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미-
파도소리 사이로 울리는 기적 소리에,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어느새인가 하늘은 orange색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등대 건너편에는, 쓸쓸히 하얀 달이 떠 있다. 조금전까지 옆 bench에서 뜨거운 사랑 행각을 벌이던 couple도, 어딘가로 가 버렸다. 바닷가인데, 소금 향기가 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카이토는......와 줄까......
울리지 않는 휴대phone. mail도 착신도 들어 있지 않았다는 건 벌써 알고 있지만, 혹시라도 온 건 아닐까......열어 본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다음은, mail center(mail이 오기 전에 저장되는 server)를 확인. 이런 것들이 오히려 실망감을 크게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직 6시밖에 안 지났으니까, 꼭......금방 올거야...... 기도하듯이, 카이토와 똑같은 모양의 cross necklace를 왼손으로 어루만져 본다. 그 손에는, 그 날 받았던 diamond. 왔을 때 부터 계속 손에 꼭 쥔 채......
[아무리 생각해도, 나미가 내 "운명의 단 짝"이라고 생각해]
[갑자기 왜 그래? 게다가, "운명의 단 짝"까지는 좋은데, 생각해라니...]
언제나 그래왔듯이 농담처럼 받아친다.
[내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말이지, 내 직감도, 본능도, 이성도, 나미가 "운명의 단 짝"이래......]
어느샌가 진지한 얼굴이 되어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내 존제 자체를 감싸 줄 것같은, 카이토의 상냥하고 깊은 시선은, 그 때부터 죽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채, 한순간도 뇌리에서 떠난 적은 없다.
[마음 속 깊이라든가, 그런 흔해 빠진 차원을 떠나서, 유전자라든가, 날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 잘 표현을 못하겠는데, 어쨌든, 이런 차원으로, 나미를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로는, 내 감정의 100만분의 1도 표현 못 할 정도지만, 이런 말들로 밖에는 표현 할 수가 없어서...... 나미, 나와 하나가 되어 줘]
[에...... 하나가 되어달라니 무슨 말이야?]
[육체적인 뜻이 아니라, 결혼하는 것으로, 주욱 같이 있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니까......나미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나, 아직 학생이고......]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어쨌든 나미랑 주욱 함께 있고 싶어. 내가 바라는 건 이것 뿐이야]
수줍은 듯이, 카이토는 작은 상자를 꺼내었다.
[지금의 난, 이런 거 밖에 해 줄 수 없지만......]
안에는, dia가 달린 반지모양의 key holder가 들어 있었다. 물론 유리 재질의 diamond.
[언젠가, 진짜 dia반지로 propose할테니까......]
겸연쩍어하는 카이토가 참을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응, 고마워. 기다릴게]
조금은 강해진 바닷 바람을 타고, 부두에 들어오는 배에서, 들어 본 적 있는 음악이 들려온다. Mr. Children의 [CROSS ROAD]. 그 날도 이 곡이 흘러 나왔었다. 변한다는 건 없는 걸까. 그럴리 없겠지. 억지만으로는 설명안되는 일도, 때론 일어나니까, 분명 기적이...... 카이토......
이미 지나가버린 계절에 두고 와버린 시간을
한번만 더 지내보고 싶어
그 날은 단순한 melody로밖에 들리지 않았던 곡의 가사가, 오늘은 자연스럽게 귓 속에 들어온다. 지금 내 상황을 표현하는 듯한 가사. 그날, 여기서 받았던 diamond. 설령 유리 dia라도, 나에게는, 진짜 dia보다 훨씬 빛을 발한다.
후우......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한 번더, 바다를 바라보니, 해는 가라앉고, 밤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