 너무나도 광활한 광경이 눈 앞
에 펼쳐졌다. 등산경험이 없던 나로서는 처음 제대로 보는 정상의
광경이니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도시의 건물들은 레고 블럭마냥 조
그마했고, 산의 전경등이 너무나도 이뻤다. 그 때 다시 한번 느꼈다.
아, 이런 맛에 산을 오르는 것이로군... 사진으로 몇 번 담고 있다보
니, 뱃속에서 신호가 너무나도 강하게 오기 시작한다. 정상에서는
라면과 막걸리 음료수등을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정말 날강도 수준
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원래 산에서는 두세배의 가격을 비싸게
주고 사 먹는다고들 한다. 컵라면 하나가 자그마치 3000원이었다.
비싸도 어쩌겠는가, 뱃 속에서 음식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인데...
돈 6천원주고 컵라면 두개를 사서 먹었다. 아~ 공기좋은데서 먹으
니 지겨운 컵라면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구나.
정상에서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즐기면서, 이제 슬슬 하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산 코스 두 갈래가 있었는데, 계곡을 따라 내려가
는 일반적인 하산코스와, 내가 올랐던 암벽 하산 코스가 있었다.
남들 하는데로 하기 싫어하는 내 성미 상, 또 객기를 부릴 수 밖엔
없었다는건 두 말 하면 잔소리..
하산 초반부터 50도 이상의 밧줄 설치된 바위경사라 아래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확인이 안되는 상황에, 다들 일반 코스로 내려
가는 듯 하였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것은 철저한 오류였다.
나는 맘을 강하게 먹고 다시 밧줄을 쥐었다. 이건 뭐, 오르는것만큼
이나 힘들었다. 경사의 바위를 오르는 힘은 들지 않았지만 워낙 조
심성이 요구되는 경사의 길이라서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밧줄을 잡
고 몸을 바위에 비비며 내려갈 밖에, 내려가면서 느낀 건 정말 아무
도 없었다 였다. 하지만 길은 있을 것이고 내려가면 그만이라는 막
연한 생각 뿐 이었다. 그러나 얼마 내려가면서 나의 생각은 철저하
게 깨어지고 말았다.
더 이상 밧줄이 없었다.
존나게.. 살 떨리지 않는가! 이건 뭐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된것이 분명했다. 희망을 놓친 않았지만 아무래도 내가 길을 잘
못 든 것 같았다. 밧줄이 도중에 없던건 아니었다, 이건 내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은 과실이었다. 밧줄이 계속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내려가는 길도 이쪽인지 저쪽인지 애매했지만, 아까 올라 올때
를 경험으로는 경사가 심할땐 무조건 밧줄이 있었고, 이런 식이었는
데 이건 도중에 밧줄이 사라진, 그러니까 내가 이상한데로 내려온듯
한 기분이 피부로 느껴졌다. 인간이 오르고 내리던 흔적이 없었다.
내려가고 내려가도 밧줄은 더 이상 없고, 길 마저 없는 듯 했다.
계속 나무나 풀 따위등이 거칠고 가기가 힘든 실정이었다. 그래도
나 한몸 내려갈만한 길은 있었기에, 그래, 길을 잘못 들었으면 어떠
냐, 그냥 내려가다보면 언젠가 내려가겠지 라고 생각을 하기 일쑤,
그러나, 내려가던 도중 더 이상 길이 없었다. 완전히 풀과 나무로 뒤
덮혀 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갈증이 났지만, 정상에서 샀
던 물도 다 떨어져서 갈증을 해소 할 수도 없었고, 이젠 뭐 길도 없
어서 막막한 실정이었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첩첩산중에 홀
로 갇힌 꼴이니 말이다. 아까 내려올때는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는
등산객들의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니, 인간
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저 무언의 바람만이 내 머리를 날리고 있
을 뿐이었다.
어쩌겠는가? 내가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서 연주대로 향할 수 밖
에, 지금 이대로는 정말 큰 일이다, 시간도 어느새 PM 4:30 경이었
고, 갈증도 났다. 잘못 하다간 해 떨어질수도 있으니까, 빨리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사실 그 방법밖엔 없다, 내려왔던 이 잘못된 길을
오를 수 밖에, 더 이상 오를 힘도 없었고 갈증도 심각했다. 하지만
오르고 있었다, 살기 위해 오른다는 표현이 맞겠다, 허허..
힘이 드니까, 정말 별별 괴상한 소리 다 내며 끙끙 오르고 올랐다.
정상에 도착하면 물을 마시고, 계곡 따라 내려가는 길로 하산하자
라는 일념을 가지고 말이다. 그 비정상적인 경사의 암벽을 오를때는
생사의 위협수준까지도 도달해야만 했다. 그렇게 꾹꾹 참고 오르다
보니 드디어 밧줄이 보였다. 힘은 들었지만, 정말 날아갈듯이 기뻤
고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길은 제대로 맞은 거니까 말이다.
끙끙대며 정말 겨우겨우 연주대 정상에 다시 발을 딛었다.
곧바로 2500원이나 하는 500ml 생수병을 하나 사들고 들이켰다.
아, 이제야 살것 같구나 라는 긴 한숨과 내려갈 길이 막막했다.
다리가 거의 풀리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서 있으면 다리가 덜덜
떨렸다. 잠자코 쉴 시간이 없었다. 거의 저녁 여섯시가 되어가고 있
었다. 몸을 일으켜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내가 오르고 내리
고 했던 무지막자한 코스에 비하면 코 웃음이나 나오는 길이였으나,
코 웃음은 커녕 속으로 끙끙 앓으며 내려오는 상태였다. 발과 다리
가 심하게 아팠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을때마다 통증이 왔다.
PM 7:00 즈음, 하산을 마치고 드디어 입구를 빠져나왔다.
아, 정말 이게 뭐한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이것도 하나의
경험... 집으로 가는 차편을 타서야, 피곤이 한 데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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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묘미는 도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산을 올라서 특별히 물질적
으로 얻는건 없다. 하지만 무형으로서의 얻는 것이 더 큰 것이다.
육체단련도 단련이지만, 그 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정상까지
오르는것이 정신을 단련시키고 수양시켜 준다. 또 나름대로의 의미
를 부여하여 자부심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