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때, 가족과 함께 경상남도에 있는 어느 도시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어요. 마침 작은집이 거기에 있어서 숙모님으로부터 맛집을 소개받아 갔었죠.
그 음식점은 신발을 벗고 온돌 바닥 위에서 식사를 하는 곳이었어요. 밥을 다 먹고 나왔는데, 누나에게서 선물을 받은 제 새 구두가 안 보이는 거예요. 저는 난리를 쳤고, 거기에 있던 손님들도 모두 자발적으로 나와 자신의 신발을 대조해 주었죠. 결국 어떤 놈께서 훔쳐 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당시에는 법률적 지식이 전혀 없던 상태라 저는 바뀐 허름한 신발을 어쩔 수 없이 신고 나와 그길로 신발 가게로 가서 생돈을 들여 가며 새 신을 사 신었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혹시 저와 같은 경험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주변의 음식점에 가면 이런 경고문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게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요?
정답부터 말씀 드리면 '없다'입니다.
근거를 제시해야겠죠?
우리나라 상법 제10장 공중접객업 제151조와 제152조에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제151조 (의의) 극장, 여관, 음식점 기타 객(손님)의 집래(여럿이 옴)를 위한 시설에 의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공중접객업자라 한다.
제152조 (공중접객업자의 책임)
①공중접객업자는 객으로부터 임치(당사자 중 한쪽이 금전이나 물건을 맡기고 상대편이 이를 보관하기로 약속함)를 받은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하여 불가항력으로 인함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②공중접객업자는 객으로부터 임치를 받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시설 내에 휴대한 물건이 자기 또는 그 사용인의 과실로 인하여 멸실 또는 훼손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③객의 휴대물에 대하여 책임이 없음을 제시한 때에도 공중접객업자는 전2항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괄호 안은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제가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보셨나요?
'임치(任置)'라는 것은 위에서 보듯이 '당사자 중 한쪽이 금전이나 물건을 맡기고 상대편이 이를 보관하기로 약속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럼,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음식점에서 손님이 벗고, 주인이 신발을 보관하기로 하는 약속이 실제로 이루어지나요? 그건 아니죠? 일반적으로는 묵시적으로 관습에 따라 행하여집니다. 손님이 벗고 들어가면 주인이나 종업원이 챙기는 식을 말하죠.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비일비재합니다만.
법률에서는 해당 음식점의 구조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곳인 경우에는 이런 '임치'의 행위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손님은 자신의 신체가 자신의 소유물인 신발에서 분리됨과 동시에 그 임치에 대한 관리와 책임은 주인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죠.
만약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신발이 분실되었고, 그 신발의 행방의 묘연할 때, 그 분실의 책임은 주인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제③항은 쉽게 말하면, 신발이 분실되었다고 손님이 주인에게 투덜대며 따질 경우, 주인이 자신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아무리 제시하여도 소용없고 부질없는 짓이라는 거죠. 즉, 음식점 주인의 변명은 배상과는 무관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아셔야 합니다.
제가 가장 분실하기 쉬운 신발을 예로 들었는데요. 어떤 것이든 그 유실물의 실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신발을 산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법원에서는 그것을 기준으로 감가상각비(신발의 사용 기간, 마모 정도 따위의 측정을 통하여 배상금 책정에 기준이 됨)를 고려하여 배상금을 책정한답니다. 즉, 영수증이 없으면 그냥 잃어버리신 겁니다.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거죠.
저는 음식점에 갈 때마다 저런 문구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물건은 스스로 잘 챙겨야 한다는 겁니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는데, 모든 분들 건강에 유의하시고,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시기 바라요. ^^
●덧붙임 : 많은 분들께서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은 단지 음식점에서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하고 이기적인 발상에서 시작하여 나 몰라라 식으로 저런 팻말을 걸어 두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일 뿐, 악용하자는 의도는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냥 알아 두면 좋은 정보 정도로만 받아들이시기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