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믿어요?"
이렇게 길고 넓은 강을 따라 공항으로 가는 길은 떠나는 사람에게나, 돌아오는 사람에게나, 누구가를 보내는 사람에게나, 누구가를 맞이하는 사람에게나, 모두 생각할 거리를 준다.
누가 무어라 하든 말든 나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기적도 있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정말 있으며,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면 풍요로운 우주의 선이 나를 도와줄 거라는 열렬하고 턱없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기적을 없다고 믿는 부류의 사람들과 결국 모든게 기적이라고 믿는 부류의 사람들."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했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떄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떠날 수 있었는 지도 모른다.
나는 안다.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만 같다.
"아무리 몸을 씻어도 아무리 딴 생각을 해도 지워지지 안흔 ㄴ취기 같은, 그런 독한 기억이 있으냐고요?"
"..사랑은, 하지 그런데 좋아하지는 않아." 사랑은 하는데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건 어떻게 다른 것일까.
"사랑이 사는데, 꼭 나쁘다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더구나 누구를 사랑하는데. 그것 말이야, 그저 과거의 일일뿐이야. 되돌릴 수도 없는거, 그냥 오늘을 살고 내일을 바라보고 그러는게 좋지 않겠니?"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지금은 같은 하늘 아래서 걷고 있을 그가. 이렇게 해지는 시간에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렸을 때 읽은 동화에 그런말이 나왔었다. 꿈속에 우리의 영혼은 마음 껏 이세상을 떠돈다고, 만일 당신이 꿈속에서 누군가와 만났다면 그건 그 사람의 영혼도 밤새 당신을 만난 거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은 흘러간 강물과 지나간 시간과 떠나간 마음이라는데, 밤마다 내 영혼만 호숫가를 서성이며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라졌다.
"내가 너보다 많이 슬펐고, 내가 너 보다 많이 기다렸고, 정말 처음이었던 사람들이 이미 불행하기로 되어 있었던 걸 너는 모르겠지. 영영 그렇게 모르겠지. 그러니 잊어. 하나도 남김없이 일어"
사랑 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적어도 시간은 우리에 늘 정직한 친구니까.
"두려워하지 마. 설사 여기서 다시 영영 이별을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해. 뭔지 말 모르지만. 나 아직 사는 게 뭔지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해놓고 하는 후회보다 하지 못해서 하는 후회가 더 크대. 내말 무슨 뜻인지 알아?"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 보낸 그 사람. 내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속으로 뛰어 들었던 그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 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 하는 단 한 사람.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를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