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리뷰는 매우 스포가 많을 것임을 미리 알리고....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 보다는
보면서 생겼던 의문점때문에 답답해서 끄적인다.
영화를 보고나서,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지루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정도 시간을 늘어짐 없이 완급조절을 잘했다는건 꽤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보는 내내, 또 보고 나서도
무언가 속고있다, 또는 속았다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벌려놓은 이야기는 많고- 왠지 그 배경도 꼭 설명되어야 할 것 같은데
화려한 눈요기와 의미심장한 대사들로 다 덮어버리려는 거 같은.
영화의 장점을 말하자면- 배우들의 호연이다.
잭 스패로우의 매력이야 뭐 이루 말할것 있냐만-
이번 편에서는 수십명의 잭 스패로우를 볼 수 있어서 나름 즐거웠다.
아무래도 저승 장면은 전편에서의 잭의 인기를 인식해서 서비스 차원으로 넣어준 것 같다.
중간 중간 그 환각 장면은 귀엽긴 한데 도대체 왜 나오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만, 그냥 저승갔다 와서 그런가보다 하고 혼자 넘어갔다.
1편에서는 아마 주인공이라고 등장했던 것 같은데- 잭의 인기 때문에 갈수록 그 입지가 좁아졌던 윌리엄도 나름 괜찮았다. 이것저것 머리를 쓰기도 하고 행동도 하고..
그런데 마지막에서 결국 윌리엄이 멋지게(?) 한편이 될 수 있었던 건, 잭의 재치때문이라는 거.
엘리자베스의 애인이 아니었다면 주인공이라고 이름달기 뻘줌했을 거 같다.
엘리자베스야 뭐... 해적의 로망을 신봉하는 당찬 처녀 역할을 잘 해낸 것 같다. 솔직히 이 아가씨는 얼굴만 봐도 그냥 용서가 된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연설을 할 때, 그 새된 목소리가 좀 거슬렸다.
이번편에서 눈에 띈 건 애꾸눈 부하와 그 친구. 전편에서도 간간히 웃음짓게 만들었던 배역들인데
이번에 더 유쾌하고 능청스러워서 좋았다.
또 하나 감탄할 만한것- 특수효과와 스케일이다.
세상의 끝으로 가고 오는 그 여정- 폭포와, 얼음절벽 사이와, 별빛이 실로폰 소리를 내던 까만 길-
이 부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진짜 신경많이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나 동인도회사와의 격투 장면 역시 사람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화려하게 표현해서 만족스러웠다. 데비존스와의 결투장면이나 줄타고 날라댕기는 잭의 모습!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의아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도대체 주윤발은 왜 나온건가?
앞부분에서 너무나 의미심장하고 무게있게 나오길래, 나는 그가 해적왕쯤 되는줄 알았다.
아니면 세계를 주름잡는 3대 해적중의 하나라든가..
근데 알고보니 9명의 해적대표 중 하나. 바르보사도 잭도 그 중 하나이니 엄밀히 말해 대등한 관계이다. 근데 바르보사는 왜 그리 빌빌대고 저자세로 나가고 주윤발은 왕처럼 시녀가 옷입혀주고 증기욕하면서 왠 도시 하나를 다스리고 있는건지?..;;
주윤발이 잭을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이유는 그냥 '옛날에 나를 모욕했다' 요 한문장이 다이고.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하느니 다른 해적대표 여섯명 중에 한 명한테 가는게 낫지 않겠는가?..
그 해도 때문에 그렇다- 고 한다면 해도 따로 훔치고 부탁은 딴데가서 하든가.
도대체 왜 그한테 갔어야만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
어쨋거나 그렇게 무게 잡으면서 나오더니 기껏 한 일이라곤 동인도회사랑 손잡고 배신 꾀하다가 자기도 속아넘어간거. 그리고 얼마 안되서 죽는다. -_-.....................
도대체 뭐야!!!! 앞부분에서 왜 그렇게 시간잡아먹으면서 등장한거야;;;
그냥 엘리자베스 해적왕 만들게 하려고 나오게 한건가.
포스터에 커다랗게 자리잡을 이유가 전혀 없다-_-. 차라리 그 자리에 원숭이를 데려다 놓지..
그리고 칼립소와 데비존스. 얘네도 어이없다.
대강 얘기를 보면 칼립소가 바다의 마녀인데 자기가 사랑하는 데비존스에게 바다에서 죽은 영혼을 저승에 보내는 일을 맡겼고 그 대신 데비 존스는 10년에 한번만 그녀를 만날수 있었는데, 그녀는 타고난 방랑끼(내지는 바람끼?) 때문에 그와 만나지 못했다. 여기에 배신감 느낀 데비존스가 칼립소를 봉인하는 법을 해적들에게 알리고, 그래서 해적 아홉명이 마녀를 봉인해두고- 데비 존스는 그 영혼 나르는 일을 제대로 안해서 문어형상이 되었다, 는 건가.
근데 애초에 칼립소는 왜 데비존스한테 그 일을 시킨건데?
자기가 잘 하던일을 왜 애인 10년에 한번 보게 하면서 시키는 건지.
원래 그런 자리가 있었던게 아니라 칼립소가 위임했다-는 식인데. 그럼 왜 칼립소가 돌아가고 나서 데비존스도 죽었는데 윌이 그 일을 계속 해야 하는걸까;; 칼립소가 게을러서?
뭐 심장을 찌른자가 선장이 되야하고- 그건 영혼을 처리할 사람이 없으면 안되니까 그렇다 치지만 그것도 다 칼립소 없을 때 얘기 아닌가. 원래 칼립소 일이라매. 이제 지 애인도 아니고- 엄한 사람한테 일 맡기느니 자기가 할 것이지..;;;
아니 그리고...영화 전반부는 얘기 중심이 온통 칼립소였다.
잭을 살려내야 하는 이유가 칼립소 불러내려면 아홉명이 다 있어야 하기 때문- 이었으니까.
칼립소가 무지 중요한 얘기라고 하고, 여신이라고 추켜세워주고...
그래서 잭 살려내서 회의하더니 갑자기 회의 중간에 불러내지 말자, 이렇게 되고.
그러다가 싸움에서 불리할거 같으니까 바르보사가 몰래 봉인 푸는데,
...근데 너 뭐니. 그냥 무작정 커지더니 게가 되어서 바다로 풍덩-_-
데비 존스한테 해꼬지를 하든가, 아니면 자길 봉인한 해적들한테 복수를 하든가!!!!!!!!!!!!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소용돌이 하나 만들고 잠수.
아니 물론 바다의 마녀니까 얘가 편들면 한쪽이 너무 유리해지는 건 사실인데,
그러면 애초에 끌어들이질 말든가.
바로 몇분 전에 데비존스가 '봉인풀리면 뭐할거니'했더니 '다 쓸어버리겠어' 이렇게 대답해놓고
소용돌이 하나로 끝.
이건 뭐 허무개그도 아니고, 순간 너무 허탈했다.
하다 못해 중간에 데비존스가 죽어서 바다로 떨어질 때, 난 칼립소가 나와서 뭐라고 한마디라도 할 줄 알았다. 사실 알고보면 무지 사랑했다든가...
...근데 그것도 아니더라.
그리고 그 9개의 은화도 좀 어이없었다.
웃기려고 그런건진 몰라도. 그 은화가 상징적인 거라면 도대체 처음에 바르보사가 '은화가 노래를 한다' 어쩌구 하면서 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한건 도대체 뭔 뜻일까?
배경이 워낙에 괴물도 나오고 마법도 있는 시대이니까, 은화에 뭔가 신비한 그런게 있어서 해적들사이에 누가 위험하거나 회담이 있어야 할 때면 은화가 혼자 노래하는 그런건 줄 알았다.
근데 다른 물건들 보니 은화가 아니라면 그 은화가 노래하고 어쩌고 하는 건 왜 넣은건지.
잭 구하러 갈 때- 당시 마녀였던 칼립소는 데비 존스의 지옥을 무시무시하게 묘사한다.
그건 죽음이 아니라 형벌이며, 그래서 더 무서운 거라느니 어쩌니..
근데 잭이 혼자 놀고있는 그 상황을 보면 도대체 이게 왜 지옥이고 형벌인지 잘 모르겠다.
외로워서 미친다는 뜻인가? 그 후에 계속 환각보고 그러는거 보면...
신비롭긴 하지만 전혀 무섭지는 않았는데.
그리고 데비 존스 지옥엔 잭 혼자 있는 건가?
또 하나, 엘리자베스와 잭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이 급 마무리된 느낌.
2편에서의 엘리자베스는 분명 잭한테 마음이 있었고- 윌과 잭 사이에서 미묘하게 흔들리는 감정을 잘 표현해서 흥미로웠는데, 이번 편에서 얄짤없이 그냥 윌리엄.
뭐 이유고 뭐고 그런거 없고, 내가 느낀바로는 '그래야 해피엔딩'이니까. 하는 느낌이었다.
자기네들이 생각해도 좀 그랬는지 기껏 넣은 대사 하나가 '어차피 우린 잘 안됐을거에요' 이런거.
아니 2편에선 잘 됐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엘리자베스가 언제 그런 현실적인거 따지는 여성상으로 나오던가. 차기 총독 제임스도 차버리고 윌리엄 선택했는데. 솔직히 이번편에서 엘리자베스의 감정이 어떻게 정리되려나 좀 기대했는데, 그냥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1편처럼 진행됐다. 2편이 없었던 것처럼.-_-
쓰다보니 너무 어이없던 부분들 때문에 말투가 묘해졌다.
분명히 즐겁게 봤는데-
보고 나서 너무 답답한 부분이 많아서....
혹시 내가 가진 의문에 답해줄 수 있는 분은 알려주셨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